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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n 12. 2022

26. 꾸준히의 새로운 해석

<매일 한다면 무조건 잘 하게 된다??>


 2020년 전 세계에 코로나가 강타한 8월 나는 요가 티쳐 트레이닝(BYTT) 과정을 졸업하고 매일 수련을 하고 있다. 

 2년 정도 매일 수련을 했으니 어마무시하게 잘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때마다, 정말 부끄럽고 작아진다. 물론 수 십년간 요가와 한 몸이 되어 살아오신 분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미약한 시간이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한 가지를 매일 하면 어떤 전문가나 위대한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산산히 깨트리기가 미안해진다.


 이런 말을 하면 다소 김이 샐지도 모르지만 매일 한다고 잘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의식적인 목표와 전략적인 과정이 수반 되어야 한다. 생각없이 매일 한다고 하면 그냥 평균 정도에서 조금 더 잘하는 사람이 될 뿐이다.


 또한 어떤 분야에서 2년은 굉장히 짧은 시간이다. 2년쯤 어떤 것을 매일 하고 전문가가 되었다는 마음으로 그 노력을 그만 두게 되면 또 다시 제자리일 뿐이다. 

 그렇게 사실 2년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슬프나 기쁘나 매일 한다는 내 마음이 쉽지 않았기에 이 과정을 높이높이 평가하고 싶고, 결과도 특별하리라 기대 하고 싶겠지만, 어떤 것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그저 그 과정이 평생 쌓여가야 한다.


 1년 반째 핀차마유라사나와 핸드스탠드를 성공해보지 못하고 있다. 그저 매일매일 무작정 한다고 이런 고난이도 아사나가 될리 없다.

 미대 입시때를 생각해보면 취미삼아 쉬엄쉬엄 했던 초,중 미술에서는 크게 나아질게 없었다. 다만 전략을 가지고 고등학교 3년동안 목표와 과정을 설정하여 철저하게 만들어가는 그 시간이 입시 미술을 성공하게 하는 열쇠였다. 입시 시절 그냥 혼자 무작정 매일 그림을 그린다면 성공했을까 싶다. 

 취미 미술과 전략적인 입시 미술의 차이처럼 요가도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매일하는 소소한 이 과정은 취미과정 그 이상도 아닌 상태다.


 그렇기에 지금의 챌린지 아사나들이 무작정 오래 매일 한다고 쉽게 이루어질리 없다. 물론 안될리는 없다. 다만, 전략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기에 아주 천천히 오랜 시간이 지나야 이루어지지 않을까. 조급해하지 않고 매일 그냥 할 뿐이다. 데드라인이 정해진 입시가 아니기 때문에.

 가끔 아직도 나 이거 못하네? 싶어서 좌절이 오기도 하고 성공의 짜릿함이 없어서 지루해지는 시기만 잘 견디면 된다. 

 스트레스 받는 준비와 전략적인 도전이 없기에 결과도 그냥 뜨뜨미지근, 미적지근하게 아주 오래 걸리고 있을 뿐.


 요가를 이렇게 목적 성취주의의 도구적 관점으로 보는 것은 무척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긴 하지만, 꼭 한번 진실을 말해보고 싶었다.

 어떤 일을 매일 한다고 엄청난 사람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이 평생이 쌓였을때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고작 2년이고, 20년 혹은 50년 뒤에 이렇게 미지근한 수련도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어설픈 꾸준함이 결과를 보기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어설픈 꾸준함도 없으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난 지금 그저 평균의 사람보다 눈꼽만큼 나을 뿐이지만,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하면 "에이 뭐 매일해도 별거 없네." 라고 세상 사람들이 게을러지는 것을 정당화 할까봐 쉽게 말을 못하는 이 심정 이해를 바란다.


 매일 하는 사람이 탁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나의 내공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목표를 설정하여 빠르게 성취하는 모습으로 증명하기에는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다. 나는 어쩔수 없이 요가에서 매일함을 선택하고 들이는 품과 힘을 빼기로 했으므로...

 

 매일함을 빼고 가끔씩 하는데 전략적으로 투자해서 비교적 잘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골프는 매일 치지 못하지만 일주일에 1번 레슨을 받고 주1회 딱 하루 2~3시간씩 개인 연습을 한다. 어설프게 매일하는 요가나 전략적으로 가끔하는 골프나 비슷한 상황이다.

 전략적으로 매일 하는 프로선수들에 비하면 둘다 아주 미약한 수준이기는 하다. 미적지근한 이 상황들은 내가 여러가지를 해 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긴하다.


 그래서 남은 것은 시간으로 증명할 수 밖에 없다. 

 어린 시절에 무언가 제대로 배우면 엄청나게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경제활동을 할 이유도 없고 사회적인 책임도 없이 오로지 그것만 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은 어쩔수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여러 경제활동과 사회적인 책임을 지며 다른 이것저것을 동시에 조금씩 시간과 에너지를 1/n로 나눠 쓸수 밖에 없다.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에 조금씩 나눠쓰다 보니 무얼 해내기에 참으로 많이 참으면서 결과를 금방 보지 않아도 된다는 단단함 마음으로 견뎌내며 포기하지 않고 해야한다.


 어른의 시간은 조금만 정신이 팔려도, 까먹고 안해도 되는 일이 되기 십상이다. 돈버는게 우선이지 싶어서..


PS.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지 왜 인생을 증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도 하지만, 가끔은 나의 사소한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동기부여를 줄 수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우리는 멀리 있는 대단한 사람을 보는 것보다 내 옆의 평범한 사람에 의해 생각의 틀을 바꾸고 몸을 움직이게 된다. 평범한 저 사람도 했는데 내가 못할까? 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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