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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사랑은뚱이 Oct 10. 2024

네 이름은 뚱이

표정이 뚱해서, 성을 붙이면 박뚱이

뚱. 영어로는 Ddoong.

이름을 지을 때만 해도 뚱이 이름을 영어로 쓸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 참 단순한 두 가지 이유로 이름을 뚱이라 지었다. 그런데, 뚱이 굿즈를 제작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는 요즘엔 조금 더 그럴싸한, 철자로 썼을 때 조합이 더 예쁜 그런 이름으로 지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아쉬운 마음도 든다.



뚱이를 직접 혹은 사진으로 보기 전에 이름부터 먼저 소개하면 대개 통통하거나 뚱뚱한, 비만 강아지를 생각하는데, 우리 뚱이는 이름에서 풍겨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참 날씬한 강아지였다. 성견이 된 이후로는 몸무게 변화 없이 줄곧 14-15kg 사이를 유지했으니 말이다. 밑에 함께 첨부한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 뚱이는 내 새끼여서가 아니라 마치 일부러 몸 관리를 하듯, 적당한 체격에 균형 잡힌 몸매를 자랑했다. 뚱이가 나이 들어 급격하게 살이 빠지기 전 까지는.


그런데 왜, 이름이 뚱이예요?

이름을 뚱이라고 지은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째는 누구에게도 관심 없어 보이는 뚱이 특유의 도도하고 시크한 뚱-한 표정 때문이고, 둘 째는 아빠 품에 안겨 뚱이와 함께 우리 집에 왔던, 뚱이의 혈육 땡이와 한 단어로 이어지는 이름으로 지으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였다. 뚱이와 땡이 줄여서 뚱땡이.

귀여운 두 똥강아지들의 이름을 지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뚱이, 땡이를 함께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17세 소녀가 집안에서 무슨 힘이 있으랴. 두 마리를 함께 키우는 것은 무리라는 엄마의 결정으로 땡이는 우리와 함께 살지 못하게 되었고, 당시 엄마 지인의 지인에게 보내지면서 소식마저 끊겨 버렸다. 그 후로 내 앞에서 땡이는 금지어가 됐다.

땡이와 함께 보낸 시간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보내고 7년 정도는 땡이를 생각만 해도 울었고, 알 수 없는 소식에 불안한 생각이 들어 가슴이 쿵쾅거렸다.

마음 한 구석 영원히 남아있을 우리 땡이도 뚱이처럼 사랑 듬뿍 받고 지냈기를,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면 마지막까지 안온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지구라는 행성에서, 내 힘으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뚱이와의 잠시 이별로(나도 지구를 떠나게 됐을 때 우리는 꼭 다시 만나리라 믿기 때문에 잠시 이별로 부르기로 했다) 나는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또 견디며 뚱이에게로 걸어가고 있다.  뼈저리게 시린 상실감과 공허함, 그리움에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아 9월 11일 이후로 틈만 나면 뭘 만들지 또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타투를 할까, 어떤 굿즈를 만들까 등등… 그런 이유로 난 뚱이의 이름을 가지고 혼자 또 고민에 빠진다.

뚱이는 내 딸이니까 내 성을 붙이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아니면, 평소에 부르던 대로 이름만 넣을까?

나는 뚱이를 부를 때 줄곧 ‘뚱이야, 뚱아, 우리 애기, 내 새끼, 엄마 딸’이라 라고 부르고, 내 성을 붙인 ‘박뚱’으로 부를 땐 주로 뚱이가 발사탕을 빨거나 하지 말라고 한 행동을 할 때 경고 차원에서 잔뜩 힘을 준 목소리로 부를 때였다. 그래서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내 이런 고민을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히 네가 평소에 부르던 '뚱이'라고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내 성을 붙인 '박뚱이'를 놓을 수 없는 건 내가 입버릇처럼 말해온 뚱이는 내 딸, 내 자식이라는 게 몸소 더 와닿는 거 같은 성이 가진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성을 붙이건 안 붙이건 우리 뚱이는 내 새끼인데, 뭐 이런 걸로 고민을 다 하는지 이런 내가 우습기도 하고 참 안쓰럽게도 느껴진다.



무튼- 이런 끝이 없는 고민은 결국 같은 걸 이름만 다르게 2개 만드는 자본의 힘으로 끝내버렸다.

하나는 ‘뚱이’ 다른 하나는 ‘박뚱이’ 이렇게.



뚱아, 먼저 간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 거지? 넌 이제 범초월적인 존재가 되어 머무르고 싶은 곳에 머물다 마음이 가는 대로 이곳저곳을 누빌 거 같아. 그러다가도 엄마 생각이 난다고 내 옆에 와있을 거 같고.

비록 뚱이 너와 전처럼 눈 맞춤을 못 해도, 싫다는 너를 와락 끌어안지도 못 하지만 항상 내 옆에 함께 있다고 생각할게.

그리고 네가 있는 그곳으로 엄마가 가는 날에 꼭 마중 나와 함께 있어줘. 사랑하고 또 사랑해 뚱아.


사진은 2018년 5월 13일, 엄마의 애정공세가 귀찮아 죽겠는 뚱한 표정의 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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