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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Sep 16. 2024

다른 사람들이 자기식대로 말하게 내버려 두라

당신은 다만 자기의 길을 가라

-단테-


24.09/16(월)


이른 아침, 명절이라 아직 길거리는 조용했다. 아무도 없는 거리의 아침 공기를 마시며 운동하러 가는 기분이 참 좋다.

이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졸리지만 이른 아침 집에서 나설 수밖에 없다.

일기예보는 맑음이라고 되어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비가 내렸다.

다시 집에 돌아가기 귀찮아 비를 맞고 걸었다.


날씨가 왜 이러냐고 불평을 했다. 그래봤자 하늘은 그냥 비를 내린다.

나의 투덜거림과 상관없이 하늘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우리의 의미 없는 불평 따위 날씨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날씨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흔들림 없이 자기 길을 가며 변명을 하거나 상처를 받지도 않는다.


나는 그게 잘 안되었다.

사람들이 오해하면 해명하고 싶었고 구구절절한 설명으로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기로 결심한 이상 내가 어떤 진실을 밝힌다고 해도 그 생각을 고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남들에게 해명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느낌이 들게 되었다. 불편한 상황도 고칠 필요 없이 그냥 받아들이며 사는 게 지혜라고 생각했다.

이렇게만 됐으면 얼마나 평화로운 삶이 되었을까?


머릿속 생각으로는 해명이 무의미하고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속으로 사건을 곱씹고 억울해했다.

겉으로는 잘 털어버린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혼자서 지옥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해명해 봤자 타인은 오해를 풀고 나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미워하는 것에 힘을 쓰거나 타인의 마음을 고치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전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마음속으로만 품느라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웠다.

할 말을 모두 꺼내어 들었을 때 얼마나 잔인한 칼날이 될지 알고 있다. 입밖에 털어내면 속이 시원해질까? 아닐 것이다.


세상 모든 것에 일일이 설명을 달 필요가 없다. 다들 그냥 자기식대로 판단하고 오해할 뿐이다.

어차피 모든 상황에 대한 오해를 풀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냥 모두 용서하라거나 참으라는 건 아니다.

불평을 한다면 ‘불평하는구나.’, 미움을 준다면 ‘미워하는구나.’ 있는 대로 받아들이고 내버려 두지 못하면 내 마음이 너무 괴롭게 된다.


그저 많은 소음이 생길 것을 예측한 듯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담담하게 내가 가려고 한 길을 가면 된다.

아무것도 아닌 그 가벼운 말들은 나에게 상처를 줄 수도 없고,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 말들에 깔려 바닥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다.


올바르게 살아가도 누군가는 나를 보고 화를 내고 욕을 할 수 있지만, 억울해할 필요 없고 설명할 필요 없다.

그 들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나를 너무 괴롭히고 스스로를 부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그대로 인지하고 그냥 내 길을 가면 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나를 괴롭게 하는 것에 시간과 정성을 쏟을 필요가 없다.

그 에너지를 모아 그저 내가 가려고 한 길에 투자하면, 내 발목 잡는 그 상황에서 멀리 떨어질 수 있다.


내가 불평한다고 한들 하늘은 상처받지 않는다.

그저 내리려고 한 양만큼 충분히 비가 내리고 멈출 뿐. 자기 갈길을 그냥 갈 뿐이다.


우산 없이 길을 걷다가 비가 내리면 내 갈길에 집중해서 빠르게 걸어가면 된다. 비가 내릴 때마다 옷이 젖는다 매번 불평하고 마음을 쏟기엔 내 에너지가 아깝다.

나를 두고 하는 말들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 별 이유가 없는 일들이 허다한 세상이니까…..


그들이 대충 한 말에 나만 진심을 다해 괴로워할 필요가 있을까?

화내느라 뒤돌아 가거나 속상해서 멈출 필요 없다.

갈갈이나 가자!

우리 손으로 고칠 수 없는 게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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