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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Oct 14. 2023

45.오늘이 괴로울 땐 내일로 빨리 가자

<무뢰한을 향한 거절의 미학>


 괴로움에 흔들릴 때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야 한다. 

 어제와 같은 자리에 있을수록 그 우울은 깊어진다.


 괴롭다면서 계속 같은 자리에서, 같은 스탠스로 고통을 매일 온몸으로 흡수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어째서일까? 

 달리 벗어날 방법을 몰라서, 혹은 달라지지 않을 거 같은 의심에, 아니면 벗어날 의욕조차 없어서.

  그냥 한 발자국이다. 벗어나는 건. 

 

 과거로 돌아가면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냥 네가 한 발자국만 용기 내어 벗어나면 된다고. 어려울 건 전혀 없다고. 


 괴로움을 벗어나는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하루를 이동하는 것이다.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다.

 아주 일찍 자버리고 다음날의 새로운 하루로 가는 것이다.

 사실  밤시간이 길어봤자 쓸모없는 생각으로 더 고통스러울 뿐이다.

 괴로운 하루를 질질 끌지 말고 하루를 빠르게 마감해 버리면 쉽다.


 그래서 아주 힘든 하루를 보낸 날에는 이른 잠자리에 들며 아침을 기다린다. 밤은 나를 위로해주지 못한다. 

 그렇게 하루를 이동하면 마음이 조금 더 나아져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실제로 밤 사이 기억은 희석되고 감정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잠만 일찍 잘 잔다고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괴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액션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괴로움을 다스리는 방법은 바로 거절이다.

 살아가며 괴로워지는 많은 순간에는 거절을 하지 못했던 내가 있었다. 무례한 일을 당해도 참았고 부당한 상황에도 일을 몸소 해결해 나가기 위해 나를 쥐어짰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 늘 예스맨을 자처하며 웃으며 사회생활을 했지만 나 자신에게만은 웃어주지 못했다. 


 사실 남에게 가혹하게 하는 이 무뢰한들은 별 생각이 없다. 이들은 일단 자기 편한 대로 상황을 조작하고 들이밀 뿐이다. 그런 무개념한 제스처에 일일이 나를 갈아 넣으며 맞춰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렇게 개념 없는 사람은 내가 거절을 한다고 해도 별다른 타격이 없다. 아마 본인 생각에도 이미 반쯤은 거절을 각오했고 되면 되고 말면 말고 일단 질러보는 스타일이다.


 사실 이런 무리한 부탁이나 요청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어야 맞다. 그들이 남을 배려하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남을 해하는 말과 행동은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발생할 상황마저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정당하게 거절하고 이 무례한 사람들이 수시로 세상에서 판을 치지 않도록 한번 끊어줘야 한다. 

이 무례함이 대대손손 대물림되어 세상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번쯤은 독하게 결심하고 거절을 해보면, 이것이 생각보다 나의 괴로움을 미연에 방지하는 굉장히 중요한 결정인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미안하거나 불편한 감정이 들겠지만, 이것도 익숙해져야 한다.

당하고 괴로운 감정보다는 훨씬 더 쉽게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

 눈 딱 감고 한 번만 용기 내어 거절을 해보면 된다.

 무개념인들도 거절을 거듭 당하며 안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밸런스 있게 돌아간다.


 내가 용기를 한번 내지 않으면 그들의 착취의 만행은 반복된다. 그들의 무례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다른 장소로도 옮겨갈 수 있다. 한 번은 누군가에게 경고를 받거나 브레이크가 걸려야 한다.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됨을 인지 시키고 학습시켜야 한다. 그것이 나를 지키고, 착한 예스맨 종족을 보호하며, 무뢰한들에게 경고하는 법이다.


 그런 무뢰한들에게조차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들어주는 예스맨을 자처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들에게는 욕 좀 먹고 나쁜 이미지로 찍혀도 상관없다. 미움받을 각오를 하면 된다.


 잘 생각해 보면 이런 악의적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지되어 봐야 만만하게 이용당하기만 한다.

 그들에게 내 배려의 에너지를 쏟아줄 필요가 없다.

 그 에너지는 아꼈다가 내가 생각하는 소중하고 좋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훨씬 더 주변을 이롭게 한다.



P.S. 1. 

요새 매일 만나는 무뢰한 때문에 직장생활이 상상도 못 할 만큼 괴롭다. 그것이 동력이 되어 하루를 아주 빠르게 끝내어 미라클모닝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까지 무뢰한을 아직 만나지 않은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P.S. 2.  

 신입사원 시절 한 직장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몇 년간 당했다. 그러나 나는 거절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했지만, 아마 그의 타깃은 다른 신입사원에게 옮겨 갔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한번 끊어내야 했었다. 

 그러나 한심하게도 두려움에 뒤에 숨었고, 부당함을 혼자 견뎌내는 것으로 버텼다. 그렇게 몇 년 뒤 그의 성추행 만행이 이슈가 되고, 여러 가지 상황이 꼬여 좌천이 됐다는 얘기를 건너 건너 들었다. 그 신고를 했던 여직원은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을까? 용기를 내주어 고마웠다.

 내가 내지 못한 용기로 몇 년간 수많은 신입 여자 후배들이 당하고 퇴사를 하고 그 만행을 멈추도록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던 난 못난 선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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