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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쮸's 인디무비] 나란히 걷기

‘을의 로맨스’(감독 고훈, 31분 36초)

장애인과 만났을 때 비장애인이 겪는 일반적인 감정은 ‘도와주고 싶고, 도와줘야 한다고 배웠지만,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는’ 당혹감이다. 익숙지 않은 손길을 어설프게 내밀었다가 오히려 민폐가 되거나, 값싼 10원짜리 동정으로 전락하여 본의 아니게 마음의 상처만 입힐 수도 있다. 



혹자는 선의로 돕겠다고 나섰는데, 동정이라고 힐난하는 것은 자격지심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장애가 있으므로 무조건 도움받아야 한다는 발상도 그들에게는 마음 상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미 남들과 조금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삶을 살아갈 스킬을 터득한 이들은 그저, 자신을 남들과 똑같이 대해주길 원한다. 



씨네허브 단편영화 상영관에서 볼 수 있는 ‘을의 로맨스’(감독 고훈, 31분 36초)는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현수와 그를 사랑하지만 장애 앞에서는 어찌할 바 모르는 여자친구 신애의 이야기다.  



현수와 같은 직장에서 만나 그를 겪어온 신애는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현수의 장애를 의식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를 보고 웃는 현수, 배려심 깊고 자상한 현수에게만 쏠려있던 그녀의 시선은 친구들을 만난 순간부터 다리로 향한다. 막상 친구들에게 현수를 소개하려 하니 그의 장애가 어떻게 비칠지 신경 쓰이는 것이다.  



남들과 똑같을 뿐 아니라, 완벽하기까지 했던 남자친구는 그 순간 짧은 다리 하나 때문에 불쌍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 신애에게 현수의 다리는 완벽한 남자친구에게 흠집을 내는 유일한 장애물, 그를 자꾸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유일한 오점이 되어 버린다. 



현수는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어릴 적 다리가 불편한 그를 두고 형과 엄마는 앞서 걸었다. 그러다 우연히 현수의 옆에 서게 된 형은 그가 생각보다 잘 걷는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현수는 안타까워한다. “진작 손이라도 잡아줬으면 나란히 걸을 수 있었을 텐데...”





그저 손 잡고 조금만 발걸음을 맞춰준다면, 옆에서 나란히 걸을 수 있다. 신애가 현수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순간, 그녀의 남자친구는 다시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으로 돌아온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연인 간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영화 보러 가기>



http://darkorange87.cafe24.com/2017/02/05/%EB%82%A0%EC%AE%B8s-%EC%9D%B8%EB%94%94%EB%AC%B4%EB%B9%84-%EB%82%98%EB%9E%80%ED%9E%88-%EA%B1%B7%EA%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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