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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작은 문장들

by 김현아

글을 쓰다 보면

특별한 순간에서만 문장이 태어나는 줄 알았다.

감정이 크게 흔들리거나,

마음에 깊은 파문이 일 때만

말들이 떠오를 것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문장은 가장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어느 날,

저녁 시장에서 들려오는 상인의 목소리에서

따뜻한 문장을 발견했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누군가에게 건넨 말이었지만

그 말은 잠시 나를 향해 들려오는 듯했고

그 순간의 공기가

이상하리만큼 부드럽게 느껴졌다.


또 어떤 날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창문 너머의 노란 불빛에서

위로 같은 감정이 밀려왔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풍경 속에

‘오늘도 잘 견뎠다’라는 문장이

나도 모르게 떠오른 것이다.

문장은 그렇게

내 일상 구석에서

작게 깜빡이며 존재했다.


우리는 흔히

특별해야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삶을 오래 들여다보면

특별한 순간보다

평범한 순간이 더 많은 말들을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일상의 작은 장면들이

가끔은 감정을 더 선명하게 비춘다.

나를 흔들고, 위로하고, 다독이며

문장을 남긴다.


나는 요즘

일상의 작은 움직임들에서

자주 멈춰 선다.

따뜻한 커피 잔을 감싸는 손끝,

버스 창문에 비친 흐릿한 얼굴,

아침 햇빛이 벽을 천천히 스치는 모습.

그 사이에서

내 마음이 반응하는 찰나들이 있다.

그 순간의 미세한 떨림을

잡아 둘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문장의 시작이 되었다.


문장은

멋진 생각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오래 준비한 자리에서만 태어나지도 않는다.

오히려 급하게 지나쳐 가는 순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칠 작은 장면에서

조용히 피어난다.

그런 문장일수록

더 오래 마음에 머문다.


나는 깨달았다.

글쓰기란

일상 속에서 들리는 마음의 속삭임을

놓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보다 삶은

많은 문장을 품고 있었고

나는 그 문장을 발견할 준비만 하면 됐다.


일상의 작은 문장들은

내 마음을 더 깊이 바라보게 했다.

감정을 정리해 주고,

나를 알아가는 실마리를 주었고

하루의 의미를 조금 더 밝게 만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순간은

대단하지 않다.

그 평범함 속에서

나를 위로하는 작은 문장 하나를 찾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 작은 문장이

오늘의 나를

가볍게 품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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