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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Aug 27. 2023

36.놀고먹기 위해 시작한 미라클 모닝

<새벽은 몇 시부터일까?>


 미라클 모닝.

 이 명칭은 마치 미라클을 일으켜야 할 것 같다. 부담스럽다. 

 나는 기적을 위해서 이른 아침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이 시간들이 누적되면 어떤 결과들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이른 아침을 시작한다고 무조건 기적의 인생을 만든다는 것을 내려놔야 마음 편히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벽 기상은 그저 사소한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퇴근 후 휴식의 확보.

 일과를 마치고 귀가한 뒤 저녁에 막연히 쉬는 것에 죄책감이 생기지만 무언가를 더 할 에너지는 없었다. 그렇다면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뭐든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짧지만 맘 편히 쉬고 차라리 의미 있는 일은 다음날 새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난 저녁에 놀고먹으려고 미라클모닝을 시작했다.



 이로써 나는 24시간 모두 갓생이 아닌 저녁에는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열심히 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남들처럼 저녁에 맘 편히 놀고 싶어서 새벽에 일어나는 선택을 했다.

 하루종일 일 하고 와서 집에서도 갓생 사느라 쉴틈이 없어서 스트레스였는데, 그렇다고 밤에 놀면 허무해서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게 밤과 새벽을 구분해할 일을 나눠 넣고 밤에 신나게 놀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계획한 일을 해내니 만족감이 상승 중이다.


 꼭 어떤 것을 아침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건 간에 밤에 하는 것이 더 잘 맞다면 밤시간을 활용해도 좋다. 시간대가 중요하다기보다 지속성이다.

 내가 믿는 것은 아침이든 저녁이든 꾸준한 어떤 시간들의 합이다. 어떤 것을 행하는 시간들의 집합이 커질 때 그 행동은 힘이 생긴다. 

 반복된 그 행동은 어떤 길을 열어주고 새로운 것으로 이어진다. 그 합은 점점 커진다.


 우리가 살아가며 행동하는 사소한 점들은 결국에 이어지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것을 이어주게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그 점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내가 새벽을 선택한 이유는 효율 때문이다. 같은 시간 투자대비 최대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다.

 1시간을 투자하면 3~4시간 같은 결과를 뽑아낼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24시간을 30시간 가깝게 만드는 기적이다. 

 저녁의 1시간과 새벽의 1시간은 차원이 다르다. 

 그러니 새벽 5분이 저녁 1시간과 맞먹는다는 말도 나왔을 것이다.

 물론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연습이 필요하다. 조급하게 성과를 바라서는 안 된다. 나도 처음에는 기면 상태로 책을 읽었다. 다음날 기억이 나지 않아 같은 부분을 다시 읽기도 했다.


 퇴근 후 내가 독서를 할 때 1시간에 읽을 수 있는 양은 아침과 비교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저녁시간은 피곤해서 릴랙스를 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손에 들고 있지만 멀티태스킹 독서를 했다. TV를 보며, 간식을 먹으며, 고양이랑 놀며, 핸드폰을 뒤지며 산만하게 독서를 한다. 채 2~3장을 읽기가 어려웠다.

(멀티태스킹은 뇌 과학 연구 결과 업무의 효율 및 결과를 극도로 떨어트리는 좋지 못한 방법이다.)

 

 새벽에 눈을 뜨면 각오부터 다르다. 

 이 시간에 일어났는데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날릴 수는 없다.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면 차라리 잠을 더 자는 게 낫다. 그렇게 선택한 기상이니 단호한 각오로 책을 펼친다. 이 시간은 핸드폰 광고 알림조차 오지 않는다. 귀찮게 구는 사람도 없고, TV 소리도 없이 아주 고요한 세상이다.

 이제 출근 전까지 최대한 책에 빠져들기만 하면 된다.


 5시 기상이 익숙해지는 데는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5시도 이제 점점 부족하다. 

 새벽의 효율을 맛 보니 점점 중독이 되고 있다.

 이러다가 4시에 일어나야 하는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밤에는 사람이 늘어지지만 아침에는 활기가 생긴다. 뭐든  해내고 싶은 열정이 넘친다.

 밤의 시간은 막 보내지만, 아침의 5분은 아까워서 핸드폰도 보지 않는다.

 밤 시간은 데드라인이 없다

 물론 잠을 자야 하지만 잠을 포기하면 2~3시까지도 핸드폰만 하며 멍하니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침 시간은 데드라인이 있다. 

 출근 준비시간 전까지만 자유롭게 이 시간을 쓸 수 있다. 내겐 1시간 30분이라는 마감이 정해진 시간이다.


 마감효과는 이미 어릴 때 스스로 검증했던 공부법이다. 

