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그녀를 미워했던 시간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시간이 머물러 있었다

by 김현아

처음에는 모든 게 그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애를 아프게 한 사람, 그의 삶을 흔들어놓은 사람.

그녀를 원망하는 마음이

그때의 나를 버티게 했다.


그녀는 그 애가 사랑했던 여자였다.

다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던 미혼모.

그는 그녀와 아이를 지켜주고 싶어 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마음을 짓눌렀다.

가난, 빚, 책임, 그리고 세상의 시선.

그녀가 그 애에게 전부였고,

동시에 짐이기도 했다는 걸

나는 나중에야 이해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그녀를 미워하는 일에 지쳐갔다.

그녀도 나처럼 상실 속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그녀도 죄인이었고, 피해자였다.


그녀를 미워하던 시간은

결국 내가 나 자신을 미워하던 시간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탓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던 시간,

그건 애도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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