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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Dec 03. 2023

2.미니스커트 입는 할머니가 될 거야

 <우아한 마흔, 이 나이에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마흔 살은 못생기고 늙고 세상이 끝나는 지옥의 출입구가 아니다. 너무 극단적인 말이지만 어떤 분이 실제로 저런 식으로 마흔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말을 반대로 적어봤다.


 최근 사라 브로코의 책에서 미국의 여성들도 마흔 살을 두려워한다는 내용을 접했다.

 나이에 의미 부여하는 것은 아시아 여성(특히 한,중,일) 뿐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어느 나라든지 특히 마흔 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 마흔은 더욱 성숙하고 현명하고 세련된 나이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청춘은 멋지기는 했지만 상당히 미숙하고 후회스러운 시간들로 가득하다. 어젯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로비 윌리엄스' 다큐를 봤다. 열정 가득했지만 후회스럽고 실수투성이었던 청년 시기를. 그는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었다. 현재는 자상한 네 아이의 아버지로 중년의 시간을 걷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청춘의 시기를 부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시행착오가 있었고 자기반성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오히려 20~30대에 겪어 온 실수는 그 나이라서 관대하게 용서받을 수 있으니 흑역사를 너무 혐오할 필요는 없다. 이미 지금 멋지게 보이는 선배들도 다 그 부끄러운 시간을 바닥에 깔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을 충분히 겪고 스스로 반성하고 변하려는 시간을 통해 더 멋지게 나이 들어갈 수 있다.


 여자들이 마흔의 문턱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종종 들어봤다. 그것이 사실일까? 여러 자료를 찾아봤다. 우리에게 마흔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른을 넘어서는 것보다 마흔 살에 다가가는 것을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40세를 앞두거나 갓 넘은 미혼 여성들의 실패감과 절망, 가정과 자녀를 가진 기혼 여성들의 자신을 잃어가는 고민.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결혼, 육아, 자기 성장에 대한 주제는 40을 기준으로 좌절로 치닫는다. 특히 출산의 문제는.


 나이 듦만 고민하면 되는 서른 살보다 마흔이 되면 현실적으로 포기해야 할 것이 많다.

 서른 살에는 본인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취사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마흔에게 자신의 의지만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이 나이에는 기회의 폭이 굉장히 좁아진다. 현실적인 가능성이 그렇다.

 단순히 늙은 모습만이 아니라 이제는 가질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기회들을 생각하며 흘러버린 무상한 세월을 체감하게 되는 시기다.


 그러나 포기하고 내려놔야 하는 것들 뒤에 그 나이에 선택하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마' 있을 것이다.(나도 완전히 중년을 겪고 노년까지 가지는 않아서 그렇다고 단정을 지을 순 없지만.)

 우리는 각자의 나이대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선물을 찾을 수 있다.

 브랜딩 용어 중에 제너레이션 키퍼브랜드(Generation Keeper Brand)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특정 연령대가 되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must-have 아이템을 지칭하는데 이것을 달리 말하면, 우리는 세월의 흐름을 통과하면서 각 세대마다 자신의 빛낼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고민은 기존의 전형적인 중년 여성상에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우리 어머니 세대의 헌신에 대해서 무척 감사한 마음은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우리가 바라는 한 인간으로 멋지게 성장해서 세월을 품은 중년이 아니다.


티브이 속 중년 배우가 아니라 바로 내 주변에 그런 롤모델이 없다 보니, 마흔을 무척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바로 당신 옆집에 사는 멋진 마흔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마흔들이 나이의 한계 속에서 자기를 멋지게 만드는 모습을 찾아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면 좋겠다.

 사실 나는 마흔을 두려워했다기보다 오히려 나이 들기를 기대했던 사람이다. 물론 나도 가끔은 청춘의 푸릇한 생기가 그립긴 했지만 어차피 못 돌아갈 거 제대로 멋지게 늙어보자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우아하게 나이 든 모습을 고대했다.

 노년의 오드리 햅번처럼, 한국에서는 문숙 배우님처럼. 우아하고 멋진 세월을 담아낸 그 모습을.


 젊음 속에서는 누구나 치열하게 예뻐서 외모 경쟁은 쉽지 않다. 오히려 이 나이에는 조금만 더 관리해도 탁월하게 멋지다. 물론 이 나이에 열심히 관리하는 게 쉽지는 않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생애 주기에서 가장 바쁜 시기가 40대라고 한다. 시간이 없고, 최선을 다해 관리해도 별 티가 안 나서 젊을 때보다 수없이 더 신경 써서 가꿔야 한다.


 멋진 중년의 모습을 너무 외모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겉모습에 대한 도전 없이 내면만으로는 멋진 포스를 다 보여주기 쉽지 않다. 안팎으로 관리를 소홀할 수는 없다. 겉도 속도 빈틈없이 멋진 선배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당연히 외모도 내면만큼 중요한 자산이다.(그리고 사실 외모는 안 중요하니 내면에만 신경 쓰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속만 알찬 진짜배기를 본 적이 없다. 그런 경우는 외면과 내면을 모두 가꾸지 못한 자기변명일 때가 많다.)


 내면만 멋지고 알차게 가꿀 수는 있겠지만 생각보다 이건 현실성을 고려 못한 이상적인 목표다.

 대부분 평범한 우리들은 일단 보이는 겉모습을 멋지고 당당하게 만들어야 그에 따른 용기와 새로운 것에 도전할 의지를 갖게 된다. 사실 내면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오래 걸린다.

 자본의 아비투스에 따르면 약간의 경제력으로 겉모습을 금방 만들 수 있다. 그 외 문화적이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취향에 대한 아비투스는 아주 천천히 몸에 체득되는 것이다. 나의 모습에 자신이 생길 때 우리는 그에 걸맞은 품격 있는 내면도 만들고 싶어 진다.

 그렇게 먼저 쉽고 빠르게 만들어진 멋진 외모와 함께 내면의 깊이도 차차 만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겉모습의 화려함이든 내면의 충만함이든 우선순위는 상관없다. 나는 멋진 중년을 잘 지내고, 우아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세월과 나이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싶다.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멋을 아는 미니스커트 입는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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