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사 줄이기
읽기 어려운 글이 있다. 반면 읽기 쉬운 글이 있다. 어떤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문장 호흡이 길면 대체로 읽기 어렵다. 글은 필자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수단이 길수록 생각을 따라가기 피곤하다. 아래 글을 보자.
고객 소비성향 변화와 정책환경 변화에 맞춰 국내 단말 제조사들은 프리미엄 라인에서 파생된 보급형 라인을 점차 넓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여 중저가폰을 시장이 안착시킬 수 있으며 프리미엄 이미지도 유지할 수 있다.
어떤가? 필자는 읽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은 자사의 경제경영연구소 2015년도 전망 중 필자가 쓴 내용이다. 그래도 읽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문장 호흡이 길기 때문이다. 문장의 호흡은 문장의 길이로 봐도 무방하다. 왜 문장이 길어질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접속사의 과다 사용이다. 이는 모 교장선생님 훈화에서 잘 나타난다.
"우리 건조 초등학교 학생 여러분은 장차 나라의 훌륭한 인재가 되고 부모에 효도하며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 되어 건조 초등학교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알리는 것이 선배가 되는 여러분이 해줘야 할 모습인 것입니다."
이런 글은 어지럽다. 심지어 교장 선생님마저 본인의 이야기 내용을 알고 계신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처럼 산만한 글은 글쓴이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 과도한 접속사 연결이 만든 부작용이다. 아래 하이라이트 된 부분이 접속사이다.
"우리 건조 초등학교 학생 여러분은 장차 나라의 훌륭한 인재가 되고 부모에 효도하며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 되어 건조 초등학교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알리는 것이 선배가 되는 여러분이 해줘야 할 모습입니다."
꼭 그래서, 그러나 만 접속사는 아니다. ~해서, ~라, ~하여 등은 문장을 미완성시킨 후 이어가는 접속사이다. 필자는 이를 추임새 접속사라 명명하겠다. 추임새처럼 '음~에~그러니깐~'식으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이런 접속사는 앞으로 최대한 빼도록 하자.
필자는 이를 추임새 접속사라 명명하겠다. 추임새처럼 '음~에~그러니깐~'식으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임새 접속사는 최대한 빼자.
교장 선생님께서 추임새 접속사를 빼고 말씀하셨다면 어땠을까?
"우리 건조 초등학교 학생 여러분은 장차 나라의 훌륭한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부모에 효도하고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장차 선배가 되는 여러분이 해줘야 할 모습입니다. 건조 초등학교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문장이 간결하고 읽기 쉬우며 메시지에 힘이 느껴진다. 다시 처음에 소개한 필자의 글을 보자. 접속사를 줄이고 짧게 쓰면 아래와 같다.
원본: 고객 소비성향 변화와 정책환경 변화에 맞춰 국내 단말 제조사들은 프리미엄 라인에서 파생된 보급형 라인을 점차 넓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여 중저가폰을 시장이 안착시킬 수 있으며 프리미엄 이미지도 유지할 수 있다.
수정: 국내 단말 제조사들은 프리미엄 라인에서 파생된 보급형 라인을 점차 넓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고객 소비성향 변화와 정책환경 변화에 대응한 결과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여 중저가폰을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다. 또한 프리미엄 이미지도 유지할 수 있다.
By 건조한 글 쓰기. 정연승
PS. 켈러그래피 대문 사진을 선물해준 CEO이자 아끼는 후배인 지효에게 감사 인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