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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n 22. 2021

22. 자존감이 떨어진 날의 요가

<요가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말 못 할 오해를 받거나, 평가절하가 되거나 의도와 다르게 일이 흘러가 상황이 꼬이기도 한다. 어떤 일을 겪든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고 내 손의 통제력을 벗어난 일들이라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의 요가 수련은 이루어지고 있다.

 무기력의 순간에도 내 요가 시간을 통해 서서히 구겨진 자존감을 펴본다. 한번 구겨진 종이를 편다고 완전히 빳빳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펼쳐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렇게 슬픈 날은 무조건 희망 찬 음악이 필요하다. 요가에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면 어떤가? 일단 나를 매트 위로 올려 보낼 음악 처방이 필요하다.


 나는 주로 디즈니 음악을 듣는다. 나에게 디즈니 음악은 꿈과 희망을 가져다준다. 요가와 맞지 않는 리듬이지만, 슬픔에 빠진 내 마음을 위로하여 요가로 다림질하도록 도와준다. 


 해명하고 싶고 화내고 싶은 순간들을 참아내며, 매트 위에서는 몸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하며 수련을 진행한다. 나를 응원하는 디즈니 음악과 함께. 

 이 음악을 듣던 어린 시절의 나는 세상이 핑크 빛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이 나를 응원하고, 슬픔이라고는 잘 몰랐던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즐겁게 수련으로 나를 다독여 본다. 때로는 수련보다 음악에 집중하다가 마음이 치료되어서 기분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한다.


 내 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힘이 빠진 하루지만, 수련으로 내 몸을 하나하나 내 뜻대로 움직여 가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움직임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느낀다.

 내 의지로 아사나를 통제하다 보면 조금씩 기분이 풀려간다. 


 수동적으로 괴로울 수밖에 없었던 날일수록 더욱 요가와 함께 해야 함을 느낀다. 이런 수련의 시간이라도 없으면 오늘 하루는 내 의지로 할 수 있었던 일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니까..


 수련이 끝나도 구겨진 흔적이 남지만, 그리고 내일 또 구겨질지 모를 자존감이지만, 그래도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펼쳐 보았다. 슬퍼도 웃는 인어공주와 함께~ 

 

P.S. 1>

 선생님께서 수련이 힘들고 지칠 때 여러 가지 변주를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 가만히 보면 우리 선생님은 참 깨어 있는 분이신 것 같다. 

 그래, 말도 안 되는 음악이라도 어떤가? 매일 수련하는 사람은 수련이 지겹거나 힘들 때 전혀 색다른 음악 등의 툴로써 그날의 수련을 새롭게 시작할 어떤 것이든 시도해 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요가를 할 때 반드시 클래식이나 인도요가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편견을 조금은 깰 수 있었다. 

 물론 항상 그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씩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P.S. 2>

 사람은 힘들 때일수록 능동적으로 창조적이거나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 오늘도 회사에서 굉장히 힘든 오전을 보냈지만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 글을 정리하며 위로를 받고 있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내가 무엇을 통제하는 것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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