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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 Dec 30. 2023

일상의 작은 목적

계획과 목표가 없는 삶

일년이 다 갔다. 얼마전 프리퀀시를 모아서 받은 스타벅스 플래너에 1년동안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다. 그 당시에는 큰 일이었던 일들이 지나고 보면 그저 그런 일들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별 거 없이 일년이 갔구나, 생각하면서 다음 해는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새로운 회사에도 어느덧 적응을 해가고 있는 때에 공허함과 허무함을 느꼈다. 그동안은 취업과 공부에 어느정도 계획이 있는 터라 그. d-day만 넘기면 행복하겠지 생각하며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작은 계획들은 나에게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모든게 끝나고 몸과 마음이 편안한 지금,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머리는 가볍지만, 보람차지 못한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죄책감을 만든다. 또다른 목표를 위해 다시 달려나가야만 내가 오늘 하루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느낌이다. 내 평생의 과제는 ‘삶의 이유를 찾는것’ 오로지 그것을 향해 일상을 견딘다.


어떠한 보람도 찾을 수 없는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혹여 내가 집중해야 할 무언가가 있을때, 그 일에 방해받지 않지 위함이다. 다행히도 반토막 난 연봉에 나를 맞춰가며 살아가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돈보다는 내 몸과 마음의 평화가 우선인 사람인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나는 늘 내 인생의 다음 단계를 위해 현재를 살아간다. 지금의 어려움은 미래를 위한 시간이라 안심시킨다. 영원히 이런 상태일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사로잡힐 때면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고, 해낼지도 모른다며 위로한다. 지금껏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고 있던 모든 일을 어쨌든 해냈다. 내가 생각한 나보다 실제의 ‘나’는 더 대단한 존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믿음을 지속적으로 갖고 살기는 쉽지 않다.


나 스스로에게 정한 꿈을 위한 시간에 마지노선을 정해놓았다. 서른, 또는 만 서른이 되기까지만 나의 방황을 허락한다. 이후에는 현실에 타협하며 내가 하고싶은 일이 아닌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자 다짐했다. 이런 다짐은 꿈을 실현시키는데 첫 시작을 할 수 있게 했다. 망설이기만 했던 극본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다음 직장을 위한 공부도 막 시작한 참이다. 이렇게 살아가는게 맞는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되고 있다. 해답을 찾기 어려운것을 알기에, 답을 얻으려 노력하지 않는다. 훗날 답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절대적인 답이라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확신에 차서 섣불리 행동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오늘과 일주일 안의 작은 목적을 위해 살아갈 것이다.  현재의 미래지향적인 문장들이 미래에는 과거형이 되어있기를 바란다. 적어도 도전은 했으니 후회하진 않겠지 생각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남들의 속도에 연연하지 않으며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들을 보내본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오늘의 목적을 위하여 시간을 보낸다. ‘아무것도 할게 없어’보다 ‘할게 너무 많아서 바빠’의 인생을 살아보자. 할일과 목적이 없는 것 만큼 무료하고 지루한 시간은 없을테니. 어쨌든 오늘 하루도 일상의 작은 목적을 위하여 시간을 보내본다. 작은 글쓰기, 작은 일기쓰기, 작은 공부하기. 거창하지 않아도 위대하지 않아도 계속해나가자. 계속하는 것의 힘은 어떤 힘에 견주어도 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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