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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n 08. 2023

26.제발 주어 좀 얘기해 줄래?

<제발 말 좀 똑바로 해주면 참~좋겠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 수록 자기 세상에 빠져있고, 공감력이 떨어져 타인이 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고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경향이 많은 듯하다. 특히 대화법에 있어서...

 그러나 생각보다 타인은 내 상황을 모르며, 내가 말하고자 하는 앞뒤 맥락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


 여기서 '나이 든'은 굉장히 연로한 어르신을 말하는 것이 아닌,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20대 이상의 성인을 말한다. (대체로 내가 커뮤니케이션하는 20대에서 50대 사이의 보통 성인이다.)


 요즘 어린아이들이 문해력 떨어진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데, 솔직히 30~40대 직장 동료와 업무 이야기를 할 때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과연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의 언어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어린아이와 나누는 대화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때가 많다. 다 큰 어른의 상술 능력이 이렇게까지 떨어지는 것이 상당히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대체로 요즘 사람들은 언어의 서술력, 표현력, 문장 제조력과 전달력이 모두 부족할 수밖에 없다. 

 워낙 영상 위주로 정보를 얻는 시대이다 보니 논리적으로 글을 쓰고 말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신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함께 대화하는 상대편만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주어를 빼고 말하는 것이다. 

 자기 생각, 자기 세상에 빠져 중요한 문구는 다 빼고 지금 말하고 싶은 일차원적인 단어로만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주어나 핵심내용이 빠진 업무 요청 내용에서 상대편은 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이런 화법을 가진 윗 사람이 업무 지시를 한다면? 진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미궁의 스무고개가 시작이 된다. 

 상사에게 자세히 물어보면 되잖아라고 생각하겠지만,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윗분께 디테일하게 질문을 던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마도 이런 의도가 아니셨을까 하는 옵션 A, B, C 방향을 모두 준비하게 된다. 어떨 때는 그중에 정답이 있고,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의도일 때도 많다. 뭐 윗사람이야 대충 주제만 던져도 실무자가 알아서 구체화하고 아이디어를 실체화해야 하는 것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오케이 여기까진 이해!)


 그러나 함께 일을 해야 하는 동료들과 소통에서 발행하는 커뮤니케이션 오류는 정말 업무 진행을 어렵게만 만든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생각의 정리를 체계적으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말로 내뱉기 전에 업무의 전후 관계나 우선순위를 정리하여 필요한 핵심 요소 위주로 소통해야 하는데 일단 하고 싶은 말을 불같이 내지르고 보는 유형들이다.

 "제가 성질이 급해서요. 제가 헐랭이라서요."등의 변명을 많이 하는데,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상당히 업무에 있어서 무책임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스크립트를 직접 준비하여 남들 앞에서 큰 발표를 해본 경험이 적은 경우에 흔히 일어나기도 한다. 공식석상에서 대화를 자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언어의 표현이 논리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제한된 시간 내에,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어떤 주제를 핵심적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이해할만한 쉬운 문장을 이용해 전후 관계를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공식 석상에서도 일반 대화식의 구어체로 화법을 이어간다.

 업무 미팅 중에 주어, 목적어, 서술어 위치를 뒤죽박죽 섞거나, 임의대로 자기 머릿속에 있는 핵심 내용을 생략하고 대충 말하게 되면 상대편은 정확하게 핵심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미팅이나 업무 소통은 당연히 모든 주어를 정확하게 내뱉아야 하고, 서술어로 명확하게 마무리되어야 한다. 너와 내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지라도 중요한 명사는 다시 한번 강조하거나 끊어 말하는 형태로 리마인드 시키는 것이 좋다. 


 대체로 사람들은 '저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라고 착각하여 중요한 주어나 설명을 생략하고 대충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안하다. 

 다른 사람들은 당신의 마음을 읽을 그런 독심술이 없다.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라 생각이 되더라도 구체적으로 주어 자체를 언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불필요한 행위가 아니다. 업무에 있어서 오류 없이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행하는 반복적 언급과 재확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사실 회사에서 동료&상사와 미팅을 할 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꽤 많은데 그럴 때 원인은 대체로 주어의 부재였다.


