큰 아이 대장내시경 검사
오늘 휴가는 딸아이의 MRI와 대장 내시경으로 보호자로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여느 때처럼 일어나서 씻고 식사를 마친 뒤, 한창 잠들어 있던 아이에게 일어날 시간이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금은 일찍 깨웠다. 머리맡에 세로로 세워진 아이패드를 보면서 일찍 잠들진 않았겠구나 싶었고, 다음 날 검사일이니 일찍 잠들라 했던 아내의 말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예상했던 대로 딸아이의 짜증 섞인 대답은 몸으로도 표현하고 있음을 안다. 전혀 꿈쩍하지 않는다. 두 번째 깨웠을 때, 오늘 하루가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과 화가 스멀스멸 올라오기 시작한다. 세 번째 깨웠을 때 딸아이는 적반하장이었는데 오히려 아침부터 왜 깨우냐며 성질을 부린다. 그 모습에 나 역시 맞받아쳐 소리쳤고, 짐을 챙겨서 먼저 차에 있겠다면서 아내에게 말하고 나와버렸다.
10분 정도가 지나서 아이는 주차장으로 내려왔고 그 잠깐 사이에 아내의 행동이 어땠을지는 눈에 선했다.
오늘은 둘째의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던 터라 아내는 나에게 큰 아이를 부탁했다. 흔쾌히 알았다고는 했지만 이날은 매달 있는 주사제 치료와 달리 대장 내시경을 받아야 했기에 검사 전 달콤한 향으로 포장된 끔찍한 물약을 3리터나 마셔야 했다. 나도 두 번이나 받아봤기에 힘들다는 건 십분 이해한다. 다만 그걸 먹이기 위해서 달래고 달랠 수 있는지가 강건이다.
사실 곤욕이긴 하지만 정확한 결과를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고통의 과정이다,
대중교통으로 30분이면 도착하는 회기동에 위치한 K 대학병원. 1시간이나 미리 출발했지만 출근 시간대와 겹친 나머지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병원 수속실은 지난번 방문했을 때와 달리 지나치게 한산했다. 수많은 환자가 갑자기 줄었다는 건 요즘 벌어진 정부의 대학교 의사 증원 이슈로 결국 아픈 사람이 병원을 가지 못하는 씁쓸한 상황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싶다.
먼저 MRI 실에 도착하여 검사 전 손등에 바늘을 꼽고 하프렙산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는 검사 전에 장을 부풀리기 위한 일이기도 하며 오후에 있을 장 내시경 전에 속을 깨끗이 비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먹여야 하는 보호자.
못 먹겠다면서 버티는 당사자.
10분마다 확인하는 간호사.
한 모금 마시고 사탕을 빨고 다시 한 모금 마시고 사탕을 빨면서 힘겹게 한 통을 마셨다. 계속해서 토할 것 같다며 잠시 쉬기를 반복했다. 최소 두 통(2리터)를 마셔야 검사가 가능하다며 결국 검사 시간을 1시간 늦췄다.
나의 닦달하는 말에 몇 모금 마시다가 결국은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위에 남아 있던 물과 약을 모조리 쏟아냈다. 그렇게 1시간을 씨름했다.
너무 지체해도 안된다면서 일단 MRI 검사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간이 확인 결과 문제가 없다고 확인되어서 곧바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무사히 마친 후 오후에 있을 장 내시경을 위해서 잠시 낮병동으로 이동했다.
눈치 없는 내 뱃속의 알람 시계는 계속해서 꼬르륵 알렸고 계속해서 맹물을 마셨다.
아직 한 통(1리터)을 더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 힘겨운 줄다리기는 계속되어야 했다
결국은 관장을 하고 장 내시경도 잘 마무리되었다.
대기하는 중에 책을 읽으려고 두 권이나 가져갔다가 복잡한 마음에 읽진 못하고, 내 마음을 적어보았다.
나야 마음만 잠시 불편하면 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선 조금 헤아려주진 못한 날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