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시작
2006년 4월 29일, 내 나이 열일곱.
우리 집에 강아지가 온단다.
까마득한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일이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달님, 별님, 산타할아버지에게 소원을 수차례 빌어도, 오랜 시간 나름의 논리를 세우며 부모님을 공 들여 설득해 보아도 매번 실패했던 귀여운 털북숭이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일이, 내가 더 이상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소원을 빌지 않게 된 내 나이 17살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날의 설렘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2006년 4월 29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리는 각자의 방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무료함을 깬 건 엄마에게 걸려 온 아빠의 뜬금없는 전화 한 통이었다. 글쎄 들어본 적도 없는 지인의 농장에서 태어난 지 약 2개월 정도 된, 이제 막 어미젖을 뗀 새끼 강아지와 함께 집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전화 내용을 전해 듣고 엄마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으며 평소엔 기다리지도 않던 아빠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그 시간 동안 온 집안을 방방 뛰어다닐 정도로 정말 신이 났었다.
사실 기다리면서 당시 인기 있던 강아지 몰티즈를 기대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아빠 품에 안겨 들어온 강아지는 생전 처음 보는 생김새, 종을 알 수 없는 강아지였다.
보통의 강아지 눈은 눈이며 눈동자며 모두 까매서 흡사 검정바둑알 같은 눈, 그래서 꼭 인형 같은 눈이어야 하는데, 아빠 품에 안긴 강아지는 사람처럼 눈과 눈동자 색이 달랐다. 전체적인 눈은 에메랄드 빛처럼 파란데, 그 안에 눈동자는 또 짙은 네이비 색인지 검은색인지 빛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고, 그 오묘한 색을 띠는
눈을 보고 있으면 지금 이 강아지가 어떤 기분이고, 감정을 느끼는지, 눈빛만 봐도 대화가 가능할 거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털 역시 내 기대와는 다르게 하얀색, 베이지색, 회색, 진회색, 검은색 등 온갖 색이 참 다양하게도 섞여있었다. 하얗게 빛나는 털을 기대했는데, 말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몰티즈나 푸들 같은 그런 인기 있는 강아지를 기대했는데, 아빠 품에 안겨 온 강아지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비글이라는 강아지와 허스키가 섞인 "믹스견"이라 했다. 허스키는 어렴풋 알고 있었지만 비글은 또 생전 처음 들어본 터라 곧바로 컴퓨터를 켜고 비글, 허스키를 폭풍 검색하며 나오는 이미지들을 한참을 구경했다.
기대했던 작고 하얀 몰티즈는 아니었지만 검색창에 나온 강아지들(비글, 허스키) 역시 꽤나 귀여웠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 실망감을 안겨준 파란 눈의 강아지는 곧 나의 전부가 되었고, 첫사랑이 되었으며, 나 자신보다 너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세상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다.
비글과 허스키가 섞인, 줄여서 비스키.
이런 특별한 강아지를 본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