 가족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를 했는데 그 30분 동안 엄청난 능률을 올릴 수 있었다. 겨우 30분이지만 쫓기는 마음으로 공부를 해나가며 폭발적인 집중력을 발휘했고 많은 양의 공부를 해치울 수 있었다. 

 마감효과방법은 정신적인 피로도가 큰 행위기 때문에 긴 시간동안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운이 좋아 5시에 기상하는 것을 여름에 시작했다.

 이른 아침 기상을 원한다면 일출 시간이 이른 여름부터 시작하는 것이 꽤 도움이 될 듯하다. 

 7월쯤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에 밝았다. 요즘은 5시가 한참 넘어도 어둡다.

 오늘(8/27) 일출 시간은 AM 5:57이다


 겨울이 되면 아침에 기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미라클모닝이라며 새벽으로 기상습관을 바꾸려면 여름보다 더 괴로울 것이다.

 요즘은 이른 아침 일어나 베란다 창문을 열고 그 앞에 앉아 시원하지 않은 습한 여름바람을 느끼며 잠을 깨운다. 360ml 물 한잔을 마시고 커피를 룽고로 내린다. 이제 책을 읽으면 된다.


 보통은 알람시계 없이 아침에 일어난다. 알람보다 먼저 일어나 알람이 울리기 전에 알람을 비활성화한다. 이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만들어온 습관인데 워낙에 예민한 성격이라 아침부터 알람 소리에 깜짝 놀라는 것이 싫어서 스스로 눈뜨는 연습을 했다. (자동기상. 이것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

 요즘은 그보다도 고양이가 이미 4시부터 칭얼대며 천천히 기상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한다. 참 효묘다.


 고등학생 때야 누구나 미라클모닝 같은 걸 할 수밖에 없지만, 다 큰 우리도 새벽 시간을 잘 써서 인생에 기적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아침까지 안 자서 기적을 만든 적도 있다. 무조건 아침에 일어나서 이렇게 살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가지 내 경험을 말하자면, 난 미라클 나이트를 더 즐겼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디자인과를 나왔는데, 밤새서 작업할 일이 많았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건 과제를 미뤄서이기도 하고 전체 과목에서 과제가 많아서이기도 했다. 방학숙제용 과제도 있었는데 개강 하루전날 밤을 새워 과제를 해내기도 했다.

 석사 때는 논문을 쓰느라 미라클 모닝 시간대에 집으로 향했고 아침에 잠시 눈 붙이고 하루종일 집필에 전념했다. 그 시절에 새벽 별을 보며 하교를 하면서 시원하고 파란 하늘을 보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미라클 모닝의 의미가 무색하게 새벽에 일어난 것이 아닌 새벽까지 안 잤던 삶이었다.


 다시 아침 기상으로 돌아와서.

 처음에는 나도 새벽 기상에 대비해서 알람 시계를 맞추었다. 어쩔 수 없이... 알람이 울리면 깜짝 놀라며 경기를 일으키듯 눈을 뜬다.

 시작부터 알람소리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일단 놀랜 가슴을 진정하며 아이패드로 책을 읽었다.

초반에는 종이 책을 읽었는데 자꾸 졸음이 쏟아져 의도적으로 청색광 노출을 꾀하기 위해 아이패드 독서로 잠을 쫓았다. 밤시간 전자기기의 청색광은 깊은 수면을 방해하지만, 새벽시간의 청색광은 오히려 잠을 깨는데 도움이 된다.


 새벽기상에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던 이유는 전날에 그 비밀이 있다. 별건 아닌데 당연히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수면 양(시간)을 추적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7시간 정도면 충분한 수면이 된다는 마음으로 일단 눈을 떠야 한다. 처음에는 일찍 자도 일찍 일어나 지지 않고 더 많이 자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나름 잠이 많고 은근 게으른 우리 남편을 대상으로 지켜본 결과, 처음에는 짜증을 내며 같이 일찍 잤지만 점점 그도 일어나는 시간이 빨라졌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도 조금만 의지를 가지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조기 기상에 대한 별다른 의지가 없는 우리 남편도 자연스럽게 일찍 눈을 뜨고 있다. 특히 출근에 압박 없는 주말마저도 일찍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새벽 기상의 성공법은 일단 무조건 일찍 자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극단적으로 8시 반에서 9시 사이에 잤다. 그렇게 수면 시간 총량을 8시간으로 만들어냈지만 이른 아침 기상이 어려웠다. 그러나 몸은 생각보다 쉽게 적응했다.


 새벽 기상의 성공을 위해 전체 수면의 양이 극단적으로 줄어서는 안 된다. 생각보다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나는 것이 지속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찍 일어나기 1회가 아니라 새벽 기상의 지속성이니까.

 요즘은 조금 익숙해져서 전날 최대 10시 까지는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미룰 수는 있다.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것은 9시 30분 이전에 수면에 들어가는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잠자리에 들어가며, 기상 시간을 점점 앞당길 수도 있다.

