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도 '취존'해 주세요
취향을 두고 논증하지 마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중-
취향(趣向) : 하고 싶은 마음이나 욕구 따위가 기우는 방향
취향글이라는 것이 있다. 취향이란 단어에 개인의 호불호가 들어있으니 호불호글이라 해도 무방할 듯 싶다. 그래서 취향은 존중해 드립니다라는 취존이란 줄임어도 있지 않은가? 금일 필자는 광화문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김치찌개를 먹고 왔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같이 간 후배는 별로라고 투덜거렸다. 여기서 만약 왜 김치찌개가 맛이 없냐며 촌스러운 입맛을 구박했다고 가정해보자. 필자가 잘했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취향은 그냥 그 사람의 특징으로 인정하면 그 뿐이다. 취향은 논증도 불가하다. 아래 좋은 예가 있다.
아내: 당신은 나 사랑해?
남편: 응! 당연히 사랑하지~
아내: 그래? 그럼 날 왜 사랑하는데?
남편:...............................
글도 '취존'하면 된다.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A라는 사람이 독일차의 호감을 드러내며 사고 싶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고 하자. 이때 B가 독일차의 AS 정책을 근거로 국산차가 더 우월하다는 댓글을 달며 A가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했다.
여기서 B는 세 가지 실수를 했다.
첫째.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 A는 독일차를 선호하는 취향을 말했는데 B는 독일차가 국내차보다 더 우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취향은 본인 마음이다. A가 독일차를 사고 싶어하던 일본차를 사고 싶어하던 A마음이다. 그걸 B가 왈가왈부할 계제가 아니다.
취향은 존중해 주세요
둘째. 취향에 애국심이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 곤란하다. 취향은 도덕적 잣대를 댈 수 없다. A가 독일차를 훔치고 싶다고 했다면 이에 대한 비난은 가능하겠다. 정 A의 애국심 문제를 거론하고 싶다면, '구매 시 원산지 고려와 애국심과의 연관성'과 같은 류의 자료를 먼저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셋째. 판단 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하고 우위를 주장하면 허탈하다. B는더 좋다는 기준을 AS 정책으로 삼았는데 이는 동의된 부분이 아니다. B가 국산차의 우위를 주장하고 싶었다면 우위의 기준이 AS 정책임을 독자와 상호 합의가 되어야 한다. 상호 합의하는 과정은 간단하다. 차의 성능을 판단하는 기준 중 AS 정책이 가장 유효하다는 것을 근거와 함께 주장하면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은 차의 구입보다 유지비용에 더욱 부담을 느끼고 있다. 조사 결과, ㅇㅇㅇ가 근거이다. 따라서 차 구입 시 고객은 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AS 정책을 가장 주요하게 볼 것이다. 독일차의 AS 정책을 분석하면 국내차의 AS 정책과 비교하면 평균 ㅇㅇ원 더 비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AS 정책이 좋은 국내차가 독일차에 비해 고객들에게 더욱 어필할 것이다"
판단 기준이 없이 우위를 주장할 때 그 주장이 얼마나 허탈한지 극단적인 예를 아래 들었다.
필자는 스티브 잡스보다 더 훌륭하다. 왜냐하면 살아있기 때문이다.
위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유는 '훌륭한' 기준을 생사 여부로 멋대로 정했기 때문이다.
취향은 존중하고 주장은 근거를 들고 도덕적 비난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안이어야 한다. 이 간단한 규칙을 글 쓰는 내내 상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