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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Oct 29. 2023

48.흑역사가 쌓이는 중

<지질함의 역사>


 초면에 멋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도 내가 모르던 수많은 아마추어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알지만 부럽고 조바심이 난다. 나는 그렇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처음부터 빈틈없이 완성형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나를 만난 시점이 그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서 이미 조화로운 삶을 이룬 시점일 것이다.

 우리는 표면을 보며 감탄하고 있다. 

 가까이에서 그의 시간을 뜯어보면 수많은 흑역사를 극복해 온 삶이었을 것이다. 곁에서 모든 과정을 자세히 보면 사실 멋있기가 힘들다.

 멀리서 얼핏 대충 결과만 봐야 멋있기가 쉽다.


 당연한 진리지만 우리는 비기너 상태로 태어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알고 채워가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 시간의 누적이 결코 괴롭기만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반짝이게 빛나는 완성 상태보다 나를 채우고 만들어가는 시간이 훨씬 더 길기 때문이다.

 멋진 겉모습보다 초라한 모습을 내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만 생각한다면 대부분 내 인생의 시간들이 의미 없게 여겨질 수도 있다. 

 지금이 빛이 난다면 과거의 어두운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을 만들어준 소중한 흑역사들이다.


 누구라도 어린 시절부터 멋있을 수가 없다. 지질하고 미숙해서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이 있다.

 우리는 실수하고 후회스러운 선택을 하고 또 실패하고, 이 과정에서 깨닫고 수정하며 다시 시행착오 과정에서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수정하고 자신을 알아가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진화하여 멋있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온실 속 화초같은 사람이 멋지기는 쉽지않다. 멋지다는 사람을 보면 뭔가 단단하여 자신의 세계를 균형있게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이들이 멋있어지기 위해서 얼마나 더럽고 추한 일들을 많이 겪어야 했을까. 사실 삶의 시간이 탄탄대로이기만 해서는 멋있을 수가 없다. 

 멋있기 위해서는 가장 바닥에서 추하고 한심해 보아야 한다. 그 속에서 단단함이 생긴다.


 진리는 이렇게 진부함 속에 있다.

진부하다고 치부해 버리면 아무것도 가질 수가 없다.

그 뻔한 걸 알지만 해보는 사람이 결국은 탁월함을 가진다. 


 매일은 사실 초라할 수밖에 없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초라한 나날이 별 볼 일 없이 이어지는 길고 지루한 시간을 거치고 나면 사람들은 멋지다고 말한다. 그래서 찌질함도 매일 지겹게 쌓여야 결국은 멋있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들의 못나고 부족한 과정을 덮어두고(관심 없고) 그저 천재성 혹은 재능을 가진 행운아라고 말한다.

노력의 시간을 재능이라고 치부해야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이렇게 뻔한 노력을 안 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나는 천재성과 재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천재와 재능의 영역으로 설명될 수 있도록 멋있기만 했겠는가. 

 멋있는 어른 되기는 누구라도 도전이 가능한 부분이다. 

 지루한 시간을 내내 이어가 하찮음이 탁월함이 되는 긴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아주 "평범한 하루의 시간"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을 우리는 자꾸 잊고 만다.


 그 멋진 어른들은 천재, 행운아가 아니라 단지 흑역사가 아주 많은 사람들이다.

 완성형에 가깝게 도달하여 빛이 나면 사람들은 그것을 재능의 영역으로 정의할 뿐이다.


  멋있어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가장 안 멋진 시간이 누적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흑역사를 상당히 많이 쌓아가야 한다.


 어떤 것을 시작하기에 못나고 부족한 자신을 대면할 자신이 없어 자꾸 망설여지고 고민이 된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흑역사가 아주 많이 쌓이고 나야 나의 빛의 역사가 시작된다고!



 흑역사를 지우는 방법은 계속 흑역사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모든 흑역사는 덮어쓰기가 되어 빛의 역사만 남게 된다. 사람들은 결과만 보기 때문이다. 

 나의 어리숙한 과거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도록 흑역사의 시간을 쌓아가면 된다.

 그렇게 빛의 역사가 시작되면 흑역사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오직 나만 아는 비밀로 남는다. 또한 내 마음 속에서도 초라한 자신을 미워하기보다는 귀여운 과거였다고 웃어넘길 여유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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