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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Mar 06. 2023

14.외로움의 정의

<인간은 왜 외로울까 혹은 외롭지 않은 이유>


 우리 주변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유형을 보면, 바쁜 중에 외로운 사람도 있고 여유로운데 외롭지 않은 사람도 있다. 당연하게도 바쁘고 안 외로운 사람, 여유로워서 더 외로운 사람도 있다. 


 또한 한평생을 외롭기만 한 사람은 없고, 예전에는 외로웠다가 지금은 외롭지 않은 사람, 예전에는 외롭지 않았다가 지금은 외로운 사람, 대체로 외롭지만 아주 찰나 잠시 안 외로웠던 사람 등 외로움의 깊이, 강도, 상황이 참으로 다양하다. 


 타인의 눈에 보여지는 외로움이 진짜의 모습이 아니며 남이 보기에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본인은 누구보다 자유롭고 평온한 상태, 남들 눈엔 괜찮아 보였는데 스스로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괴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처럼 외로움은 타인의 시선이나 판단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정도인 것이다. 


 나의 경우 어릴 때는 외롭다고 느낄 때도 꽤 있었지만 크고 나서는 대체로 외롭지 않은 마음으로 살아왔다. 외로움이 결심으로 불식시킬 수 있는 감정의 영역은 아니지만 그런 감정을 들지 않게 상황을 컨트롤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게 되었다.(그러니까 당연히 나에게만 통용될 수도 있다.)

 내가 심리학 전공이거나 이 학문을 연구해 본 적은 없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왜 외로움이 생기는 가를 고민해 보았다. 


“우리는 왜 외롭다고 느낄까?”


 사람은 자신의 현실에서 원하는 바를 타인이나 외부 상황에 의지해 막연히 결과를 기대를 할 때 외로워지는 것 같다. 나의 경우 대체로 그랬다. 내 행동이 아닌 타인을 통해 대리 행복을 바라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상황이 오면 서운함과 동시에 외로워진다. 


 그런 기분이 들 때 자기 연민에 심각하게 빠져들고 그런 나약한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썩 유쾌하지 않아, 되도록이면 외로운 틈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바쁘다고 사람이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외로움과 분주함은 전혀 반비례의 관계가 아니며 바빠서 잠시 잊을 순 있으나 결국 밤에 혼자가 됐을 때 그 외로움의 여파는 2배로 커져있다. 마치 억지로 겨드랑이에 땀이 안 나도록 수술했더니 엉뚱하게 무릎에서 느닷없는 땀이 나거나 하는 돌발 상황처럼, 한쪽을 억지로 막게 되면 오히려 나중에 뜬금없는 다른 상황의 부작용이 2배로 생기기도 한다. 

 때로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오히려 반작용으로 외로움을 더 가중시킬 수도 있다. 


 내가 쓰는 안 외롭게 사는 방법은 일단 남에게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게 남편이라도. 

 이로써 실망할 일이 없으니 딱히 외롭지 않다. 막연히 상상으로 타인이 나에게 무엇 무엇을 해주지 않을까라는 소녀 같은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아이가 산타에게 막연히 선물을 바라는 마음은 순수하고 귀엽긴 하지만 어른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마음이다. 아무리 산타의 존재를 믿는 아이라고 해도 산타에게 돈을 주거나 맡겨놓은 선물이 있을 리 민무하며, 생면부지 산타가 반드시 아이에게 선물을 줘야 하는 의무는 없다는 것이 잔인한 현실이다. 

 선물을 못 받는 아이 입장에서 서운해하지 않고 동시에 외롭지 않을 유일한 방법은 산타가 굳이 나에게 선물을 줘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동심의 세계에 있으므로 이해는 한다. (나도 어릴 때 산타에게 많은 선물을 받던 아이로써 이런 설명이 참 미안하긴 하다.)


 하지만 우리는 어른이니까 생각을 현실적으로 바꿔먹을 수 있다. 타인에게 내 욕망을 투영하여 어떤 바람을 이루고 싶은 마음은 산타에게 선물을 바라는 막연한 마음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맥락 없이 상상으로만 딱히 뭔가를 기대하거나 바라지 않는 것이다. 


 살면서 얻는 모든 기쁨과 보람은 내 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고 내 노력이나 대가 없이 갑자기 생기는 기쁨은 서프라이즈 덤이라고 생각하면 예측 못한 기쁨이 2배로 생긴다. 덤이라는 건 없어도 그만이고 있으면 두 배 세배 기뻐지는 법이다.  

