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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Oct 22. 2022

27.자본주의적인 요가 조급증

<요가에서는 성과주의를 좀 내려놓으려고 했는데..>


 요가를 끝내고, 사바사나와 명상을 하고 나면 심신에 에너지가 넘치고 창의성, 의욕, 용기가 샘 솟는다. 그 때나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귀찮거나 부담되어 미뤘던 일들도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리미트리스 영화에서 알약을 하나 먹고 나서 정신이 매우 맑고 총명해지는 느낌이랄까?


 그 순간을 놓치거나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 굉장히 조급하다. 수련이 끝나면 그 에너지가 끝나기 전에 정신적인 에너지를 쓰는 일을 하려고 한다. 

 설거지, 집안일 같은 맑은 정신이 필요없는 가사 말고, 미뤄왔던 어려운 정신적인 일을 도전할 때이다. 

그러나 인생에는 해야할 일들이 순서대로 기다리고 있다. 개운하게 수련이 끝나마자, 요가 수련 전에 돌려놓은 세탁기가 막 다 돌아갔고, 긴 잠을 자던 고양이가 일어나서 밥 달라고 울고, 때 마침 청정해진 내 몸이 화장실을 보내달라고 한다.


 요가로 충전한 배터리가 떨어지기 전에, 빨리 그것을 지식 노동에 써야겠다는 조급증에 바로 노트북을 켰지만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소일거리를 정리하다보니 그 에너지는 삶을 정비하는 것에 써버리고 말았다. 아주 창의적으로 세탁을 하거나, 열정적으로 고양이 식사를 챙길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그 아까운 요가에너지를 가사에 써버리다니 속상해하며, 지금도 설거지, 세탁물 널기, 고양이 화장실 치우기와 식사 챙기기 후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아직 요가의 생생했던 정신적 에너지가 남아있기를 바라며...


 수련을 하는 이유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인데, 어떻게 된게 수련 후에 그 좋은 에너지를 효용성 있는 일에 써보겠다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계산기 돌리고 있는 내 모습에 어이가 없다. 

 물론 성공과 발전의 발판으로 요가 수련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수련을 통해 자신을 조금 내려놓고 여유있는 마음을 돌아보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더 쫓기고 더 계산을 하고 있으니 이 수련의 에너지를 너무 자본주의적으로 쓸 목적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사회 생활을 하며 늘 집중하고 최고의 결과를 내야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실패를 최소화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정신을 쏟는다.

 그러나 요가를 통해 우리는 어떤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성취만을 향해 달리는 생활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 지금을 받아들이는 수련을 한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요가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때 나에게도 요가는 그저 육체적 운동일 뿐이었다. 

2년 넘게 매일 혼자 수련을 하면서, 운동이 아닌 정신을 수련하는 느낌을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다.

 사실, 지도자과정을 수료하고 얼마 안되서는 열정이 넘쳐 챌린지 아사나를 성공해내겠다며 아주 자본주의적 성과를 목표로 접근하기는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챌린지의 성공에 집착한 나를 인지하고, 있는 그대로 날마다 다른 내 몸의 상태를 마주하며 수련을 해나가는 중이다. 

 

 이렇게 육체의 집착을 내려놓은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수련이 정신적인 영역으로 조금씩 이동하게 되며 다시 고뇌가 시작된다.

 최근에 "수련을 통해 얻게된 정신적인 에너지"를 성공하는 일에 써보겠다며, 집착을 하면서 수련을 통해 얻은 마음의 밸런스가 야생마처럼 날뛰게 되었다. 

 인생에 있어서 효용, 효율성, 성과 등의 지표를 요가에는 제발 내려놓자 생각하면서 또 내려놓기 위한 방법을 고뇌하는 이 모습을 보며 뫼비우스띠처럼 끝없는 생각의 고리에 갖힌 나 자신의 정신상태에 다시 피로가 몰려온다.

 

 자연스럽게 의미부여나 목적없이 편안하게 모든 흐름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무한대의 굴레는 고민에서 시작해 수련을 통하여 정리되는 듯 하다가 그것이 다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그 모순적인 삶 자체를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겠다. 

 이 조차도 해결해 보겠다는 야심찬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우선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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