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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May 12. 2023

33.나에게 건네는 매일의 위로

<요가는 목적지가 아니라 흐르는 시간의 연결>


 우리가 무엇을 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지난하고 지루할지라도 언젠가의 성취와 결과를 위해서 이겨내야 하기에 그 노력이라는 것은 인내하며 그저 겪어 나가야 하는 시간들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떤 것을 반드시 결과물로 도출해 나가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의 보편적인 시스템이다. 그것이 현대 사회의 효율이며 성장 동력이었다. 성과 없는 노력은 시간 낭비 혹은 가성비 나쁜 투자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런 나의 생각들은 요가에서도 이어진다.  아직 부족한 것을 만들어 가는 시간을 오롯이 하나하나 음미하며 살아가지 못했다.

'지금을 다듬어 가는 과정'은 그저 빨리 지나가야 하는 시간으로만 여겨 소중하게 그 시간들을 통과하지 못했다. 오로지 목표라는 정상의 순간만이 이 수련의 목적이고 나를 찬란하게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가는 결실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현재 수련이라는 과정의 시간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오늘이라는 현재가 모여 인생을 완성한다. 오늘을 돌아보고 나를 정리한다는 것은 내일을 위해 중요한 시간이다. 부족한 오늘도 내일을 위한 소중한 바탕이 되고 만족스러운 오늘도 내일을 위해 중요한 시간이 된다. 오늘의 모습이 어떻든 간에 내 인생 전체로 봤을 때 오늘의 시간은 그 자체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삶의 징검다리가 된다.


 오늘의 수련을 채워 나는 생활의 밸런스를 위해 조금씩 걸어간다.

 나에겐 이렇게 매일 중심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오늘의 수련이다. 일상에서 수없이 겪는 부조화로운 상황이지만 수련을 통해 내 몸과 마음에 직접 위로를 건넨다. 남이 해주는 위로는 머리로는 이해가 가고 고맙지만 실제로 내 마음이 달라지지 못한다.

 "그렇기에 나는 수련을 한다."


 요가는 스포츠도 아니고 수치기록이나 가시적 결과를 따내는 운동 종목도 아니다. 요가는 그저 매일을 시간을 만들어간다는 그 자체의 수련이다. 숨을 쉬듯, 밥을 먹듯 그저 오늘도 해내가는 과정의 시간들로 만들어지는 것이 수련이다. 그렇기에 한 번에 몰아서 해치워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목표에 도달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요가는 과정의 시간으로 매일매일을 지나가는 그 시간을 목표로 한다. 아사나만을 목적으로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나를 채우는 수련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렇기에 요가는 목적지가 아니라 흐름 형태이자 유기적인 시간의 연결이다.


 요가는 산 정상이 목표가 아니라 정상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을 쌓는 그 자체'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하는 아사나를 아주 잘하게 되었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사나를 보다 정교하게 잘하게 되었다고 해도 매일의 수련은 나를 갈고닦는 마음으로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목적은 아사나를 수행하는 디테일의 완성만을 목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수련으로 오늘도 흔들린 나를 바로 잡는 것'이고 아사나의 완성은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모습의 결과이자 과정인 것이다.


 나는 수련을 통해 남에게 받을 수 없는 위로를 스스로 해가며 내 중심을 잡고 싶다.

 그래서 모든 아사나를 다 잘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수련이라는 시간으로 나를 닦아 나갈 것이다. 수련이란 도착지가 아니라 과정이기에.


 수련을 통해서 오늘 하루를 잘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아사나를 잘하면 좋다, 잘하게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그 수련의 시간을 즐길 수도 있다. 아예 모양조차 못 만드는 아사나를 계속하는 상황은 조금 괴롭긴 하다.

 하지만 잘하든 못하든 완성도가 있든 비기너 단계이든 우리는 수련을 하는 것 자체가 요가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수련의 목적은 완벽성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잘함과 매일함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것은 매일 함이다.

 그렇게 매일 하는 요가를 통해서 나를 닦아 빛내는 것이 바로 매일의 수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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