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시간이 머물러 있었다
처음에는 모든 게 그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애를 아프게 한 사람, 그의 삶을 흔들어놓은 사람.
그녀를 원망하는 마음이
그때의 나를 버티게 했다.
그녀는 그 애가 사랑했던 여자였다.
다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던 미혼모.
그는 그녀와 아이를 지켜주고 싶어 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마음을 짓눌렀다.
가난, 빚, 책임, 그리고 세상의 시선.
그녀가 그 애에게 전부였고,
동시에 짐이기도 했다는 걸
나는 나중에야 이해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그녀를 미워하는 일에 지쳐갔다.
그녀도 나처럼 상실 속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그녀도 죄인이었고, 피해자였다.
그녀를 미워하던 시간은
결국 내가 나 자신을 미워하던 시간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탓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던 시간,
그건 애도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