  편이 오히려 실망이 아니라 모든 순간을  기쁘고 감사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나는 그렇다. 


 외국 영화를 보면 프러포즈는 모두 서프라이즈로 일어난다. 대단할 것도 없고 반지 하나만 갑자기 내미는 상황이지만 상대 연인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놀라면서도 무척 행복해한다.(물론 본인이 원하는 상대일 때. 생각보다 까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프러포즈는 변질되어 엄청난 준비와 예고편이 들어간다. 대체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많은 공과 돈을 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상상이 엄청났던 사람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나 상황에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마치 산타의 선물을 바라는 아이가 그 마음 그대로 자라 어른이 된 것처럼. 


 한평생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며 비교적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한테 아쉬운 마음이나 스스로 외롭다는 생각을 반복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자꾸 가엽게만 느끼게 된다. 


 나의 이런 씩씩함은 어머니로부터 온 것 같기도 하다. 혼자 놀기의 고수로써 자식도, 남편에게도 기대나 바람이 전혀 없다. 

 어느 날 전화해서 “엄마 뭐 해?”라고 물으면 “응, 나 뮤지컬 보러 왔어. 공연장 들어가야 해. 안녕.” 또 어떤 날은 “응. 내 생일이라 자축하러 혼자 호텔 왔어. 파스타랑 샐러드 먹어.” 또는 “혼자 영화 보고 나오는 길~.”

 어머니 생일도 안 챙기는 냉정한 자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냥 서로 챙기지 않기로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진 상태다. 바라면 기대하게 되고 그러면 의지하고  내 뜻대로 안 될 때 서운한 마음과 함께 나는 이 세상에 혼자라는 외로움이 생기게 된다. 

 애초에 바람이 없어 실망도 슬픔도 없다. 


 내가 외로움에 이해도가 깊은 이유는 어린 시절 많이 외로워 봤기 때문이다. 부모라도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없고 내가 필요한 모든 순간에 적절히 대응해 줄 수 없다. 기대와 실망이 많았고 그 속에서 다른 상황과 비교해 난 외롭다 혼자다라는 느낌을 자주 느껴 그냥 기대조차 안 하는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자기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 

 인간은 원래 혼자 태어나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지만 결국 살아가는 건 남이 대신 살아줄 수 없으며 자기 스스로 살아내야 하고, 그렇게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삶 자체는 혼자이고 죽음도 혼자 맞이한다. 

 동정은 안 해줘도 된다. 외로움을 이겨내며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나 내 마음을 잘 다루며 살고 있다. 그냥 이대로 맘 편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지고 있다. 혼자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외롭지 않으니 꽤 괜찮은 상태라 느껴진다. 


 아무런 기대도 없는 삶이 참 재미없어 보이겠지만 그저 내 삶에서 얻는 기쁨은 나의 성실함으로만 얻게 된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마치 로또 당첨은 없다. 오로지 내 손으로 경제력을 얻겠다는 마음)

 그러나 이런 나에게도 예기치 못한 기쁨이 왜 없겠는가? 퇴근 후 나를 반겨주는 고양이와 하품하다 멍청한 표정을 짓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반려묘를 보며 예측 못한 기쁨 역시 만끽하고 있다. 

 존재 그 자체로써 행복한 고양이 덕에 나도 인간의 온기를 조금은 품게 된다. 


Ps. 완전한 성인으로 독립하고 나서는 크게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생각을 정리하고 생활을 자제하며 살고 있다. 외롭지 않은 냉혈한이 아니라 외롭지 않을 의식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했달까? 

 마음이 참으로 평온하도다~(회사만 안 다닌다면)

 이 상태에서 회사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조차 없으면 거의 득도의 수준이 아닌가 싶다. 

 외로움을 안 느끼게 하는 수많은 장치들이 많지만 대체로 이상하고 개인적인 방법이므로 공유할만한 내용은 못된다. 

 아무튼 외로움을 비교적 잘 컨트롤하는 인생이지만 단 하나 컨트롤 못하는 것은 “분노”라서 참으로 애석하다. 내가 대체로 분노를 느끼는 상황은 내 공이 무시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때이므로 나 역시 남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타인 인정 욕구에 목말라 있는 나는.. 제발 쿨하게 지내는 방법이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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