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

미안한 마음은 이타심일까

by 옹이가 많은 나무

머리에 새치가 나기 시작한 이후로

두어달에 한번정도 미용실에서 새치 염색을 하곤 했다.


내가 미용실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조건은 거리이다.

(뭔가에 이끌려 마음이 움직이면 얼굴도 볼겸 조금 먼 거리도 감수할 수도 있다..!! ㅎ_ㅎ;;)


아무튼, 거리가 가까워 자주가게 되는 미용실이 있는데,

머리를 자르거나 염색을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미용실이 휴무거나 손님이 많아 "오늘은 어렵겠네요"라는 소리를 종종 들으면,

굳이 다른 미용실을 가지 않고, 다른 날에 같은 미용실을 다시 가는 편이다.


어느 때부터 새치 염색 샴푸를 거쳐, 지금은 셀프로 염색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내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뭔가 염색한 티가 너무 나면, 머리를 자르러 가지 않게 되고,

염색을 해야하는 타이밍을 훨씬 넘기고, 자연스러운 새치가 형성될때즘 간다.


이정도가 되니 오늘 문득 생각이 든다.

왜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걸까? 미안함일까? 이건 무슨 느낌일까?


명상하듯 이런 마음이 드는 이유를 추적해본다.

결론은, 그 분이 돈을 받고 하는 일을, 내가 아까워서 직접 했다.

그래서 그 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명확했다.


그럼 반대로, 집에서 밥을 먹을때마다 식당하시는 분께 미안해야 하는데,

그건 또 살짝 다르다.


미안함이 생기려면 조건이 있다.

내가 행위를 할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 결과가 상대의 이익을 감소시킨다는 걸 내가 인지할 때 생긴다.

내가 쓰레기를 버려도, 누군가 이걸 치워야한다는 생각까지 하지를 못한다면, 미안함이 들지 않는다.

(누군가 치우겠지라고 깨달아도 다른 이유로 미안함이 들지 않는다면 그건 좀..)

이익은 단순히 금전적인 것만이 아니라, 감정적, 물리적, 노동 등 여러가지 이다.

그리고 대상은 내가 가깝게 여기는 상대일 수록 더 많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내가 하는 행위가 원래 상대에게 치러야 할 값보다 적은 값을 들이려 할때이다.

여기서 값은, 돈일수도 있고, 서비스, 혹은 품질이나 그 외 여러가지 일 수도 있다.


오늘 처음 가는 식당에서는 내가 집에서 밥을 해먹는게 미안하지 않다.

그런데 지난 수개월동안 점심을 해결했던 식당을 가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어쩔 수 없이, 이사나 다른 문제로 못갔는데 우연히 근처를 오게되어 들렀다면 미안하지 않다.

오히려 반갑고, 오랜만에 오니까 좋다 라는 느낌일 것이다.


그런데, 그 식당의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라, 내가 점심에 그 값을 지불하는걸 아껴보려고

직접 점심을 해 먹다가, 오랜만에 그 식당에 갔다면, 미묘한 조금의 미안함이 든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고, 이 글은 전적으로 순수하게 나의 얘기이다.


입장을 바꿔서, 다행스럽게도 나는 자영업자이다.

먹는 장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뭔가를 해줘야하는 직종인데,

가끔 손님들이 어느정도는 직접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


음..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서 말하자면,

내가 자동차 정비업소 사장이라면,

단골 손님이 주기적으로 엔진 오일을 갈러 오시는데

어느새부터 엔진 오일을 체크할때마다 오일이 교체되어 있는거다.


이럴때 사장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까?


순수하게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우선은 직접 갈았는지, 다른 업체에서 갈았는지 궁금할 것 같다.


직접 갈았다면, 빼먹은 부분은 없는지 뭘로 갈았는지, 등등 조언이 필요하거나

지식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알려주려고 할 것 같다.


다른 업체에서 갈았다면, 솔직히 이유가 궁금할 것 같다.

하지만 내 오지랖으로는 이유를 물어볼 자신은 없다.

마음 속으로는 우리 매장의 뭐가 부족했는지, 다른 매장은 어떤점이 좋았는지

알고싶지만, 물어보기가 조금 민망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다시 돌아와, 미용실 사장님도 이렇게 똑같이 생각해준다는 보장이 있다고 해도,

미안함은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입장을 바꿔서도 생각해봐도, 미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왜 미안함을 느끼는 걸까.


세세하게 작은 부분까지 다 생각해 보아도 명확하게 되짚어 봤지만

간단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미안함은 순전히 자신의 입장에서 발생되는 것이고,

상대에게 폐를 끼쳤다고 생각 될 때 드는 것 같다.


내가 숨을 쉬어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공기를 낭비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정도의 쓸데없는 미안함이 아니라면,

다들 어느정도의 미안함은 느끼면서 사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굳이 표현하지 않더라도, 내 도덕적, 양심적 기준의 잣대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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