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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근거대지 않기

사실이나 규칙을 논증하지 말자

by 건조한 글쓰기


주장하면 논증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이나 규칙은 논증할 필요가 없다. 필자는 논증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나 규칙 등을 비주장이라 통칭하겠다.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서 주장해야 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골라내겠다. 모든 글에 대해 논증하는 것은 독자의 독해 집중도를 저해하고 글이 중언부언하게 되기 때문에 논증할 필요가 없는 비주장 부분을 구별하여 논증해야 한다.


주장, 비주장(사실, 규칙)의 사전적 정의를 보자.


주장[主張] - 논증필요

자신의 의견이나 견해를 굳게 내세움. 또는 그 의견이나 견해


사실[事實] - 논증불필요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


규칙[規則] - 논증불필요

다 함께 지키기로 정한 사항이나 법칙


필자는 주장을 하면 반드시 논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주장은 무엇인가? 쉽게 설명하면 본인의 주관적 견해이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타인이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독일산 자동차가 일본산 자동차보다 성능이 더욱 우수하다고 했다. 이것은 주장이다. 일본산 자동차의 성능이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일산 자동차가 국내 자동차보다 성능이 더욱 우수하다고 했다. 사실인가? 혹시 명백해 보였다면 이 또한 주장이다. 필자는 국내 자동차가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칫 명백해 보이는 사실일지라도 예외 의견이 있는 것은 주장인 것이다. 따라서 주장만 하고 근거가 없을 때 "그건 당신 생각이지" 공격에 무너질 수 있다.


이번에는 비주장은 무엇인가? 보편적 진실이나 일반적인 도덕적 규범으로 논증이 필요 없는 것을 뜻한다. 독일산 자동차는 국내산 자동차에 비해 보통 가격이 비싸다. 이건 사실에 가깝다. 가깝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완벽한 사실은 아니지만 보편적 진실에 가까워 굳이 근거가 필요 없어도 납득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약 거꾸로 국내산 자동차가 독일산 자동차에 비해 보통 가격이 비싸다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근거를 대야 할 주장일 수 있겠다. 왜냐하면 납득할만한 보편적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장과 사실은 한 끝 차이다. 그 기준은 '논증할 필요가 있는가? 없는가?'이다. 대다수가 수긍하는 것에 대해서 논증하는 것은 지면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흔히 해는 동쪽에서 뜬다를 논증할 필요가 없는 사실의 예로 든다. 우리가 곤란한 것은 평상시 쓰는 일상적인 글 쓰기에서는 이처럼 명백한 사실을 서술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실과 주장 사이에서 줄타기 하고 있다. 고등학생은 대학생보다 공부를 많이 한다. 사실인가 주장인가? 예전에는 논증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은 취업난에 고등학생 보다 더 많이 하는 경우도 있다. 즉 시대가 변하면서 공부 시간 평균으로 논증해야 하는 주장으로 변한 것이다.


예를 더 들어보자.


1.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된다.

2. 어른에게 공손해야 한다.

3.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더 세다.


어느 것이 사실이고 주장인가?

햇깔린다면 가벼운 논증을 시도해보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된다. 왜냐하면 일찍 일어나는 것이 다음 날 업무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어른을 뵈면 공손하게 인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더 세다. 왜냐하면...


이처럼 사회적 규칙이거나 사실은 논증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논증할 필요가 없다.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세다는 글에 통계 자료를 찾아 논증하지 않아도 대다수는 당연히 수긍할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대다수가 수긍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햇깔리면 주변에 물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반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글은 주장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특별한 규칙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의 의견이 나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논증을 해야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타인에게 본인의 글을 많이 공개해야 한다. 제 3자가 봤을 때 읽기 어려운 글은 내용이 어렵거나 수긍이 안 가는 글이다. 최대한 주변에 쓴 글을 공개하고 수긍이 안 가는 부분이 있으면 명확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본인에게 당연한 사실이 타인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개인의 주장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소 어려웠을 수 있지만 결국 정리하면 이렇다.

모두 수긍할 만한 것은 논증할 필요가 없다
다른 의견이 있을 만하면 반드시 논증한다.

By 건조한 글 쓰기. 정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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