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번 식후 복용이 가능하신 분 있으시면 손?>
하루 세 번 식후 약 복용이 가능하신 분, 대단히 부럽습니다. 세 번이나 밥을 먹을 수 있는 그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은 참으로 높으신 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람이 삼시 세 끼를 챙겨 먹게 된 건 백 년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과거 원시 시대에는 사냥에 성공하면 먹고 그렇지 않으면 굶기도 했습니다. 부모님 세대로 아주 근접하게 올라가도 가난에 하루 한 끼 겨우 먹으며 사신 분들도 많습니다. 과거 유럽에서도 점심 식사는 따로 없고 아침과 저녁식사 사이에 에프터눈티 혹은 하이티로 불리는 차와 곁들인 간단한 간식을 먹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생긴 의아스러운 약 복용 방법입니다. 현대인들 중 하루 세끼를 챙겨 먹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하루 세 번이 보편적인 식사 스케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식사법이 언제 정착해서 언제 또 바뀌어갈지 모르겠지만 약을 하루에 3번 나눠먹을 것을 한두 번으로 용량을 합치는 것이 현대인에게 더 적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대체로 하루에 한 끼만 먹는데 하루에 섭취해야 할 약을 한 번에 3배로 털어 넣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가볍게 세끼를 챙겨 먹으면 좋겠지만, 밥을 차리고 먹는데 시간을 할애하기가 참 어려운 요즘입니다. 그래서 생긴 것이 폭식입니다. 세끼를 한 번에 몰아 먹다 보니 한 번에 아주 많이 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점심은 대체로 굶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점심 약속이나 점심회식이 생기면 평소 한 끼에 몰아먹던 폭식을 두 끼 모두에 적용하게 됩니다. 내 위장의 1인분의 양이 늘어난 점은 참으로 애석합니다.
식사를 한번 한다는 것에 대한 시간과 정성은 참으로 큽니다. 내 손으로 차려 먹지 않더라도 외식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과 먹는 시간이 소요되고, 설혹 배달을 시키더라도 먹는 시간이 소요됩니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돈돈돈만 외쳐댔지만 이젠 '돈돈돈'에 '시간 없어, 바쁘다 바빠'가 추가되었습니다.
뉴욕에서 유행한다는 폰스택(Phone Stack) 게임이 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스마트폰을 테이블 중간에 쌓아놓고 가장 먼저 폰에 손을 가져가는 사람이 밥값을 내는 게임입니다. 얼핏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자거나 식사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보이지만, 이 게임의 본질은 시간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더 오랜 시간 스마트폰에 무심할수록 더 힘이 강한 사람, 더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부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멀어지는 사이, 지위가 낮은 이들의 스마트폰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부자나 권력자와 달리 사회적 약자는 ‘중요한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의 타격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김영하 / 보다]
어쩌면 대체로 월급쟁이들은 스마트폰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시간과 모든 장소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분초를 다투며 살아가고, 하루 세끼의 식사는 사치가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 우리들의 대부분은 하루 한 끼 혹은 두 끼 정도를 챙겨 먹고 있습니다.
세상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우리는 물질적 풍요는 얻었지만 시간이 전혀 없는 아이러니 속에서 식사 횟수를 스스로 제한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침식사 대신 잠을 선택하고,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해 점심식사 시간을 반납하기도 합니다.
하루 세 번 규칙적인 식사법은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로는 도저히 맞추기 힘든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하루 세 번 식후에 약을 복용하세요.'라는 섭취방법은 조금 수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한 번에 3번의 알약을 먹을 수 있는 함량으로 나오거나 혹은 빈속에 먹어도 위장이 괜찮은 약이 생긴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