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남긴 철학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희미해지지만,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은 여전히 내 안 어딘가에 남아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를 quietly 가르쳐준다.
한때 나는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그 기억이 아팠고,
그리움이 나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리움을 거부하지 않게 되었다.
그 아픔마저도 나를 만든 일부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기억은 나를 멈추게도 했고,
다시 나아가게도 했다.
그 안에는 사랑의 흔적, 후회의 조각,
그리고 여전히 나를 지탱하는 온기가 있었다.
그리움의 끝에서 깨달았다.
사람은 잊어서 사는 게 아니라,
기억을 품고 자라는 존재라는 걸.
나는 여전히 그때의 나를 기억한다.
불완전하고, 흔들리고, 자주 무너졌던 나를.
그 시절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이만큼 단단해질 수 있었다.
기억은 나를 붙잡지 않는다.
오히려 내 등을 살짝 밀어준다.
그리움의 무게가 철학이 되고,
그 철학이 나의 삶을 지탱한다.
오늘도 나는 그 기억 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그 자람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
이 글은 브런치북 〈그리움은 나를 살게 했다〉 의 일부이며,
매거진 〈마음을 담은 글로 브랜드까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리움의 끝에서 철학이 피어나는 순간을 담았습니다.
by 김현아 | 라운지글랩 에세이스트
감정의 기록으로 삶을 확장하고,
글의 힘으로 브랜드를 세우는 사람.
브런치북 〈그리움은 나를 살게 했다〉,
〈나는 오늘도 나를 조금 미뤘습니다〉 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