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원래 계획 없이 살아가는 성향이면 상관없다. 인생을 살면서 딱히 계획을 짜 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 자연스럽게 이제까지 살아왔던 대로 그저 물 흐르듯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큰 틀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그렇다고 계획을 안 세울 수도 없다는 걸, 큰 틀은 세우되, 중간중간 조금씩 수정해 가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혼? 될 대로 되겠지.'라고생각만 하지 말고, '결혼할 사람이 없어요.'라는 말로 단정 짓지 말고, 결혼을 우리 인생의 계획 속에 넣어보자.
최소 1년은 연애를 해보고 결혼을 해야 한다?
연애기간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오래 사귄다고 결혼을 반드시 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지만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처음이야 누구든지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좋은 모습만 보여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내면의 모습이 나온다. 그래서 난 사계절은 만나보고 결혼을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연애 기간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귄 기간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실제로 만나 감정을 교류하고 사랑을 나눴는가를 말한다. 한 달에 1번씩, 일 년에 12번을 만나는 것과 한 달에 12번을 만나는 건 아예 다르다는 얘기다. 1년의 연애기간 동안, 최소 주 1회는 만나야 하지 않을까? 물론 장거리 등 각자 사정이 있는 걸 감안한다고 해도, 최대한 만나는 시간을 늘리고 최선을 다해서 서로를 알아가는데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한다.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 순간, 나만의 기준점을 세웠다. 40살이 되기 전에, 앞자리가 바뀌기 전에 하고 싶었다. 그래서 5년 안에 결혼한다고 정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한 번쯤 계획이 어그러져도 타격을 받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려고 하니 5년이 적당했다. 얼렁뚱땅 남들이 가니까,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져서 결혼을 하지 않기 위해 나만의 마지노선을 정한 것이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많이 갖기 위해 소개팅 요청을 주변에 해두었다. 최소한 신원이 보증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원했기에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을 찾아보았다. 검색 끝에, 나는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차나 술을 마신다는 독서 소모임에 등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시도해 보고, 그다음 계획으로 등산, 그다음은 와인 소모임 등등.. 자신의 기호에 맞게 성별의 비율이 5 : 5 정도인 모임을 선택하자.
소개팅에 나가서 첫인상이 내 이상형과 달라도 인성이 괜찮다면, 3번까지는 만나보기로 했다. 30대라면 더 이상, 밀당은 의미 없다. 마음에 들면 무조건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현해야 한다.소개팅이라면 최대 5번의 만남 안에, 그리고 2달 안에 상대방과의 관계를 정하겠다. 그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사계절은 만나보고 결혼 준비를 시작하겠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애매모호했던 내 이상형을 확실히 정해야 했다. 배우자감으로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종이에 적었다.A4용지 한 면이 가득 채워졌다. 뒷장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것을 겨우 멈췄다. 나는 생각보다 많을 걸 상대방에게 바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편으로는 평생의 배우자감을 결정하는 건데, 이 정도면 적은 편인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지만 나는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10가지를 추렸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잠시 펜과 종이를 꺼내서 적어보길 바란다. 내 배우자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들을 말이다.
적은 것들을 토대로 배우자 기도를 시작했다. 나는 시크릿 효과를 믿는다.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남은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게 해 달라고, 결국엔 내가 결혼하길 잘했다고 말할 수 있게, 좋은 배우자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달라고 기도했다.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이성을 만나는 일을 귀찮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