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드디어 남편이 한국을 떠난 지 5년 만에 다시 한국에 살러 들어오는 날이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것이 2019년이었다. 유럽에서 운전을 시작했기에 한국에서는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나지만 짐이 많은 남편을 위해 처음으로 인천공항까지 운전을 해 봤다.
전북에서 인천공항까지는 대략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가 걸린다. 장거리를 한 번에 뛰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워, 남편의 입국 전날 경기도에 있는 동생네 집에서 하룻밤을 잤다. 하이패스와 고속도로의 조합 덕분인지 초보운전자도 인천공항까지 운전하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인천공항 단기 주차장에 발레파킹을 맡기고 남편이 나올 입국장 앞에서 초조하게 남편을 기다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유럽에 사는 동안 한국-유럽을 오갈 때면 항상 남편이 나를 데리러 왔었는데, 처음으로 내가 남편을 데리러 간 셈이다.
한 달만에 다시 만난 남편을 데리고 곧바로 공항에 있는 코로나검사센터로 향했다. 공항 바깥에 있어서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한국말 못 하는 남편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제부터는 내가 남편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실감 났다.
인천공항에서 전북까지의 장거리.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다. 외국인 남편은 고구마라테를 선택했다.
유럽 휴게소와 비교하면 참 먹을 것도 많고 쉴 곳도 많았던 한국 휴게소.
깜깜한 저녁이 되어서야 전북 우리 집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운전한 나는 지쳐서 뻗었고, 남편은 오늘 밤 당장 자야 하니까 이케아에서 배송되어 있던 침대를 조립했다.
장거리 비행으로 지친 남편은 금방 잠들었지만 하루 종일 운전을 해서 지나치게 피로했던 나는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 내 옆자리에 누워 곤히 잠든 남편이 왠지 낯설었다. 정말로 한국에 온 건가? 여행도 아니고 살러 온 거라고? 기분이 참으로 이상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외국인 사무소로 갔다. 그런데 가는 길에 타이어가 퍼졌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이다. 모든 것이 빠른 한국. 예약도 아무것도 필요 없이 근처 타이어 집에서 15분 만에 타이어를 갈았다. 외국인 사무소에서도 30분이 걸리지 않아 외국인등록증 신청이 끝났다. 급한 일들이 하루 만에 끝이 났고 이제는 집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다시 프랑스로 갈 때까지 3개월가량의 시간. 한국에서 우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기분이 참 이상하다. 유럽에 있을때는 그토록 한국에 오고 싶었는데, 결국 원하던대로 되었다. 좋은 시간과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