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싸가지라는 말이 뱉어진 후...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 있다. 나에겐 곱창이 그런 음식 중에 하나다. 먹고 또 먹어도 정말 맛있어서 질리지가 않는다. 지난 저녁, 집에 반찬도 없고 특히나 국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내 줄 국도 없고 만들 시간도 없었기에 우리 둘은 배달음식을 먹고 아이들은 집밥을 해주자고 의견을 내면서 곱창을 시켜 먹자고 남편에게 제안을 했다.
"곱창을 먹으면 술이 생각나서 먹고 싶지 않아, 다른 거 먹으면 좋겠어."
".... 그래? 알았어.................."
남편이 술 마시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술 때문에 내가 먹고 싶어 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곱창을 못 먹게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안 그래도 병이 도진 시즌인데 더 야속하게 느껴지고 남편이 너무 미워졌다. 그런 마음 상태로집에서 대충 밥을 때우는데 다 이 사람 때문인 것 같고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 싶은 생각에 같이 있는 것도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빨리 먹고 먼저 일어나 주방으로 가버렸다. 얼마나 숨통이 트이던지...
그날 밤, 나는 새벽배송으로 곱창을 시켰고 다음 날 점심, 함께 밥을 먹는 식탁에 보란 듯이 곱창을 떡 하니 올려놓았다.
"이게 뭐야?
"곱! 차앙!!"
"헉, 왜 이렇게 집착이 심해??"
"뭐? 집착? 집착이라고?? 진짜 싸가지없게 말한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
나는 솔직히 결혼을 하고 남편에게 이렇게 심하게 말을 해본 적이 처음이다. 나도 참 새가슴이지.... '싸가지'라는 단어가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것은 진심이라는 반증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는지 땀이 쫘악 나기 시작했다. 순간 너무나도 부끄러워 그 단어를 다시 주워 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그렇게 말해서 미안.. 미안해"
속으로는 지금 누가 누구한테 미안해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으나 바로 직전에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는데 차마 이 말을 솔직하게 꺼낼 수가 없어서 혼작 삭혔다.
누가 누구한테 사과해야 되는 걸까?
집착이라고 한 자가 누구였던가?
그래, 집착이란 단어에 집착하지 말자라고 계속 되뇌고 있는 나, 진짜 집착이다.
아무리 밉고 싫어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데 오늘 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사과하기를 잘했다. 다시는 이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없는 날들만 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