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ㅣ이로운 뚱이를 더 이롭게
나는 직접 자식을 낳아보지 않았기에 어미의 마음을 온전히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감히 그럼에도, 뚱이는 나에게 자식과 같은 존재였다.
내 모든 걸 내던져도 아깝지 않고, 내 목숨이 아깝지 않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내가 대신 죽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나에게 뚱이가 그랬다.
뚱이는 내 전부였고, 분신이었다.
박서연-뚱이=0 이건 나를 나타내는 공식이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뚱이를 빼면 남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그리는 미래, 내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온통 뚱이의, 뚱이를 위한, 뚱이와 함께하고 싶은 나를 위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뚱이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회사를 다니고, 돈을 벌었지만 파주에서 잠실까지 왕복 4시간에 근무시간만 9시간 적어도 하루 13시간을 뚱이와 떨어져 있었다.
하루하루 쇠약해지는 뚱이를 보며 마음이 조급해졌고, 뚱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절대적으로 늘리고 싶었다. 그러려면 회사를 관둬야 했고, 돈이 필요했다.
그렇게 일확천금의 꿈은 더 간절해졌고, 매주 로또를 사기 위한 긴 줄에 줄을 선채로 간절히 바랐다.
'회사 좀 관둘 수 있게 해 주세요, 제 시간을 온전히 뚱이와 함께 보내는 데 쓰고 싶어요.'
하지만, 내가 그리는 미래 그 중심에 서있던 뚱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그 이후로는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전부 사라졌다. 일확천금 로또도 소용이 없어졌다.
1년 동안 사실 많이 힘들었다. 그저 그런 아무 날도 아닌 평범한 하루들도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았던 거 같다. 내내 가라 앉은 감정을 지낸 채로 산 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였다.
그러다 문득 앞으로 매년 찾아올 뚱이의 기일, 하늘생일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잔인한 그날을 어떤 감정으로 마주할 수 있을지 두렵고, 무서워졌다.
그렇게 막연히 뚱이의 첫 기일(하늘생일)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다 불현듯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삶의 목표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이로운 뚱이를 더 이롭게. 그날은 뚱이를 더 이롭게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앞으로 사는 동안 이로운 뚱이를 더 이롭게 하자.
그렇게 살다가 뚱이를 만나자.
이로운 강아지 뚱이
뚱이를 만나고 사랑의 반경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오로지 뚱이에게만, 집중됐던 사랑은, 깊이는 더 깊어진 채로 도움이 필요한 다른 동물들에게 향했고,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후원을 시작했다. 그렇게 이어진 정기 후원이 10년은 된 거 같다.
20대 중반, 쌈짓돈 1만원으로 시작한 정기후원은 이제 3만원씩 3군데 총 9만원이 되었고, 그와 함께 일시후원도 꾸준히 이어 가고 있다.
그리고 난 캣맘이 되었다. 챙기는 고양이는 어느새 아홉 마리가 되었고, 길냥이들을 위한 캔과 츄르를 매달 사고 있다.
이 모든 건 뚱이가 하게 만들었다. 뚱이가 아니었다면, 내 마음에 이런 사랑이 피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절대 시작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9월 11일. 뚱이의 첫 하늘생일,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뚱이를 더 이롭게 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대로 그동안 정기 후원하던 곳 중 한 곳에 뚱이 이름으로 후원금을 전달했다.
오늘은 뚱이가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나를 보며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비록 이제는 로또 줄에 서서 '회사를 관두고 뚱이랑 붙어 있게 해 주세요'라고 소원을 빌 수는 없지만, 이제는 로또에 당첨이 된다면 그 돈을 정말 가치 있게 쓰겠다며 뚱이를 이롭게 하는 데에 그 돈을 사용하겠노라고 소원을 빈다.. 물론 내 삶도 질적으로 나아지길 바라며,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이로운 뚱이를 더 이롭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