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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쮸's 인디무비]  이별을 반복할 용기

‘이별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감독 이예주, 9분 12초)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갑작스러움’이다. 물론, 모든 이별이 고통스럽지만, 전혀 직감하지 못한 이별에는 완충재가 없다. 방어할 필요가 없었던 무방비 상태의 가슴에 믿었던 사람의 직격타가 꽂힌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활짝 열어둔 가슴에 비수가 날아온다.



그 고통은 가장 먼저 현실 인식을 더디게 만든다. 꿈을 꾼 것은 아닐까, 자고 일어나면 달라져 있지 않을까, 장난 친 것은 아닐까, 도무지 이별을 믿을 수 없어 매달려도 보고 소리도 쳐본다. 마침내 내가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상처 받은 자가 사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만큼 한 사람이 무참히 꺾인다.



씨네허브 단편영화 상영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감독 이예주, 9분 12초)는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짧은 시간 동안 밀도있게 보여줘 관객에게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별을 통보한 예주와 통보받은 은민, 이 영화에서 중요한 사건은 단지 이것 뿐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두 여배우의 연기력과 캐릭터의 개성은 더 이상의 사건 전개 없이도 긴장감을 만들기 충분하다.  



여기에 두 연인의 특수성이 더해져 특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예주와 은민, 이 둘은 여고생 동성 커플이다.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여고생이라는 설정은 자칫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동성애’ 에 대해 관객이 이해할만한 여지를 더욱 열어준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이별의 과정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또 다른 아픔을 보여준다. 바로 이별을 통보한 자의 남모를 고통이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린다는 것은 이별을 통보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도 깊은 공허와 아픔을 남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별을 하고, 다시 사랑하는가? 포기하지 않고 그 과정을 반복할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걸까?








<영화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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