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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Feb 01. 2021

2. 오늘도 난 1일 1요가 중

<마흔은 굉장히 먼 미래였었는데>


 나는 무언가 굉장하지만 현재 자신이 없는 꿈을 말할 때 늘 마흔을 기준으로 말하고는 했었다. “나는 마흔이 되기 전에 미국에서 석사는 따고 싶어. 마흔이 되기 전에 대학에서 강의는 한번 해보고 싶어. 마흔이 되기 전에는 책을 한 권 출판하고 싶어.”


 마흔이 어쩌고 하다가, 이미 마흔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동안 “마흔이 되면~.”을 말하며 유보했던 많은 꿈과 기회들을 생각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마흔은 상상도 못 할 먼 미래도 아니며 취직하고 나서 우물쭈물 회사를 다니다 보면 마흔이 되어있는 그저 지나가는 나이 중에 하나인 것이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대한 위안으로 마흔이라는 먼 미래 전에만 그걸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흔마흔 거리다가 마흔을 맞이하게 되면 세월이 빠르다는 둥, 먹고살기 참 힘들었다는 둥 변명이 참으로 많다.


 그래도 마흔이 되기 직전 39세 12월 말에 요가티처 시험에 최종 합격이 되어 강사 자격을 갖게 되기는 했다. 그나마 이건 아주 아슬아슬하게 마흔 전에 이룬 꿈이다. 요가라는 것이 내가 오랫동안 꿈꿔온 목표 중 하나는 아니었지만 어느 날 나에게 갑자기 다가와 순식간에 불을 지펴준 세상이었다. 좋아한 지 얼마 안 된 남자와 결혼한 것과 같은 느낌이 요가를 사랑하고 요가에 입문하게 된 기간에 대한 솔직한 심정이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요가를 좋아하며 열렬히 요가요가요가 하더니 더 요가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강사 자격까지 갖게 되었다. 물론 누구를 가르치기 위해서 자격증을 딴 것은 아니고 내가 더 요가를 잘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열망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제 더 열심히 집중해서 수련할 수 있도록 마흔 이후의 남은 날은 요가와 늘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요가를 전혀 모르고 살았던 30년 이상의 세월이 너무 아까워서 속상하기도 하다. (또 또 욕심내는 나.) 이제라도 요가를 만나 앞으로 남은 평생 요가와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생각을 바꿔 보기로 한다. 그래도 20대나 30대 초반에만 요가를 만났으면 내 인생 달라졌을 텐데 라며 또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다.

 흘러가는 시간 붙잡을 수 없고 지나간 시간에 요가를 채워 넣을 수도 없어서,

남아있는 나의 모든 날에는 요가를 채워 넣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시작된 1일 1요가 생활이다.

 

 1일 1요가를 실천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고도 쉽다. 요가를 한번 하는 시간은 30~50분 사이로 하루 중에서 아주 작은 시간이지만 그것을 위해서 최소 2시간의 추가 시간준비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공복!

 요가를 할 때는 공복상태가 좋다. 수련에 집중을 잘하고 맑은 신체 상태에서 하면 더 효과가 있고 라는 말도 맞다. 하지만 공복이어야 하는 이유는 식사 후 요가를 하면 음식이 역류해서 집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식후에 수련을 하면서 전굴(우타나아사나) 같은 숙이는 동작을 하면 음식이 목 위로 넘어온다. 어느 정도 소화가 된 뒤라도 위에 음식이 일부 남아 있을 때 좌우로 몸통을 돌리는 트위스트를 하면 위 부분이 쥐어짜지면서 음식이 넘어온다. 도저히 수련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다. 우리 몸은 참으로 정직하다. 그래서 수련 전 적당한 식사를 한 경우 1~2시간, 폭식을 한경우 최소 3~4시간은 지나야 우리 몸이 편안하게 수련을 받아 들 일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야근을 하지 않아도 칼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온 7~8시에 식사를 거르고 먼저 수련을 하는 선택은 참으로 쉽지 않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머리를 굴리고 돌아온 지식 노동자들은 참으로 배가 고프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싸운다. 맛있게 밥을 먹을까, 그래도 오늘 결심했던 일일일요가를 할까.

