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면 인생이 바뀐다.'라고 말한다. 또, 결혼을 로또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결혼을 하고 인생이 크게 달라진 사람들이 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하나가 둘이 되어 법적으로 엮였으니, 사회적인 가족관계가 형성되어, 연애 때처럼 언제든지 이별을 고하고 집에 갈 수 없다. 이제는 헤어지고 싶으면 합의이혼이나 법원에 가서 해결해야 한다. 만약,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 책임감은 몇백 배가 된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 될 수도 있는 일에, 나는 낭만 한 스푼을 집어넣고 달콤한 상상에 취해 불안한 마음이 들 때면, 사주를 보면서 정신승리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대학을 가듯이, 취업을 하듯이, 정말 많은 노력을 들이고 공부해야 하는 일에 나는 너무 감정을 앞세워서 제대로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서른다섯 살이 되어서야, 인생의 삼분의 일 지점이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결혼이라는 문제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시작점은 결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 있고, 없고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래 연애한다고 반드시 결혼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 우선 결혼 자체를 선택해야 한다. 대학을 갈지 말지 선택하는 문제와 비슷하게 바라봤다. 스무 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선택인 것처럼, 나는 서른다섯 살에 앞으로의 인생을 선택할 기회를 다시 갖게 되었다. 사실 조금 늦게 대학에 가도 괜찮지만, 살아보니 인생의 모든 순간에는 시기가 존재했다. 남들처럼 살아가는 비슷한 시기, 그 시기를 놓치면 몇 배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살다 보니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나중에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하기 위해서 나는 더 늦기 전에 결혼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가장 먼저내가 과연 결혼에 적합한 사람인지 생각했다.
현재, 나는 삶에서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막연하게 머리로만 떠올리지 말고 직접 종이에 적어보는 걸 추천한다.
아예 잘 모르겠다면, MBTI 검사를 통해서라도 나의 성향을 알아보자.
'혼자서도 인생이 충분히 만족스러울 때 결혼해라.'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다. 이 말에 공감을 하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인생이 충분히 만족스러우면 결혼을 할 것 같지 않았다. 결혼이 지니는 속성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알아도 결정하기 어려운 것처럼, 멋 모를 때 결혼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나는 결혼에 관련된 명언들을 찾아보았고,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장은 '인생에서 늦어도 상관없는 두 가지가 있다. 죽음과 결혼' - 유대인 잠언-이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모든 선택의 기준은 당신 스스로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나 자신을 귀히 여기고,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기를, 그리고 모든 선택은 본인이 직접 해야 후회가 적다. 후회하면서 인생을 살기엔 삶이 너무 짧다. 눈 깜박할 사이에 시간이 흘러가버린다.
나 역시 순식간에 나이를 먹었다. 나이를 먹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더 어릴 때 이루지 못했는다는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도 많았다.'내가 결혼을 해도 괜찮은 사람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