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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우언니 Mar 04. 2022

연애와 결혼 사이

- 대한민국 35세 미혼 여성의 속마음

감히 결혼도 해보지 않은 내가, 결혼에 대한 글을 써도 되는지,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평소에 작성한 글을 잘 지우지 않는 편인데, 결혼 주제만큼은 수도 없이 썼다 지웠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심각하게 결혼에 대해 누구보다 고민하고 있는 대한민국 35세 미혼 여성의 입장에서 글을 써 보기로 마음먹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거나 미혼 여성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 주로 내 글을 읽어 줄 것 같았다.
 

인생을 살면서 만나는 여러 갈래 길 중에서 우리는 이번에 결혼을 만났다. 더 이상 피하지 않겠다. 다행인 건 아직 결혼을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혼주의인 사람은 그대로 살아가면 되지만, 어정쩡하게 나처럼 '결혼?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이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면, 이 글을 읽으면서 나와 같이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해 보자.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혼할 시기에 옆에 있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연애의 끝은 무엇일까?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이별 아니면 결혼

우리나라의 제도 속에서는 두 가지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20대의 나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35세에 내가 미혼 여성으로 결혼 계획도 없이 삶을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것을, 쉼 없이 해온 연애에서 나도 한때는 간절히 결혼을 꿈꾸던 날들도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결혼이 하고 싶다고 말했고, 상대방은 연애가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또 상대방이 결혼할 생각이 들 때까지 연애를 지속해야 했다.


사람마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시기가 다르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러기엔 주위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결혼 소식과 임신소식, 그리고 많은 걱정스러운 말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모든 일들은 다 때가 있다. 사람마다 그때가 다르다.'라고 한다. 분명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도, 괜찮았다. 하지만 안 괜찮은 날들이 더 많았다. 점점, 내 인생이 어떻게 되어갈지 걱정이 많아졌다.


얼마 전 나는 대학 동기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그 친구는 대학생 때부터 34살에 결혼할 계획이라고 계속 말했었다. (그 당시 주변 사람들 모두 믿지 않았다) 친구는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소개팅을 했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귀찮아하지 않았다. 그중에 소중한 인연을 만나 연애를 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다, 34살에 결혼을 했다.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그 친구에게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삶의 방향성을 배웠다. '결혼을 내가 원한다고 할 수 있구나.' 뭔가 머리를 맞은 듯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확고함이 이렇게 나타나는구나. 그전에 만나던 사람들 중에도 분명 좋은 사람이 있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상대방이 결혼을 하자고 해도 안 하더니, 결국 원하는 시기에 결혼을 하는 그 친구가 참 신기했다. 나는 결혼이라는 건 '언젠가 남자를 만나서 연애를 하다가 확신이 생겨,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팍 올 때, 그때 하는 건 줄 알았다.


서른다섯 살, 아직도 나는 사랑도, 연애도, 결혼도, 인생도 다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누가 나한테 '인생을 이렇게 저렇게 살아라.'라고 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남한테 내 인생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생각이 길어지면 결국 '될 대로 되라지.'라는 마음이 생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 우리 모두 인생에 중대한 결정을 한번 해보자. 지금이 그 시기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도돌이표 같은 고민을 하지 않겠다. 굳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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