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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Dec 02. 2023

42.매일 요가한다고 뭐가 달라져?

<매일 3년간 수련한 요가인의 변화>


 2020년 8월 2일부터 매일 요가를 한 지 3년이 넘었다.

 그전에는 주말에만 요가를 했다. 9-6 주 5일 직장인이라는 핑계로 주말에 몰빵 요가를 했다.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평일에 요가를 못할 변명도 참 많았다. 매일 요가를 하려고 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지금은 요가를 우선순위에 두니까 지방 출장을 갈 때, 야근이 예측될 때는 새벽에 일어나 요가를 한다.


 그래서 요가를 아주 잘하게 됐냐 하면,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다........는 말은 겸손이고 호텔 피트니스에서 혼자 수련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구경을 한다.(대체로 집에서 혼자서 수련하므로 남에게 보여줄 일은 없다.)

 가끔 요가 강사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저 말의 의미를 알고 있다. 요가를 몹시 잘한다는 감탄에 찬 칭찬 혹은 잘 관리된 요가인의 몸매라거나. 


 사실 나는 슈퍼 I형 인간이어서 남들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 달갑진 않다.

 그러나 요가를 할 때만은 운동인 특유의 긍정 에너지와 쾌활함이 발동해 많은 시선과 변수(질문)에 당당하게 받아들이며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강단이 생겼다. 

사실 너무 힘들면(집중하면이라고 하자.) 주변에서 말하는 소리도 안 들리기도 함.

심지어 모르는 사람의 질문요청에 핸즈온도 해드린 적도 있다. 과거의 나라면 이런 넉살좋은 모습은 상상도 못 했다.


어떤 쪽이든 참 마음에 드는 칭찬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나는 요가 강사도 아니면서(요가 지도자 자격증이 있다고 누구나 다 요가 강사라고는 말할 수 없다.) 저 말이 왜 이렇게 달콤한지 거부할 수 없는 칭찬이다. 


 사람들은 요가를 운동 종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를 지루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일반 운동과 비교해 보자면 댄스, 테니스, 골프 등은 대표적으로 음악이나 공 혹은 함께 운동하는 파트너와 경쟁과 협업하는 '외부 상황에 집중하게 되는 종목'이다. 솔직히 이런 스포츠들은 상당히 재밌기도 하다.


 요가가 정적이라 자신과 안 맞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현대인 대부분 '고요히 자신의 내면에 집중'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요가를 운동의 한 종목으로 바라보면서 외부환경에서 오는 아드레날린을 촉진하는 자극을 원하기에 생긴 오해다. 오히려 요가는 외부의 자극이 줄이며 부교감신경으로 전환해 자율신경계 밸런스를 맞춘다.


 현대 요가는 신체 움직임(아사나) 중심에서 운동으로 잠시 분류되고 있지만, 사실 요가는 운동이라기보다 신체, 호흡, 명상을 통해 정신적인 수련을 위한 과정들이다. 

쉽게 말하면, 육체와 정신세계의 안정된 밸런스를 찾는 것이다. 

(*원래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다르게 설명해야 하지만, 잘못 오해하면 종교라 오해하거나 어려워서 요가를 거부할 수 있기에 현대어로 치환하여 가볍게 설명드림.)


백과사전에는 [심신을 조절하여 진정한 자아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요가]라고 정의하고 있다. 

요가는 마음, 육체, 정신을 케어한다고 쉽게 생각해도 좋겠다.



 우리는 정적인 상황을 대면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눈감고 1분만 가만히 앉아 조용히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성공하기는 꽤 어렵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며 살기 거의 불가능한 세상이다. 

대체로 내 몸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조절하는 것을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른 채 살고 있다.

 이 세상은 급속도로 돌아가고 타인과 외부(휴대폰)만 신경 쓰기 쉬운 세상이다.

 옆에 있는 사람, 내 손에 든 휴대폰 말고 나를 들여다 보고 그 감각을 느끼고 나를 통제하는 것이 어렵고 재미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늘 남에게 감정이 휘둘리고 주변상황에 메몰 되기 십상이다.


