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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 May 03. 2020

사랑하고 싶어요, 나를.

이제 다이어트 그만 할래요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살이 찌기 시작했다. 원래 나는 밥을 아주 천천히 먹는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때 모든 아이들이 밥을 다 먹고 급식실을 빠져나갈 때 나는 반도 채 못 먹던 그런 아이였다. 중학교에 올라가고, 다양한 친구를 만나면서 다양한 식습관을 마주했다. 나보다 밥을 빨리 먹는 친구, 밥을 덜 먹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의 식습관도 변하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때와 달리 중학교로 올라가면서 쉽게 살이 쪘고, 요란하진 않지만 틈틈이 급식 먹는 양을 줄이고 줄넘기를 하면서 다이어트를 했다. 썩 마음에 들진 않아도 내 나름의 노력으로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12시간 이상 학교에 있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살이 본격적으로 찌기 시작했다. 짐작하건대 15kg 이상 쪘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살이 찌고, 교복이 작아지고, 사진에 예쁘게 나오지 않는 나 자신을 보면서 매일매일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살이 빠지고 행복해질 것이다라고. 이 희망사항은 불행하게도 지켜지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고 닭가슴살과 토마토를 먹으며 9kg 정도 감량을 했지만 평생 먹을 수는 없는 식단이기에 몇 년을 되돌아 그 살은 다시 쪘고 학업, 실습, 요요로 돌아온 나의 모습에 더 스트레스를 받아 고등학교 때 몸무게로 돌아가기도 했다.


사소한 변화가 체중의 감량을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의 나는 조급하다. 내일은 닭가슴살만 먹어야지, 야채만 먹어야지, 탄수화물은 절대 먹지 않고 2시간 동안 운동을 해야지 매일 밤 결심한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냉장고 문부터 여는 습관을 가진 나에게 그런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식욕억제제도 시도해봤고 다이어트 프로그램도 도전해봤다. 운동은 열심히 할 수 있었으나 '식욕'을 제어할 수 없었다. 나는 음식에 대한 욕심이 너무 강했고 과한 집착을 했다. 힘들고 지치는 일상에서 유일하게 행복을 주는 수단이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음식만 먹으면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낌에도 한편으론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서 동시에 불행해졌다. 그렇게 스물다섯의 나이까지 나는 행복을 모르고 살았다.


신체에 생기는 모든 문제는 다 살 때문이라고 엄마는 항상 말했다. 몸에 열이 많은 것도, 두통이 자주 오는 것도, 얼굴에 트러블이 자주 생기는 것도 모두 살 때문이라고 했다. 부정하지 않았다. 살이 찌기 전의 나를 생각해보면 원래 손, 발에 땀이 많은 편이었지만 지금만큼 열이 많았던 것 같지는 않다. 변화가 필요함을 스스로 느끼고 있음에도 그 작은 것조차 바꾸기가 힘이 들었다. 


나를 사랑하는 첫 번째 단계는 나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인정이 시작돼야 변화도 시작된다. 남들이 해내는 모습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만 했지 내가 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체중을 감량하고, 외적이 모습에서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다이어트가 아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건강한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과한 식욕을 억지로 참지 않고, 적당량을 건강한 만큼 추구할 것이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피하고 숨는 것도 그만할 것이다. 남들이 다이어트에 대해 내게 했던 말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고 무례한 것이었다. 누구도 나에 대해 함부로 말할 권리가 없음에도 늘 내가 잘못한 것처럼 나를 옭아매었다. 더 이상은 스스로 불행을 자처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의 과제를 주고 칭찬할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나를 사랑할 날이 오지 않을까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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