 이미 몇 번 4시 반 언저리 기상을 테스트해 보았는데, 아직은 4시경에 일어나는 것이 낮의 활동에 지장을 주어 조금 힘들긴 했다. 나는 최소 7시간 이상은 자야 했다. 사람마다 다르니까 몇 가지 옵션으로 테스트를 해보면 된다.


 몇 해 전 요가 지도자 과정에 참가하며 몇 주 합숙을 했을 때였다. 

 매일 아침 5시에 기상해 5시 30분부터 명상과 호흡수련이 시작되었다. 그때는 5시 기상이 너무 힘들었는데 두 가지 원인은 이른 시간 기상이 습관이 되지 않은 것전날 너무 늦게 잠을 잤던 것이었다. 

 해부학이나 요가 역사 등 공부할 것이 많아 밤 11시가 넘어도 잠을 자지 않았다. 전체 6시간 이하의 수면은 그 어떤 시간대 기상이라도 힘들게 깨어 굉장히 몸을 피로하게 한다. 수면 부족은 낮 시간 다른 일의 집중과 효율성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지도자 과정이 끝나는 날까지도 5시 기상은 너무도 괴로웠다.


 그러나 요즘은 5시 기상은 생각보다 가볍다.

 계절마다 우리 신체가 다른 반응을 보이므로, 겨울로 갈수록 아침 기상이 힘들어질까 봐 걱정이 된다. 아직 나는 새벽 기상의 여름 버전밖에 모르고 있다.


 스님들의 기상시간은 새벽 3시라고 한다. 스님들은 평균 6시간 정도 수면을 취한다. 일반인과 다르게 명상과 참선을 하며 뇌를 쉬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평온하고 무리 없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속적으로 6시간만 잘 수는 없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출근 전 갓생 한번 제대로 살아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려면 최소 전날 8시에는 잠들어야 7시간 수면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스케줄로는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퇴근 후 요가하고, 골프레슨을 받고 집에 오면 8시 20분. 이 이후 1시간은 쉬는 시간이다. 샤워하고, 내일의 출근 옷을 고르고, 고양이 수발을 들고, 맥주&저녁을 먹으며 빈둥대기를 컴팩트하게 보낸다.

 쉬는 것도 상당히 치열하다. 그렇게 1시간여를 보내면 9시 30분. 이제 잘 시간이다.


 내일 아침 5시 기상을 위해~


P.S

새벽 기상의 부작용도 있다. 오늘은 일요일.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났다.

1시간 30분간 독서 후 골프를 치러 갔다.


그러나 골프를 치고 나와도 아직 세상이 깨어나지 않았다. 

도서관, 마트. 모두 9시 오픈이다. 한번 나온 김에 모든 볼일을 마치고 들어가고 싶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또 다른 단점 중 하나는 인간관계를 맺을 시간이 없는데 나는 타인으로부터 만족과 위로를 받는 사람은 아니므로 이렇게 혼자 놀고, 혼자 공부하고, 혼자 내 생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삶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말하고 보니 이것은 전혀 단점은 아닌데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조금 어려워 보이는 생활이긴 하다.


 마지막 단점. 저녁 회식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갓생 방해의 제1의 적. 새벽 기상 후 아직 회식은 없었는데 조만간 하게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요가와 골프레슨은 포기해야 한다. 어쨌든 9시 전에 귀가 후 9시 반까지는 잠을 자야 다음날 미라클스러운 모닝을 맞이할 수 있을 듯하다.


 마지막.

 대체 언제 노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요즘은 나도 이제 퇴근하고 집에 와서 해 떨어지면 논다. 물론 놀기 전에 요가도 해야 하고 골프 레슨도 받아야 하지만, 1시간 정도는 맘 편히 놀다가 잘 수 있다. 골프 레슨이 없는 날은 2시간을 놀 수도 있다. 더 길게 놀아봐야 1시간을 노는 거나 3시간을 노는 거나 만족도는 비슷한다. 

 공부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은 시간이 느는 것이 만족감에 비례하지만, 무의미하게 빈둥대는 놀음은 길게노는 것이 꼭 만족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 그래서 컴팩트하게 1~2시간으로 밤 시간을 즐긴다.


진짜 마지막.

나도 30대에는 일만 하느라 놀지를 못했다. 매일 야근을 했고 내 인생을 일에 바쳤다. 요즘은 야근을 많이 하지 않는다. 뒤늦게서야 노는 법을 깨달아서 혼자 놀려고 칼퇴를 고수하고 있다. 

약속 있으세요? 네, 저와의 약속이 있어요.ㅎ

그리고 술은 뭐니뭐니 해도 혼술이 짱이다.


*새벽 : 자정~AM 6:00

적어도 5:59분에는 일어나야 새벽에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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