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공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는 내면아이 동화 3

by 이홍시




아이와 공

옛날 옛날, 어떤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사랑하는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공이 하나 있었어요.
늙고 아픈 할머니는 아이와 더는 놀아줄 수 없었지만,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그 공은 얼음처럼 투명하고 반짝거렸죠.
아이는 할머니와 노는 대신, 매일 그 공을 가지고 놀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아빠는 아이가 찬 공이 햇빛에 유독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 공 속에 무엇인가 들어 있는 것만 같았죠.
그래서 아빠는 그 공을 잡고 자세히 살펴보았어요.
아이가 얼른 돌려달라고 보챘지만, 아빠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살펴보았답니다.

그랬더니 글쎄, 그 안에 귀중한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건 아이를 위한 할머니의 선물이 분명해 보였지요.
아빠는 공보다는 다이아몬드가 아이를 위해 더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했어요.

“아빠, 돌려줘요! 내 공!”


“잠시만 기다려, 그깟 공보다 더 좋은 걸 줄게!”

아빠는 그 공을 갈라 아이의 손에 다이아몬드를 쥐어 주었어요.
마법처럼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는 황홀하고 어여뻤고, 멍하니 그걸 바라보는 아이를 보고 아빠는 흐뭇하게 웃었어요.

“어떠니? 이거라면 그런 공은 수십 개는 더 살 수 있단다. 할머니께는 또 공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되잖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훔쳤을지도 모르는데, 아빠니까 다 준 거야. 아빠는 너를 사랑하니까!

그러나 고개를 든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흥건했어요.
아빠는 놀라 물었지요.

“아가, 왜 그러니? 이건 어차피 할머니가 너에게 줄 선물이었단다. 공은 어차피 갖고 놀다 보면 바람이 빠지고 망가지게 될 거야.”


“알아요. 하지만 왜 하필 지금이었어요?”

아빠는 그 말에 큰 실수를 한 것을 깨달았어요.


공의 바람이 빠지고 아이가 다 커서 더는 공이 필요 없을 때쯤, 할머니가 더는 곁에 없을 때쯤, 자연스러운 위로와 도움이 될 만한 선물을, 아빠가 너무 일찍 열어버린 거예요.


그 때문에 아이는 할머니의 다이아몬드를 원망스럽게 내던지며 엉엉 울고 말았답니다.
아빠는 그 앞에서 머쓱하게 서 있었어요.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아빠의 손에, 아이의 유일한 친구를 잃어버린 기억을 만든 걸, 다이아 때문에 친구를 뺏긴 것 같은 경험을 준 걸 알아 버렸거든요.

아무리 할머니가 다시 공을 만들어준다 해도, 그 기억이 아마 없어지진 않을 테니까요.

아빠는 쓸쓸히 다이아몬드를 다시 주워 아이의 뒤를 좇았답니다. 아마 아빠는 한참을 사과해야 할 거예요.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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