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을 제대로 오해한 게으름.>
말장난 같지만 완벽지향과 완벽주의는 다르다.
이 둘을 구분할 수 있으면 이제 우리는 완벽과 조금 가까운 삶을 살 수 있다.
삶의 많은 부분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건 좋지만 완벽의 굴레에 갇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 되진 말자.
완벽지향은 못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완벽주의는 완성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완벽지향은 불완전을 견디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완벽을 향해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완벽이라는 결과(완벽주의)에 빠지면 불완전한 과정과 부족해 보이는 현재 상황을 견디지 못해 출발조차 못하거나 출발은 했으나 마무리를 못하게 된다.
완벽주의가 오히려 목표에 도착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가 시작된다.
완벽이라는 것은 다듬고 만들어가는 모든 시간들이 모여서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작단계의 부족하고 못난 모습을 온몸으로 뒹굴며 이겨내야 비로소 완벽에 가까운 곳에 도착하는 것이 완벽지향이다.
완벽은 도착지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불완전한 뼈대에 살을 하나씩 붙여나가는 모든 '과정의 집합'이다.
그래서 어쩌면 완벽은 내가 멈추기를 결심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여정이 된다. 때로는 스스로 끝이라고 명명하고 결심해야 종료되는 일도 있다.
그렇게 완벽을 지향한다는 건 멈추기까지의 모든 시간을 쌓아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완벽의 지향은 불완전하고 부족한 내 현재를 객관화하여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누구나 처음은 별 볼 일 없다. 그것을 마주하고 직시해야 완벽을 향해 비로소 출발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완벽지향은 도착이 아니라 늘 진행형이다.
완벽주의자라 시작도 못한다는 것은 자기변명일 수도 있다.
미완의 상황을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인내하고 귀찮은 것을 위해 몸소 움직여야 할 게으르고 못난 나를 직시할 용기 없는 사람들의 합리화일 뿐.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자위적인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완벽은 목적지가 아니라 불완전한 과정의 연결과 반복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출발 못할 게 없다.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귀찮다는 것을 게으른 완벽주의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완벽주의자라 한 발자국도 못 가는 것이 아니다. 이 단어의 핵심은 게.으.름.이다. 게을러서 못하는 것이 팩트다. 괜히 완벽주의자라는 단어와 연결해서 자기 위로를 하도록 해버렸다.
영화 [클릭]에서 보면, 주인공은 우연히 얻게 된 만능리모컨으로 인생의 귀찮고 힘든 모든 순간을 빨리 감기 클릭으로 넘겨버린다. 노력하고 움직이고 인내하는 모든 생의 시간을 건너뛰고 성공의 결과만 보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빨리감기로 넘겨버리며 많은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잃게되고 생의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모든 삶은 부족하고 슬픈 과정과 어우러지며 만족하고 행복한 순간이 더욱 빛나기 마련이다.
그림자가 있어 빛이 더욱 환하듯 많은 것들은 좋은 것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 밸런스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삶을 더욱 충만하게 만들 수 있다.
두려우면 맞서면 된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한번 해보자고.
그리고 믿으면 된다. 시간을 쌓아갈수록 원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것이 완벽지향적인 삶이다.
완벽주의자는 남들을 괴롭게 하지만 완벽지향주의는 나를 채찍질하면 된다.
모든 변화는 남을 잘 부려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제대로 잘 다루고 부려야 얻어낼 수 있다.
완벽을 지향한다는 것은 오늘 부족하고 오늘 한심한 나를 받아들이고 내일도 모레도 흔들림 없이 꾸준히 걸어갈 수 있는 삶의 태도이자 용기다.
완벽을 지향하는 것은 완벽에 도착하고 멈추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완벽 끝이 어디인지 모를 수 있다.
오늘도 미지의 완벽을 꿈꾸며 걷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완벽이라는 것이 실체 하지 않는 유토피아라고 해도 나는 그곳을 향해 부지런히 걷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완벽은 도착과 목적이 아니라 출발과 걸어가는 과정을 통해 지향해 볼 수 있고 언젠가는 아주 운이 좋다면 얻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완벽의 본질은 나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자기만 아는 만족과 인정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 완벽을 얻는 것이 꼭 중요하진 않다. 완벽해지지 않더라도 아직 부족하더라도 오늘도 내일도 걸어간다면 그것이 완벽과 함께하는 삶이다.
우리는 완벽을 제대로 오해하고 있다. 그리고 게으름을 변명하고 있다. 솔직해지자.
P.S.
이 글들을 쓰면서 나 역시 완벽을 꿈꾸며 업로드 못하는 글들이 수두룩한 것을 고백한다.
미완과 불완전을 견디며 앞으로 나가는 것도 용기다.
묵혀둔 글들을 정리하고 마무리해서 세상에 털어버릴 때다. 사실 묵힌 글을 정리하고 다시 빛나는 글로 다듬는 것은 새 글을 쓸 때보다 재미없다. 교정, 교열이 제일 지루하듯.
미지의 완벽을 꿈꾸며 나도 게으르게 미룬 글들이 서랍장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