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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Mar 26. 2023

31.요가를 매일 하는 법

<진짜가 될 때까지 진짜처럼 행동하라>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서야 그 일을 비로소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일을 제의 받는다면, 대개 거절 의사를 전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아직 부족해서 그걸 감당할 상황이 아니니 조금 더 발전해서 올게요라든지.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대체로 인생에서 오는 많은 기회는 부족한 현재에 나를 던지며 하나씩 완벽을 향해 가꿔감으로써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미 완성형이어서 목표를 이룬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의 시작은 그 부족한 과정을 조금씩 채워가며 완성으로 갈 수 있다. 진짜가 될 때까지 진짜처럼 행동하며 부족함을 채우고 잘못을 수정해 나가는 시간이 있어야 진짜가 될 기회도 생긴다. 날 때부터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겁을 먹고 다음 기회로 미룬다? 아쉽게 다음은 없다. 

 그렇게 준비를 완료하고 새로운 일을 바라지만 그 기회는 이미 지나가고 없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일을 위해 미리 나를 만들어 놓겠다고 결심하지만 사실 우리의 게으름은 그 준비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아마 쇼파에 누워 핸드폰이나 보고 있는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어떤 새로운 일을 할 때 두려움에 떨거나 귀찮아서 피하고 싶은 스스로에게 하는 암시 방법이 있다.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 되어있다. 누구나 어떤 일을 시작했던 처음이 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처음이 계기가 되어 점점 더 완성도 있는 내가 원하는 그림의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망신 한번 당한다고 죽는 건 아니다. 자존심이 좀 상하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요가를 매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정체성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내게 있어서도 요가를 매일 할 수 있게 하는 동기는 '나는 매일 요가를 하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설정해 놓은 정체성이 크게 작용한다.


 만약 아직 내가 그리는 사람이 되지 못했지만, 이미 나는 그런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매일 요가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요가를 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정체성의 설정은, 막연히 요가를 매일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다르다.


 심리학에서 이미 비슷한 연구가 있는데 사람은 자신이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을 번복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설사 그것으로 비논리적이거나 나에게 불리한 상황이 초래된다고 해도 사람은 자신의 선택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이것은 게으른 뇌작용과 비슷한 원리로 움직이는데 의사결정의 효율을 위해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과거와 동일한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설득의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이 본능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되면, 자신의 결정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자 하는 내적심리에 따라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그것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나가게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래서 자기 정체성 설정을 통해 진짜가 될 때까지 진짜처럼 행동하는 것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내가 설정한 나는 "요가를 매일 하는 사람"이라는 스탠스가 내가 요가를 매일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처럼, 정체성을 먼저 설정하는 것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행동만 해내가는 사람보다 훨씬 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내가 만든 이 정체성을 파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던 날에도 요가를 하고자 노력했으며, 대체로 정말 큰일이 없다면 모든 것에 있어서 요가를 우선순위로 두고서 나머지를 하게 된다. 정체성을 만든다는 것은 할까 말까 하는 자신과의 심리전이 아닌, 정체성을 중심으로 나의 생활 나머지를 조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정체성이 지속되다 보니 이제는 실행 여부를 고민할 필요도 없는 루틴이 되었다.

 이 단계가 지속되면 고민과 게으름이 거의 없는 당연히 해야 하는 하루 일과 중의 필수생활로 자리 잡게 된다.


 이렇게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은 접근을 쉽게 해야 한다. 나에게 있어 쉬운 선택은 집에서 요가하기였다. 나는 나이키 빈야사 같은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것에 집중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가르칠 수 있는 선생이 되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따로 영상을 보지 않고 내 머릿속에 저장된 매일 반복되는 시퀀스를 내 속도대로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그날 하루 수련이 끝이 난다.


 나에게는 물리적으로 어딘가를 간다는 것이 어려움이다. 그래서 요가원으로 장소 이동을 해야 한다면 매일 수련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쉬운 접근이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진입장벽 낮은 쉬운 프로세스를 찾으면 좋다.


 정체성, 쉬움, 루틴 등 여러 가지 조건값이 맞춰진다면, 이제 매일 수련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편이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조건을 다 만들어냈는데도 매일 요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통상 3주면 모든 것이 습관화된다고 하지만, 내 경험상 정신적인 부담이나 포기하고 싶은 귀찮음 없이 어떤 것을 무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지속하려면 1년 이상은 계속해봐야 한다. 그러니까 최소 1년 정도는 하기 싫고 귀찮아하는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무엇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의식 없이 편안하게 지속하는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는 나 혼자만의 의지로는 이어가기 힘들다.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방법 중에 '내 목표를 남들에게 알리라'는 말이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 만들기가 꼭 필요하다. 내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꾸준함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채찍이 된다. 그렇게 SNS 같은 외부의 시선이 나를 평가하도록 노출하는 것이다.

 세상의 평가가 이어진다면 사람들은 쉽사리 그 도전을 멈추거나 피할 수가 없다.


 나는 위의 몇 가지 조건 값을 나에게 맞는 최적 상태로 만들고, 그것을 몇 년간 지속하다 보니 이제 매일 수련하기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기도 했다. 이걸 습관화하기까지가 오히려 더 힘들었다.

 어떤 바퀴를 굴리기 위해서 처음에는 굉장히 큰 힘이 든다. 일정 역치에 도달하게 되면 관성의 법칙에 따라 바퀴의 운동을 지속하는 것은 처음 움직임을 만들 때만큼 힘들지는 않다. 그래서 어느 정도 습관으로 만들었다고 그만두게 되면 다시 그것을 습관화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렇기에 계속 습관을 유지하는 편이 전반적으로 힘을 안 들이고 지속할 수 있는 효율이 있다.


 내가 하는 매일의 수련은 엄청난 의지를 가진 사람이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나의 한계값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내어 만들어, 내게 최적화된 생활 프로세스일 뿐이다. 관성이 되고 보니 이젠 크게 힘들지도 않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있을 때 매주 이어지는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솔직히 굉장히 귀찮았다. 평일에 회사 격무에 시달리고 주말 이틀 내내 쉬지도 못한 채 내가 대학시절 공부한 자료들, 책들을 뒤적이며 나만의 유니크한 수업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주 7일 풀가동하는 매주가 마감인 주간지 출판사 에디터 느낌이었달까?

 그럼에도 쉬거나 게을리할 수 없었던 것은, 학생들이 나를 본다 라는 외부 시선과 그들의 평가가 나를 채찍질하도록 했다. 

 한 주 정도 게으름이 나기도 했지만, 결코 쉴 수가 없었다. 내가 학생이면 한번 부족하고 말수 있지만, 선생이라는 존재는 부족함이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물론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게으름으로 수업준비가 모자란 것은 허용되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학생을 교육감사 혹은 CCTV라는 생각으로, 이는 매주 수업을 철저히 준비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아무래도 우리는 사회적 인간이므로 남들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나 내 정체성을 부인하는 평가는 우리를 너무도 좌절시키기 때문에. 일단 정체성을 만들어놓으면 나 스스로가 그것을 포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언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행동의 연속이 아니라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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