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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Dec 30. 2021

25. 해냄 보다 해봄

<사람마다 다르게 흘러가는 수련의 시계>



 요가의 수련은 챌린지를 완수 해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완벽을 만들어가는 것만이 아닌 나를 채우거나 비워서 균형을 찾는 시간이 바로 수련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나 끝이 있는 것이 아닌 오늘 나에게 필요한 어떤 것을 깨닫고 나를 닦아내는 시간을 갖는 것, 그래서 그날그날 조금씩 수련의 느낌이 다를수도 있다. 목표라는 것은 완수하면 끝이 나지만 수련에는 완수라는 한점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서 평생에 걸쳐 이루어지는 시간의 연속이다. 그렇게 나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 수련이다.


 오늘 나를 채우는 시간이라는 의식보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으로 집착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물론 노력의 시간은 훌륭하고 대단히 소중한 순간들이다. 그러나 그것만을 목적으로 가진다면 그것은 수련이 아니라 훈련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요가 수련이라는 것이 내 인생에 어떤 역할과 목적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요가에서 수련이라는 것은 내 몸에 부족한 것을 아사나라는 것을 통해 채워나가는 것이 아닐까, 지독히도 안되는 것은 나에게 많이 부족했던 부분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타인과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남들은 쉽게 되지만 나는 좀처럼 성공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이런 치우치고 부족했던 나를 수련으로 균형을 잡아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남들과 다른 시간이 흐른다. 누구는 한번에, 하루만에, 혹은 몇달 만에 이루어지는 아사나도 나에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 부족이고 내 수련 시계의 흐름이다. 요가를 하며 '남과 비교하지마라 경쟁하지 마라.' 라고 하는 것이 누구나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를 이기기 위해 수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균형있게 채워가고 중간 지점으로 데려가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런 하나하나의 실수와 어설픈 과정이 수련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오랜 시간 많이 부족하고 치우쳤었던 나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모른다.


 겸손하게 양손을 내려 챌린지 자세를 만들어 본다. 처음은 1초도 버티기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어렵고 불편한 순간에 호흡으로 나를 가득 채워본다. 숨을 멈추지 않고 힘든 부분에 의식을 집중해 본다. 지금 나는 어떤 부분에 결핍이 있는 것일까. 1초가 2초가 되고 10초를 넘어서서 여유가 생겨 자세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 본다. 흘러온 전체 인생동안 어떤 부분이 부족했을까, 어디를 더 채우고 비워서 밸런스를 맞춰볼까 고민해본다. 완성된 자세를 목표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 몸의 밸런스를 다시 고민해 보기도 한다. 악착같음에 집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늘의 나를 비우고 채우는 수련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마음을 조금 달래보기도 한다. 나의 몸에 아사나 수련을 채워서, 치우쳐진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을 느껴본다.


 요가를 하면서 이 아사나를 꼭 이뤄내겠다라는 욕심이 안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목표가 불필요하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목표만이 수련의 이유가 아닐 수 있다. 지금까지 늘 결과만 중시하고 과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정성을 다하기 보다는 대충 지나쳐버린 수많은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결과만 좋으면 디테일 정도 쯤이야 라고 타협했던 나의 시간들. 요가 수련은 결과가 아니라 하루하루 만들어가는 시간 그 자체라는 것을 늦게서야 알게된다.


 정직하게 차곡차곡 쌓아진 과정이 모이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련의 시간들은 완성을 향해 가지 않아도 좋다. 그날그날 수련으로 나를 비우고 채워서 균형을 찾아 하루를 충만하게 만드는 것으로 오늘 조금 더 중간을 향해 한 걸음, 내일 또 한걸음 더 찾아가는 의식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수련은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쌓아가는 시간 위에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늘 쌓아간 나의 수련의 시간이 내일 조금 더 목표를 위해 한 발자국 다가가, 어느 날엔가 완벽한 아사나를 하게 되는 날에도 과거의 수련 과정과 시간들이 소중하게 축적되어 나온 결과인 것이다. 목적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방향이자 목적이고 근원인 것이다. 그 흐르는 시간들이 목표 완수 보다 중요한 시간이고 그 순간의 시간을 지나는 것에 바로 이 수련을 해내가는 목적이 있다.


 안된다고 속상해 하거나 괴로워할 필요없이, 오늘에서야 나의 결핍의 순간을 채워보고 있다는 마음으로 수련에 임하면 된다. 아직 나는 내 결핍이, 부족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다양한 수련으로 나를 채운다.

 오늘의 수련 시간을 통해 삐뚤어지고 치우쳐 있는 나를 바로 세우고 균형을 잡아 본다. 

 오늘 하루도 나를 소중하고 반짝거리게 닦아보는 것이다.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해 괴로운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 가만히 나를 쓰다듬으며 소중하게 아끼고 그런 매일의 나를 닦고 돌보는 시간을 가지는 평생을 보낸다는 마음으로 수련을 해나가 본다. 


 결과와 목적에만 목을 매이면 우리는 소중한 그 모든 순간을 잃게 된다. 부조화로운 나를 조금씩 조화롭게 움직여가는 그 과정 하나하나를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요가는 개별적 수련에서 우주적인 의식에 이르는 길이라고 한다. 우주적인 관점, 지구 밖에서 우리 별을 본다면, 우리가 고민하는 일들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식을 크게 가짐으로써 매순간 치우치려는 우리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요가의 목적은 기록 갱신이나 경쟁의 승리가 아니라 나를 알아차리며 오늘도 수련하는 길을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남들과의 비교도, 경쟁도 필요없는 오로지 나를 닦아나가며 내 심신의 조화와 평안을 향하는 것이면 좋겠다.


 앞으로 수련에서 마음의 밸런스도 잊지말고 나를 위로하는 하루의 수련으로 마무리 하고 싶다.



PS. 지난 1년 꼬박 매일 암발란스 아사나들을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그 꾸준함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그 아사나가 아직까지 나에게 오지 않았다. 아직 나에게 더 채워야하는 나만의 시간이 남아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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