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같은 음악학원 그러나 운명을 만나다
나는 어릴 때 그림 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하루 종일 그려댔다.
주로 그렸던 것은 머 어릴 때 여자아이들이 그렇듯이
공주와 예쁜 드레스, 예쁜 구두 그런 종류였다.
오빠는 어릴 적부터 엄마가 학원을 이리저리 많은 곳을 보내주었다.
주산학원, 태권도 학원 등등. 이제 나도 학원을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
엄마에게 말했다. 미술학원에 보내주시오
오빠는 쉽게 보내주시면서
딸을 학원 보내주시는 돈이 아까우셨나
잘 보내주시지 않으셨다. 흐흐흑
며칠간 사정사정 끝에
엄마는 나를 미술학원에 보내기로 마음을 먹고
같이 손을 잡고 미술학원을 찾아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미술학원이 문을 닫았다. 하늘이 무너졌다.
엎친데 덮친 격 엄마는 나를 그 옆에 붙어 있는
피아노 학원에 가라고 떠밀었다.
나는 미술학원에 갈 거라고 했지만 엄마는 엄마소원이
내가 피아노 치는 거라며 피아노학원으로 집어넣었다.
어린 나이지만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인생의 쓴 맛을 어릴 때부터 느낀 것 같다.
그렇게 음악, 피아노를 접하게 되었다.
7살이었던 것 같다.
학원에 아이들이 많았다.
나는 닭장에 온 느낌이었다.
외할아버지가 시골에서 큰 닭장을 하고 있었기에 닭장이 먼지 알고 있었다.
조그마한 방에 나를 처넣어두고 선생님은 곡을 10번 치라고 한다.
느낌이 닭이 된 처량한 신세 같았다.
나도 처음엔 열심히 하는 척 피아노를 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연습시간 대부분 졸거나 그냥 멍 때 리거나
선생님이 밖에서 수다 떨고 어떤 맛 나는 것을 혼자 먹는 것을 구경하였다.
닭장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알을 까야하는데 알은 못 까니
그래서 선생님한테 맨날 혼이 났었다.
나는 엄마의 어릴 적 꿈을 내가 왜 이루어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지며 살아가던 중
아빠가 틀어놓으신 카세트테이프 가스펠 소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가만히 들어보니
드럼소리도 들리고 멜로디도 기타도 여러 가지 악기가 리듬과 화성이 잘 조합하여
재미스럽게 들렸다. 난 피아노에 앉아 나만의 방식으로 코드를 만들고 리듬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아빠도 독학으로 기타를 치셔서 가끔 함께 치며 음악의 재미를 솔솔 느끼기 시작했다.
엄마는 내가 점점 피아노에 빠져들고 그래도 제법 치는 거 같으셨는지
줄리어드 음대에 나온 동네언니에게 개인레슨도 보내고 했다. 하지만 피드백은 별로 좋지 않았다
나는 클래식 보다 가스펠음악 코드로 치는 것을 재미있고 클래식을 나만의
느낌으로 변주해서 치는 것도 좋아했고 혼자 즉흥연주를 하는 것을 제일 좋아했기에
클래식 피아노에서는 크게 발전이 없었다.
그렇게 커나가면서 음악작곡과 학부를 졸업하였고
미국에 와서는 음악치료 석사를 공부하였다.
가끔 생각한다
그 미술학원이 그날 문을 열였다면
나는 음악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우연히 간 음악학원이
나에게 음악을 만나게 했고
음악과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운명적 관계를 내 인생에
주었다.
내 인생을 내가 계획할지라도
신이 일하시지 않으시면
안 되는 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