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의 부재 속에서, 나는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날,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보호자 되십니까?”
짧은 문장이었다.
그 한 문장이 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지워버렸다.
시간이 멈췄다.
몸은 그대로였지만 마음이 먼저 무너졌다.
숨을 쉬는 것도 잊었다.
병원 복도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하얀 벽과 소독약 냄새, 낮게 울리는 기계음.
그 냄새와 소리가,
그날 이후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았다.
하얀 천 아래로 그의 손이 살짝 보였다.
나는 조심스레 손을 잡았다.
아직 따뜻할 거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손끝은 차가웠다.
온기가 사라진 그 손을 붙잡고
나는 속으로 수십 번, 이름을 불렀다.
그 아이가 떠났다는 사실보다,
이제 다시는 그의 이름을 부를 이유조차 없다는 게 더 아팠다.
입관식 날, 나는 그 앞에 섰다.
얼굴은 평온했다.
그토록 괴로웠던 마음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들어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말했다.
“밥은 집에서 먹고, 좋은 옷은 저승이 아니라 여기서 입어야지.”
그 말을 내뱉자마자 목이 메었다.
울음을 참으려 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날따라 비가 참 많이 내렸다.
사람들은 조용히 우산을 폈다.
나는 그냥 서 있었다.
비가 내 얼굴을 때리고, 몸을 적셨다.
비가 내리는 동안만큼은
그가 내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만 같았다.
세상이 울고 있었다.
하늘도, 나도, 그도.
그날의 빗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마음이 아픈 것도 병입니다.
부디 저 세상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라고 말해주세요.”
그 말이 내 안 깊숙이 박혔다.
나는 그날 이후로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사람을 천천히,
그리고 깊게 무너뜨린다는 것을.
시간이 흘러도 그날의 공기, 냄새,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움은 내 일상 속에 스며들어
이제는 내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리움은 나를 아프게 했지만,
그리움 덕분에 나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숨 쉬는 법을 다시 배웠다.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제야 깨달았다.
비가 내리던 그날,
세상은 멈췄지만 내 마음은 그를 향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움은 나를 무너뜨렸고,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리움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