 누구나 말을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발이 좋은 것과 구체적으로 타인의 입장에 서서 설명을 구체화하는 것은 다른 부분이라 생각된다.

 언어를 조리 있게 말하기 어렵다면 육하원칙, 기승전결, 원인과 결과를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도록 신경을 쓰면 된다. 또한 주제를 두괄식으로 발언한 뒤 뒷받침 사례를 뒤쪽으로 배치하여 설명하는 것이 기억이나 이해에 있어 굉장히 효과적이다.

 이도 저도 다 어렵다면 최소한 주어는 생략하지 않아야 한다.


 주어를 생략하고 하려는 말을 대충 해버리는 것은 유아적인 화법에 그치지 않는다.(아기들이 대체로 그렇게 말한다. 자기 세상밖에 없기 때문에.)

 주어를 말하긴 하는데 지시대명사인 그거/저거/거시기 등으로 대체 무엇을 지칭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고유 명사로써 주어를 꼭 말해주기 바란다.


 논리적인 화법과 공감능력은 지적 수준을 대변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듯하다. 

 말을 대충 하는 버릇을 들이면, 논리적인 사고의 전개도 막히게 된다. (주위에서 감정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잘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봤다면, 평소에 생각 없이 말을 막 하는 습관이 있을 수도 있다. 늘 마음속으로 생각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보면 도움이 될 듯하다. 내가 납득이 안되면 타인도 내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상대편이 오늘 처음 듣는다면 그에 따라 필요한 배경지식, 사례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한데, 이건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내 이야기를 들을 상대와 입장 바꿔 생각할 수 있다면, 그냥 불친절하게 내가 할 말만 대충 내지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아주 개떡 같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당히 덜떨어지고 배려가 없어 보인다. 


 한국어로 말하고는 있지만, 초등학생 소통 수준 정도의 화법을 쓰는 성인들도 상당히 많다. 사용하는 단어의 고급스러움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어휘력이 부족한 경우도 꽤 많다. 그러나 쉬운 단어를 통해서도 상대편과 논리적이고 충분히 공감되는 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러니 제발 주어라도 생략하지 말아 주세요!

 날마다 대충 말하는 사람들에게 서너 번씩 스무고개 형태의 예상 질문을 하는 것도 힘이 든다.

 문해력뿐만 아니라 상술 능력, 서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과 업무를 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성 및 정확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본인이 멍청하게 말해서 상대편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두세번 업무를 고쳐야 하는지 반성 좀 합시다!)


 내가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윗사람의 대충 화법에서 "0000(정확한 주어)를 말씀하시는 것이죠?"라고 재차 확인하고 대화의 주어를 찾아드리거나 서술어를 정정해 드리는 것이다.


 말 좀 똑바로 하고, 업무 정리와 요청사항만 명쾌하게 전달해도 업무의 완성도가 올라가 서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유치원생만도 못한 언어 수준에서 징징대며 조르는 수준 이상도 아닌 대화 속에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내기에는 정말 수.고.로.운 일들이 많다.


 주어는 도대체 어디 빼먹으셨나요??

 본인 머릿속에서 상상과 전개가 끝난 이야기를 상대편은 알리가 없죠.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대체 무엇인지, 주어는 생략하지 말고 부연 설명을 들어봐야 상대도 이해하지 않을까요?

 다짜고짜 감정 섞인 불필요한 말을 내뱉는다? 그러지 말고, 함께 일하는 동료를 배려하여 정확하게 이야기하자고요. 단어 하나 더 말한다고 어떻게 되는 거 아니잖아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느낀 것이 하나 있다.

 두 번 세 번 말했는데도 처음 듣는것 같은 해맑은 학생들의 눈망울~(처음엔 당황했으나, 곧 적응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 수십 번 상기시켜 줘야 겨우 한번 알까 말까 한다는 것을.)

 당연히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어로 강조하고 서술어로 확언해도 다들 딴 생각을 하고 앉아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당신 마음대로 주어도 빼고 서술어도 얼버무리면 이 소통은 얼마나 개판이겠냐구요???

 다들 동상이몽 하고 있는 판에 한 놈이 정신 차리고 교통정리를 해야 그나마 회사가 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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