 그날 점심시간 바빠서 식사를 걸렀다면 어제저녁 이후로 한 끼도 안 먹은 셈이다. 그럴 때는 더더욱 밥의 유혹에 굴복하고 싶다. 그렇게 식사를 먼저 하고 요가를 했다가 후회스러운 수련을 마친 적이 꽤 많다.

 그래서 지금은 너무 미친 듯 배가 고플 때, 고구마 반 개를 먹고 수련을 한다. 나에게 그 정도 양은 수련 시 역류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는 한 개를 다 먹으면 역류가 시작된다. 그렇기에 자기에게 맞는 역류하지 않는 최소한의 양을 테스트해보면서 찾아야 한다. 그것을 찾을 때까지는 괴롭겠지만.

 고구마가 없을 때는 견과류 3개 정도를 먹는다. 견과류가 대단한 것이 24시간 동안 공복이어서 허기가 진 상태인데 그 조그만 거 몇 개로도 갑자기 수련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목이 마르다고 수련 전에 너무 많은 물을 마시면 좋지 않다. 당연히 수련 중에도 물을 마셔서는 안 된다.

수련 전 혹은 수련 후 물을 마시면 안 되는 여러 가지 요가적인 이유가 있지만, 실용적인 내 경험으로는 수련 전에 물을 많이 마셔도 역류가 시작된다. 물이 체하면 약도 없다는데 음식 역류만큼 물의 역류도 수련을 방해할 만큼 괴롭다. 액체와 기체가 섞어 트림과 토 그 중간에서 식도로 가스와 액체가 계속 샌다. 만약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물을 편한 대로 마시면 된다.


 요가에 꼭 이런 법칙 무조건 지키라고 하는 것은 부상과 관련된 주의사항이 아니고서는 지금 꼭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걸 하면 좋고 저런 걸 하면 안 되고 하는 요가적인 제시나 기준은 오래 수련하면서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 경험이 짧아서 요가에서 이러면 안 된다더라 이렇게 해야 한다더라 같은 말에 솔깃하기도 하겠지만, 카더라의 이야기에 집착하게 되면 정작 중요한 수련이 규칙에만 정신이 쏠리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규칙을 먼저 지키기 전에 자연스럽게 요가를 편한 습관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어떤 기준이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 선에서 자유롭게 선택하여 하면 된다. 알지도 못할 규칙에 얽매이는 순간 어렵고 불편해서 정말 해야 하는 수련이 귀찮고 부담스럽게 된다.

처음 아쉬탕가를 배울 때 수련 중간에 잠시 물을 마셨다가 지도자선생님께 엄청나게 혼이 난적이 있다. “수련 중에 물을 마시면 지금 끓어오르는 열기를 네 몸에 만들었는데 거기 찬물을 끼얹어 끄는 것과 같다.” 라며 다시는 절대로 어떤 일이 있어도 수련 중에 물을 마시지 말라던 선생님은 너무 화가 나 보였다. 그저 물 한잔이었는데.

 물론 안 마시면 좋겠지만 120분 동안의 수련동안 물을 어찌 안 마신단 말인가. 익숙해지기까지 침을 모아 마시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초보일 때는 정말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식후 바로 요가를 하지 말라는 것은 어떤 계율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 음식이 역류해 토할 수도 있고 힘들어서 수련하기 불편하니까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 개인적인 조언 정도이다.

 내가 아직 배움과 수련이 부족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떤 규칙과 계율을 무조건 따르라는 것보다는 수련 중에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고 깨달아 가면 좋겠다.

 여담인데, 아주 배고플 때 꾹꾹 참고 수련한 뒤 이상하게 힘들어서 그런지 입맛이 없다. 그래서 요가 수련 후 식사를 하면 허겁지겁 먹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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