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뉴욕에 오다니 (7화)
맨해튼의 특수학교에서 나는 여러 선생님들과 일을 하며 느낀 뉴요커의 문화, 뉴욕의 문화를 조금 나누고자 한다. 2-3년 동안 맨해튼에 출퇴근하며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좀 알게 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음악치료사들로서 특수학교나 뉴욕대학 음악치료 센터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며 지내온 사람이었다. 한 번은 점심시간이 되어서 우리는 같은 시간에 자신의 도시락을 꺼내어서 먹으려고 할 때였다. 남자음악치료사 칼(Carl:가명)은 자신의 도시락을 정말 이쁘고 귀엽게 싸왔다. 칼은 일본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뉴욕대학원에서 음악치료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디저트 벤토박스를 꺼내며 하는 말은 "오 내 남편이 만들어 준 디저트 생크림 타르트야 먹어봐요!" 나는 별안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커밍아웃에 내심 엄청 놀랬지만 겉으로는 너무 예쁘다는 디저트에 관한 발언만 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전혀 예상을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필드워크와 인턴쉽을 맨해튼에서 해서 뉴욕의 진정한 문화? 찐 문화를 경험하며 그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나의 문화관과 세계관을 완전히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내가 모든 새로운 문화를 추구하고 따라가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또 다른 문화 속에서 자신들 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문화를 볼 수 있다는 면에서 그저 그냥 나에게 신비로운 측면이었다.
페이스북 사이트를 통해 몇 년 후에 알게 되었는데 미국백인과 동성 결혼한 칼은 아기를 갖고 싶어서 자기들의 부부의 정자를 임신이 가능한 여자의 몸을 통해 쌍둥이 아기를 낳았다. 참 신기하게도 그 쌍둥이 아이들은 한 명은 칼을 닮은 동양아이 같았고 다른 한 명은 칼의 남편을 닮은 백인아이 같았다. 자유로운 맨해튼에는 이렇게 동성애에 열린 커플들이 많고 많은 곳에서 이런 문화를 지지한다. 그리고 이런 동성애 커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칼처럼 Surrogate mother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는다. 한 번은 칼이 1년이 된 아이들을 데리고 대리모를 만나러 간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었다. 낳은 어머니 기른 어머니 다르다는 얘기가 있는데 진짜이다. 낳은 사람은 진짜엄마도 아닌 그냥 말 그대로 10개월간 몸에 가지고 있다가 낳은 것이다. 낳아도 아무런 책임감이 없는 그저 나를 낳아준 엄마이다. 세상에 정말 이런 것이 존재한다니 이상하면서도 웃픈 현실이다. 그 아이들은 엄마라는 소리도 못하고 엄마의 의미를 모른 채 두 명의 아빠를 아빠로 부르며 한 명은 좀 더 엄마역할을 하며 한 명은 아빠역할을 하는 듯이 보일 것이다. 그들이 가는 유치원의 책들은 당연히 두 명의 아빠, 혹은 두 명의 엄마의 얘기로 가득한 채 읽힐 것이고 그런 가정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회의 규범, 문화인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뉴욕에 어느 곳을 가도 동성연애자들이 많았다. 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유태인들이 있었다.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대학교에서도 유태인학생 중의 절반은 동성연애자로서 그들을 부를 때 "그녀, 또는 그대들"이라고 부르기를 명시한다.
뉴욕의 또 다른 문화는 여유와 기다림이다. 나는 이런 문화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나도 어느정도 즐기는 문화가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무엇을 잘해라고 물으면 나는 말할 수 있는 거 첫 번째는 기다리는 것이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뉴욕에는 모든 것이 기다리는 문화이다. 아마도 서울처럼 사람이 많아서이고 또한 관광객도 많아서이겠지. 관공서를 가도 커피를 사러가도 점심을 사러가도 지하철을 타러 가도 어떤 곳을 들어가려고 해도 사람들이 늘 있고 나는 그때마다 항상 나의 순서가 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뉴욕은 한국처럼 "빨리빨리" 문화가 없어서 주는 사람의 기분과 성향과 성격에 그저 기대어 좋은 일이 있기를 기다릴 뿐이다. 여유는 미국사람들 자체에 그 들의 문화에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묻는 질문은 한국사람에게는 너무나도 기본적인 것이지만 그것을 깊이 있게 대답해 주고 고찰해 주고 하는 과정들이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그러한 문화 속에서 살아온 아이들은 그 슬로 사고방식을 통해 학생들은 더 오래 기억할 것이고 더 적용할 거리들을 찾을 것이다.
다른 문화속에서 살면서 나의 문화와 비교하되 좋은 것은 수긍하고 내가 동의 하지 않는 것은 더많은 이해와 수용으로 품어줄 때 그들과 공존할 수 있고 그 문화와 세계관을 감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