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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핫치 연애컨설턴트 Feb 24. 2023

강아지가 모자를 주웠다.

우연의 놀라움


가끔 하치와 산책을 하다 보면

하치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나를 강하게 끌어당길 때가 있다.


보통은 누군가가 버린 음식물쓰레기이거나 캣맘들이 숨겨둔 고양이 사료인 경우가 많은데

어릴 적부터 영화를 많이 봐왔던 터라

운명과 인연, 우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

하치가 나를 끌고가려하면 또 이전처럼 음식물 일지라도 일단 따라가 보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하치가 모자를 발견한 것이다.

털이 검은색인 강아지와 사는 반려인이라면

잘 알겠지만 밤에는 사진을 찍기가 정말 어렵다.

보통 이렇게 가지처럼 나오거나 엉망으로 나오는데 또 나름 귀엽다.


정말 신기한 건 이 모자가 정확히 어떤 용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형견의 머리에 얹었을 때 딱 적당해 보이는 크기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목끈까지 있어 고정도 되는 모자였는데 아마 다른 강아지를 위한 모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모자를 쓰고서 귀여움이 +3 이 됐는데

본인도 그걸 잘 알고 있는지 활짝 웃고 있기에

그 순간을 포착했다.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정말 재미있는 점은 이 녀석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다르게 찍힌다는 점인데 어떨 땐 가지처럼 나오고, 어떨 땐 귀여웠다가 지금은 또 바보처럼 나왔다.



우연이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만약 하치가 나를 끌고 가는 것을 억지로 잡아끌어 내가 원하는 길로만 갔다면 이 모자를 발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치가 나를 끌어당길 때 생길 수 있는 우연을 모두 받아들였고, 우연은 나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줬다.


모자는 또 다른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제자리에 두고 다시 발길을 옮겼지만

아주 잠깐이나마 이 작은 모자로 

행복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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