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했으면 근거를 대라
그건 당신 생각이지
글쓰기 피드백으로 이 반응이 익숙하다.
한번쯤 이런 식의 반응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없다면 글쓰기에 타고난 사람이거나 냉정한 글쓰기 평가를 못 받아 본거라 생각한다. "그건 당신 생각이지" 만큼 쓴 글 전체를 쉽고 강력하게 파괴하는 논리도 없다. 특히 독자가 글쓴이보다 상사 거나 평가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피드백은 사람을 허무하게 만들다 못해 화가 나기도 한다. 왜 그럴까? 독자의 반응이 시큰둥해서가 아니라 맞는 말을 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건 당신 생각이지"에 다른 말로 같은 주장을 하고 "그건 당신 생각이지"란 말을 듣는 끝도 없는 논쟁에서 벗어나 보자.
글 쓰기의 성격은 크게 주장 글과 설명글로 나눌 수 있다. 물론 두개가 섞여있는 경우도 많지만 설명서, 안내서 것들을 제외하고 보통 주장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자기 소개서는 본인의 장점을 '주장'하는 글이다. 논술은 주제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조리 있게 '주장'하는 글이다.기획서는 사업 및 업무에 대한 타당성 및 추진 명분을 '주장'하는 글이다.
이처럼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있는 글들은 대부분 주장하는 글이다.
앞서 우리는 주제를 정하는 3가지 룰을 배웠다. 논란이 예상되지만 시대와 독자에 맞는 본인의 의견을 말끔하게 정리한 한 줄의 주제는 곧 힘 있는 주장이 된다. 그러나 힘 있는 주장이 힘 있는 글로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필자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택시를 타고 이동 중, 기사 분께서 이런 주장을 하셨다.
기사님: 금년 상반기 경제가 어려운 것은 메르스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힘 있는 주장이다. 본인의 의견이 분명하며 주장의 시기도 적절하고 한 줄로 명확하다.
필자는 근거를 물었다.
필자: 왜요?(그건 당신 생각이지)
기사님: 길거리에 사람도 없고 난리잖아
이를 적절한 근거로 볼 수 있을까? 일단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적절한 근거에 대해서는 이후에 자세히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주장만 있는 주장은 아니니 주장하는 글의 문법은 대부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주장했으면 반드시 근거를 대자. 근거 없는 주장은 실 없는 글이 된다.
반대로 근거 있는 주장은 함부로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미스터리를 소재로 하는 MBC 서프라이즈이란 TV프로에서 이런 주장을 소개한 적이 있다.
달은 인공 구조물이다. 황당하다. 저 위에 떠서 은토끼가 산다는 달이 인공 구조물이라니?
이에 대해 여러 근거를 소개했는데 다음과 같다.
1. 지표면 검사 결과 달이 지구보다 오래되었다.
2. 달의 표면 검사 결과 달 안쪽이 비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3. 달 표면은 일정 깊이 뚫리지 않았으며 이는 금속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달은 자연물 아닌 인공 구조물일 확률이 높다.
이제도 무조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는가?달이 인공물이라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주장도 탄탄한 근거 위에서 강력한 주장이 되었다. "그건 당신 생각이지" 무자비한 공격을 막고 싶은가? 그렇다면 탄탄한 근거를 준비해야 한다.
주장과 근거가 함께 다니는 글을 쓰려면 항상 왜?라고 자문해야 한다. 앞서 말한 택시 기사 분이 금년도 상반기 경제 침체의 원인에 대한 주장 글을 쓴다고 하자.
주장: 메르스가 상반기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이다. 왜?
근거: 메르스로 사람들이 밖에서 소비하지 않는다. 왜?
근거의 근거: 메르스가 전염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기사분의 논리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설득력이 있다. 다만 경제 주요 지표와 사람들의 외부에서의 소비가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 논증해야 한다. 밖에서 안 산 만큼 집 안에서 인터넷 쇼핑을 했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장과 논증은 치열한 자기 논리 파괴 과정이다. 스스로 주장을 파괴하듯 '왜?'를 던지자.
이때부터 "그건 당신 생각이지"란 피드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By 건조한 글 쓰기. 정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