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가족, 친구, 동료,
때로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감정까지
섬세하게 느끼려 한다.
하지만 정작
가장 잘 알아야 할 사람인
‘나’를 들여다보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는 오랫동안
나를 아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마음인데
왜 정확히 모를까,
내 감정인데
왜 설명하기 어려울까.
그러다 기록을 하면서
조금씩 답을 찾기 시작했다.
나를 알아가는 일은
거창한 성찰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가장 단순한 방식,
‘오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짧게 적어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하루의 표정을 떠올리고,
작게 흔들린 마음을 떠올리고,
내가 어떤 순간에 미소 지었는지를
조금만 적어 보면
그 안에 진짜 내가 숨어 있다.
어떤 날은
“오늘 나는 너무 쉽게 지쳤다.”
어떤 날은
“작은 말에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렇게 소박한 문장들이
나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나를 깊게 아는 사람은
깊은 진단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소한 변화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다.
나를 알아가는 가장 큰 걸림돌은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마음은
완벽한 언어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흐릿한 상태로도,
어중간한 감정으로도,
그날의 나는 충분히 말해질 수 있다.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도
느낌을 적는 것만으로
나를 이해하는 작은 문이 열린다.
나는 어느 순간,
‘나를 아는 일’이
거울을 보는 일과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하루에 한 번만 마주해도
어제와 다른 표정이 보이고,
조금 더 들여다보면
감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눈빛에서 스스로에게 말해 주었다.
기록도 그렇다.
짧게 적힌 한 줄의 기록들이
모이면
나에게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잘 쓰려고 애쓰지 않아도,
분석하려고 하지 않아도,
그저 있는 그대로 적힌 문장들이
내 마음의 패턴을 알려준다.
나를 알아가는 일은
복잡한 질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나를 가장 정확한 곳으로 데려간다.
오늘의 나를
잠시 바라보는 일.
그 마음을 가볍게 적어 보는 일.
그 소박한 행동이
나를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