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뉴욕의 다리밑에서 느끼는 감성

내가 뉴욕에 오다니(8화)

by LoveeGracieee
IMG_8215.jpeg

일을 끝나니 오후 7시가 좀 넘는다. 차를 타고 크로스 아이랜드 파크웨이 (Cross Island Parkway)라는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머나 이게 웬일인가? 뭉게구름이 솜사탕처럼 몽실몽실 모여져서 나의 눈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아 내려서 사진 찍고 싶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고속도로에선 차를 세울 수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 한채 한숨을 쉬며 운전하는데 다행히도 조금 더 가서 작은 공원으로 옆으로 빠지면서 차를 세울 수 있었고 처음 가보는 길을 너무나도 들뜬 마음으로 걸어내려가니 퀸즈(Queens)와 브롱스(Bronx)를 연결하는 트록 넥 다리(Throgs Neck Bridge), 그리고 그 주위로 엄청 긴 산책보도가 있었다.

IMG_8220.jpeg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갔다. 뉴욕에 산지가 몇 년이 지났는데 여기를 한 번도 오지 않았구나. 실망 아닌 실망도 밀려오지만 지금 이 순간을 누리며 광활한 자연의 색채와 채도에 힘을 잃어버린 나 자신이 너무나도 벅찬 마음이 들었다.

거대한 아틀란틱바다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무력했는지 잔잔하지만 무한하고 광대한 바다의 물, 온갖 아름다운 색채로 떨어질 것 같은 하늘의 거대함이 나는 지극히 작은 자, 그냥 살아가는 것이 기적인 아이 같은 느낌이었다.


IMG_8282.jpeg

그리고 그다음 날 일을 끝나고 다시 찾아갔다. 날씨가 안개가 많이 끼여있었다. 여름의 습함은 없고 시원함만 가득한 하루였다. 뉘엿뉘엿 저물어진 하늘아래 돌로 된 바위터 위에 가다가 멈춰 서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서는 연인들, 가족들, 친구들끼리 와서 바다의 여유로움에 감탄하거나 낚시를 하고 이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IMG_8362.jpeg


그다음 날도 갔다. 수많은 색깔과 살아있는 질감의 바다의 움직임에 매료되는 것 같았다. 보면 볼수록 바다의 흔들림이 너무 나도 예뻤다. 노을의 색깔의 반영과 투영에서 오는 신비로운 색채들은 나의 눈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IMG_8344.jpeg

내 눈을 놀라게 한 장면 중 하나는 오리들의 산책이다. 나란히 정렬해서 같은 방향을 향해 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평화롭게 움직이는 오리들. 그들은 어디에서 시간을 보냈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호수가 아닌 바닷가의 삶은 그들을 어떤 삶으로 인도하고 있을까? 혼자 웃으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오리들의 모습이 존경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욕심 없이 사는 모습들 그저 자연에 순응하고 본능대로 사는 단순한 삶. 우리는 복잡하고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 때문에 끝나지 않는 골치 아픈 일들로 우리는 우리네 삶을 더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IMG_8371.jpeg

그럴 땐 내가 이 땅에 올 때 이 땅에 태어났을 때 무엇을 가지고 왔는지 또한 내가 이 땅을 떠날 때 무엇을 가지고 떠나는지 보면 지금 내가 가진 욕심에서 조금 나의 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 나는 아무것도 가져온 것이 없이 이 땅을 떠날 때 아무리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 하나 더 가지려고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좀 더 양보하고 좀 더 내려놓고 좀 더 베풀고 좀 더 사랑하고 살면 된다는 것.. 잊지 말자고 나는 다시 다짐한다. 자연 앞에서는 인간은 그저 한낱 나약한 미물이거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