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인미D Sep 22. 2021

23.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진다면

<그저, 걱정을 초기화시켜본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다. 어딘가에서 들었던 이야기이다.


 아주 사소한 일상의 걱정이나 예측하지 못했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 온통 신경에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 나는 남들보다 예민하고 걱정의 역치점이 아주 낮아 늘 수 많은 걱정스러운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 걱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수만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시뮬레이션 하고 마음속으로 대화 연습까지 한다. 걱정을 해결 혹은 축소하기 위한 수십가지의 생각을 하지만, 이미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 최선이 아닌 차선의 방법으로 타협하여 해결점을 생각해도 만족스럽지 않아 내내 마음속을 괴롭힌다.

이제는 해결이 아닌 내 마음을 짓누르고 힘들게 하는 괴로움을 곱씹는 시간으로 걱정을 하며 보낸다. 


 걱정이 우리를 둘러쌀때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을 안다. 그래도 걱정의 시간을 끊어내야한다. 그럴때에 요가 수련을 시작한다. 어떤 날은 수련 시간 내내 생각이 멈추지 않고 괴로운 마음을 가득 안고 수련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수련을 끝내고 나도 걱정은 없어지지 않지만 왠지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 든다. 


 걱정이라는 것이 복리 이자 같아서 중간에 한번 끊어내는 템포 없이 지속하면 눈덩이 처럼 무거워지기만 한다. 이렇게 자신만의 리추얼을 만들어 걱정의 시간을 잠시 끊고 다시 시작하면 걱정의 크기가 성장을  잠시 멈추거나, 작아지게 된다. 가끔 그 무게에 따라서 사소한 걱정이 털어지기도 한다. 


 대부분 무게있는(남들은 별일 아니지만 나에게만 있어서) 걱정들은 복리 걱정 상태를 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견디기에 조금 수월하다. 이렇게 걱정을 잠시 끊어보기를 통해서 예민성에 대한 역치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마음이 너무 유리같고 뾰족뾰족해서 어쩌지 못하는 순간에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시간을 지나면서 조금은 쓰다듬어주는 느낌을 얻는다. 


 걱정과 생각은 몸이 멈춰있을때 더욱 활개를 친다. 그래서 괴로운 순간에 청소를 하는 사람, 산책을 하는 사람, 그리고 요가를 하는 사람이 있다. 

 

 생각이라는 것은 몸이 너무 힘들때는 잠시 멈춰지기 마련이다. 너무 괴로워 어쩌지 못하고 눈물이 줄줄 흐를때도 요가를 했고, 수련의 피크구간에 진입하기도 전에 이미 눈물은 멎어있었다. 대신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물론 수련이 끝난 후라고 바로 그 걱정이 사라지지 않지만, 걱정의 농도가 옅어짐을 느끼게 된다. 절망의 역치를 향해가던 걱정이 다시 1부터 리셋되어 가벼운 난이도부터 시작되는 느낌이다. 복리 이자의 첫번째 달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시 걱정을 복리로 누적해가다가 절망의 직전 수련으로 한번 더 걱정의 크기를 리셋하는 것이다. 그렇게 매일의 내 나름 걱정의 무게를 처음으로 되돌려 보는 노력이다. 


 내 땀이 진득한 걱정을 희석하고 몸이 움직일때마다 걱정이 먼지처럼 털어지고, 수련을 하며 걱정이나 불편한 생각들이 물리적으로 사라진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요가하는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잠시 그 걱정을 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수련을 하며 내 마음과 생각이 단순해지기를, 그리고 대부분의 것들이 크게 별 일이 아님을, 남들도 이처럼 사소한 고민과 나름의 걱정 속에 살아감을 받아들이게 된다. 걱정을 없애기보다 살아가는 내내 어쩔수 없이 내 옆에 있을 걱정들을 그저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싶다. 

 혼자 너무 진지하게 괴로운 척 하지 않고 누구나 이 정도 무게는 지고 살고 있다고, 별스럽지 않게 지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22. 자존감이 떨어진 날의 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