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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May 10. 2023

32.저절로 겸손해지는 좌절의 아침요가

<절대로 조급할 수 없는 이른 아침의 수련, 너 그러다 다쳐>


 눈뜨자마자 5분 만에 요가 매트 위로 올라간다.

 오늘 저녁은 외근으로 인하여 늦은 귀가를 할 상황이라 예정에 없던 아침요가를 하기로 했다.

 출근 전 요가는 몸이 풀릴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래서 평일 출근 전 요가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일단 시작하면서 몸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른 아침 요가는 상당히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준다. 아 이런 아사나는 굉장히 쉽지 않았었지 깨달아가며, 의식 없이 대충 해오던 많은 자세들을 하나씩 곱씹게 만든다.

 아직 몸도 풀리지 않고 날씨도 찬 상황에 몸도 마음대로 안 따라주니 상당히 조심스럽게 동작을 이어간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놀렸다가는 다치기 십상이다.



이렇게 아침 요가는 꽁꽁 얼어 있는 몸을 사르르 녹여서 조심스럽게 풀어가는 맛이 있다.

반면 말랑말랑한 몸과 함께하는 저녁 요가는 과감하면서도 시원하게 몸 푸는 맛이 있다. 지친 하루 끝에 찌뿌둥한 몸을 풀어가는 시원함이 참 좋다. 꾸준히 수련을 해오다 보니 근육이 뭉치거나 아픈 상황이 거의 오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 요가를 하면서 오랜만에 온몸의 근육들이 타이트한 느낌이 새롭기만 하다.


이리도 내 몸이 뻣뻣한가? 평소에 가볍게 들어가지던 차투랑가는 아예 시도도 못하겠다. 힘이 없어서인지 자꾸 손목, 어깨 관절에 기대게 된다. 오늘 아침에는 하프다운으로 대체하기로 한다. 무릎을 대고 내려가니 아주 편안하게 자세에 들어가진다.

그동안 반다가 아니라 유연성에 기대 대충 했던 동작들이 아침에는 전혀 할 수가 없다. 다시 한번 몸의 가동성과 움직임에 신경을 쓰게 된다.

수련 사이사이마다 하품 추임새까지 추가되며 몽롱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그래도 몇 년간 같은 시퀀스를 수련해 왔기 때문에 몸이 자동으로 알아서 다음 아사나로 이어진다.

조금 앉아서 숨을 고를까 싶은데, 저녁 수련이 습관이 되어서 몸은 쉼 없이 다음 아사나를 향해 달린다. 내가 제어할 틈이 없다.


 아침에는 암밸런스가 많은 이런 펀더멘털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며 점점 손목이 아려온다. 참 원래 암밸런스 수련 전에 전완 펌핑과 손목운동을 하고 수련에 들어갔었지? 문득 생각이 떠오르지만, 이미 수련이 중반부를 향해 가고 있는터라 가볍게 해 보자는 마음으로 동작을 이어간다. 최대한 몸을 달래며 천천히 아사나로 들어간다.

뭐, 해보고 안되면 오늘 암밸런스는 스킵하지 뭐, 시험 치는 것도 아니고.

오늘의 일일일요가를 건너뛰지 않고 눈뜨자마자 매트에 선 게 장한 거라며 스스로 달래 본다.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적당하게 자세에 들어간다.

 그러다 어라? 이것도 안된다고? 무리해서 평소처럼 완성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하다 만듯한 어설픈 자세에 최대한 호흡을 채워 넣어본다. 평소 아프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근육들이 당겨온다. 그래 호흡을 하자.

 아사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더라고 불편한 곳을 의식하며 호흡을 채워 넣는 것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호흡에 계속 집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씩 몸이 열린다.

호흡이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호흡이 딸리고 조급하게 아사나로 들어갈 때 늘 부상과 가까운 통증이 유발되었다.

그래서 아침에는 천천히 그리고 지속적인 호흡을 동반한 수련을 중점으로 이어가야 한다.

가끔 밤 수련에도 추운 퇴근길을 뚫고 온 날이면, 몸이 풀리지 않아 아주 천천히 거북이 수련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대체로 아침 요가는 몸이 다 풀리고 아 이제 제대로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되자마자 끝이 난다.

아침이니까 무리하지 않고 이 정도로 가볍게 풀리는 상태로 마무리해 보는 것도 괜찮다.

더 해볼까 하는 욕심이 생기겠지만, 출근은 해야 하니까.


그리고 늘 과했을 때는 부상이 따라왔었다. 적정선을 지켜오면서 성장의 속도는 더디지만, 적어도 부상 없이 안전한 수련을 이어오고 있다.

수련이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생 동반하는 친구처럼 지낼 것을 생각해 보면 오늘은 이 정도로 타협해보자 싶다.


 평소 다른 사람을 보며 왜 저게 안되지?라는 생각이 들 때 눈뜨자마자 요가매트에 올라가면 본인의 몸치 시절이 기억이 날 것이다. 우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자신의 과거를 잊게 된다. 마치 오른 손잡이가 왼손으로 쓸 때, 내 생각과 다른 손의 움직임을 보며 어린 시절 처음 글을 배웠을 때가 떠오르는 것처럼.

분명 내 기준으로는 이게 안 될 리가 없는데. 늘 내가 통제해 온 오른손과는 전혀 다른 왼손 글씨의 결과를 보며, 다시 한번 우리는 생각대로 몸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눈이 높아졌다고 내 몸이 그에 응당하게 성장한 것은 아니다. 아사나 순서나 방향, 시간 같은 평소의 수련 루틴을 조금만 바꿔서 해보면 생각보다 이 몸뚱아리가 새로운 의식을 하게 된다는 것을 오늘도 느끼게 된다. 오늘 아침의 수련은 마치 오른손잡이의 왼손 체험 같은 시간이었다.



하, 그런데 오늘 나는 급했다. 중요한 외근이라 신경이 딴 데 쏠려 쫓기는 맘으로 수련을 했다.

호흡 위주로 성급하지 말고 조심히 아사나에 들어가라고 말해놓고, 나야말로 조급한 아사나를 진행하는 바람에 통증을 동반한 채 수련을 마무리 지었다.

사실 평소에 막 해오던 어깨서기를 호흡 준비도 없이 휘릭 들어가다가 뿌직 하는 소리와 함께 목과 상부 승모근을 삐끗한 오늘 아침이다. 이런…

지금 전혀 목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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