 요가라고 하면 미적인 몸의 변화(날씬하고 탄력 있는 몸)기능적인 신체변화(가령, 다리 찢기)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건 당연한 것이고 '마음이 상당히 견고해지고 힘'이 생긴다.


 원래 나는 멘탈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다. 

 겉으로는 당당하고 동요 없는 척했지만 속으로 늘 괴로워했고 상처받아 슬픔에 빠졌다. 우울증을 겪을 만큼 심약한 정신세계였다.


 요가를 오래 해오며 마음이 단단해진 것을 느낀다. 나는 몸의 변화보다 이게 더 귀한 소득이라 생각 중이다.

감정이 흐트러져도 곧 제자리로 온다. 

사회생활을 하며 매 순간 해탈한 도인처럼 살 수는 없다. 그러나 분노나 원망의 마음은 집에 와 혼자 수련을 하며 다듬어지고 정리된다. 자기반성을 통해 극복이 상당히 빠르다. 

예전에는 감정적인 극복이 거의 불가능했고 곱씹기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다가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잊혀지기만을 바랬을 뿐이다.


  요즘은 몹시 괴롭고 힘든 일을 대할 때,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인내와 끈기로 끝맺을 수 있는 정신력을,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우아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여유를 갖게 됐다.



 요가를 하며 몸이 예쁘게 관리되었다 어쩌고는 사실 상술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예뻐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요가를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렇게라도 요가와 만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사실 요가 수련을 오래 해나가면 보여지는 겉모습을 만드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요가를 통해서 괴로운 하루를 지옥으로 끝내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

 평화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미치도록 미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 내 손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괴롭도록 복잡하고 의사결정이 번복되며 미치게 하는 일. 내 손으로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면 언젠가 해결이 되어 있다.

-무섭고 두려운 도전. 일단 해보면 별거 아니고 상상으로 더욱 공포가 과장되었으니 움직여서 직접 부딪혀본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시간과 내 속도에 집중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과정을 부끄럽지 않게 만든 다음 결과는 담담히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들은 입으로만 노력하며, 운 좋게 결과가 얻어걸리기를 기대하며 지옥이 시작된다. 인생은 로또 복권이 아니며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 진리!)

-나의 감정만 세상의 중심인 것으로 착각해, 좋을 때 경거망동하지 않고 괴롭다고 주변에 징징대지 않는다. 고요히 모든 것을 조용히 받아들이며 흘려보낸다. 남들은 나의 기분에 관심이 없으며 내 감정은 내가 알아서 희로애락을 즐겨가면 된다. (다들 자기 살기 바쁘다.)

-꼭 타인의 위로나 축하에 기댈 필요도 서운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기뻐하고 만족하며 스스로 위로하며 이겨내는 힘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타인의 위로나 덕담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필수는 아니다.)


 퇴근 후 세상에서 얻어터진 마음을 남편에게 위로받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남의 위로라 해봐야 들어봤자 성에 차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셀프 위로'를 할 수 있으면 그것이 가장 큰 해결책이 된다.


 너무 괴로울 때 요가 동작을 하나하나 집중해서 해보면 오늘 하루의 분노는 희석이 된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쌓이며, 감정적으로 세상을 대하는 습관이 사라졌다. 

 마음이 훌쩍 커진 느낌이다.


 이 세상과 사람들은 별 생각이 없다. 그저 내가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냈을 뿐. 

그렇기에 나도 그저 대수롭지 않게 세상을 바라보고, 불편한 것을 흘려보내는 여유를 찾으면 된다.




 3년간의 신체 변화는 멋진 근육이 생긴 것과 코로나에 아직 걸리지 않았다는 것 또래보다 약간 젊은 느낌. 

 그리고 회복 탄력성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몸이든 마음이든.


 사는 게 너무 지옥 같아서 이 마음을 어쩌지를 못하겠다 싶을 때, 나에게는 요가가 있어서 이겨낼 수 있었다. 그래서 너무 힘들다면, 눈 딱 감고 요가를 한번 해보라고 권해 본다.


 사실 아무것도 안 해도 지옥의 시간은 흘러간다. 지옥이 계속 새로운 지옥으로 지속될 뿐이다.

 우리 삶은 지옥 같은 시간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평화로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세상을 천국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천국으로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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