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3일은 그저 일상에 치인 망각이었을 뿐.>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여러 가지 일로 바빠서 신경 못쓰는 사이 그 계획이 흐릿해져서 사라지고 잊혀진 것이 결론적으로 포기로 설명되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는 대단한 결심으로 포기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일상에 치여서, 결심이 희미해진 것일 뿐. 어쩌면 포기하기도 전에 내 생활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죠.
언제 내가 결심을 했고 언제 내가 포기를 했는지 조차 기억하기 힘들어요. 그건 아주 천천히 아득히 멀어져 버린, 마치 출발한 기차에서 바라본 이전 역의 모습처럼 사라졌기 때문이에요.
"나도 멋진 취미를 갖고 싶어. 퇴근 후 저녁 시간도 잘 써보고 싶었어."라고 자주 말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회사 일로 진이 빠지게 힘들고 바쁘면 건전하고 쉬고, 건전하게 먹고, 건전하게 사는 법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머릿속에 희망적 목표와 마음속에 여유 공간은 사라져 있어요. 혹사당한 심신으로는 도무지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나를 가꾸어갈 여력이 없지요.
비록 그 바쁜 순간이 끝났더라도 후유증은 지속됩니다.
빈둥대고 멍하게, 시간이 있어도 하는 일 없이 무기력한 킬링타임의 관성 속에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일 년 이 년을 쫓기듯 살아도 목표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작년 혹은 10년 전과도 크게 달라진 꿈이나 추가된 취미 생활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회사 프로젝트는 주기가 있어서 바쁘지 않은 기간을 잘 보내야 합니다. 바쁜 순간에야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요.
폭풍 같은 프로젝트가 끝난 후 새로운 결심을 하고, 그 결심을 의식적이고 주기적으로 스스로에게 일깨워 나를 되돌리고 나를 찾는 시간을 가져봐야 합니다.
인생은 대단한 큰 한방으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이 쌓여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의식적인 생각으로 일상을 깨우게 되고, 일상이 바뀌면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소한 생활 습관을 되돌려 봅니다. 의식적인 노력으로 시간과 공을 들여야 이해할 수 있는 맛과 시간을 다시 찾아내 천천히 음미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건전한 생활은 전쟁통 같은 상황 속에서 이루어 나가기가 무척 힘듭니다. 지친 하루 끝에 책 대신 술을 마시며 긴장을 풀고, 퇴근 후 건강한 요리 대신 양념이 강한 배달 음식으로 뱃속을 채우고, 운동이나 요가 대신 멍하니 유튜브 영상을 보며 짧은 시간에 여가와 기분전환을 대신합니다.
치열했던 하루가 끝난 뒤 우아하게 홍차잔을 들어 올리는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정신없이 바쁠 때는 코로 밥을 먹는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차 잊을 때가 많으니까요.
직장인들이 매일 이렇게 여유와 우아함을 즐길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목표하는 생활이 가능한 주기가 왔을 때 스스로 노력해서 그 생활을 찾아가야 합니다.
업무의 성수기가 끝나고 나면 치우고 쓸고 닦는 마음의 정비가 먼저 필요합니다. 멍을 통해 머리가 비워지고 마음이 진정이 되면 건전한 라이프 스타일을 시작할 준비가 됩니다.
이럴 때 계획했던 새로운 목표나 과제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막연하게 멍~해봤자 상실감만 생기고 무기력함만 연속될 뿐입니다. 미뤄두었던 운동하기나 병원치료 같은 묵혀둔 과제를 조금씩 조금씩 이행해 볼 때입니다.
퇴근 후 우아하게 책을 읽고, 요가를 하며, 몸에 좋은 식재료를 이용해 밍밍하지만 오래 곱씹을수록 재료의 맛이 느껴지는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시금 정상 리듬을 되찾아 책을 읽고 술과 배달 음식도 지양하고 매일 요가 수련을 하며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되찾아 생활로 자리 잡히기도 전에 다시 다음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다시 생활은 엉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내 마음이 리틀포레스트와 킨포크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더라도 직장생활을 하는 이상 여유 있고 우아한 라이프 스타일은 꿈만 같은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누구나 1년 중 생활에 여유가 생기는 주간이 조금이라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내가 꿈꾸던 나의 생활을 살아보는 것입니다.
근래 읽은 책 중에 모닝루틴에 관련된 내용이 와닿았습니다.
"아침에 내 결심을 일깨워줘야 한다. 이미지화하고 스스로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내가 꿈꾸던 나를 머릿속으로 연습하는 시간이다."
[나는 아침마다 삶의 감각을 깨운다 / 고토 하야토]
우리는 어떤 결심을 하고 일상에 치여 살다 그것을 잊고 살게 됩니다. 그걸 포기라고 인식하여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을 매일 아침 되뇌며 새로운 일들을 꾸준히 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는 새벽시간을 씁니다. 새로운 인생을 다시 한번 시작하고 싶을 때, 그것은 아침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지친 저녁 퇴근 후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니 김미경 강사님 강연 말씀 하나가 생각이 납니다. "우리 퇴근해서 멍하니 유튜브 보고 넷플릭스 하려고 회사 다니고, 사는 거 아니잖아요?"
직장생활이야 평생 하겠지만, 그 이후에 남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의식적으로 아침시간 되고 싶은 나를 미리 꿈꾸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뒷이야기>>
퇴근 후 멍하니 유튜브를 보고 넷플릭스를 보며 축 늘어진 모습이 남 이야기 같지 않아 뜨끔했습니다. 늘 달라지고 싶고 더 나아지는 나를 꿈꾸면서도 '다음에 시간 날 때 하자.'라고 미루며 무기력했던 모습들...
직장인으로서 1년 모두를 내가 원하는 스케줄로 운영할 수는 없겠지만, 업무의 비수기라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계획이 흐릿해져 사라질 때쯤, 아침시간 결심을 다시 시작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