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며낸 화려한 글이 감동이 주지 못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건조한 글 쓰기 정연승입니다. 앞서 제 실패한 자기소개서를 공개했습니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다시 한번 올립니다.
[세심한 눈과 따듯한 영혼을 지닌 사람]
제가 XX의 마케터가 되려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최대 관심사인 마케팅과 온라인 교육 관련 일을 함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온라인에 교육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조 8,704억 원의 e-러닝 매출액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보다 값진 교육 기회의 평등 가치를 e-러닝 콘텐츠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급 청각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강좌의 빠른 진행으로 친구가 강사의 입 모양을 통해 뜻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어 온라인 전문 사이트에 건의한 ‘수화 영상 서비스’가 검토되지 않는 것을 보며 제가 직접 온라인 교육 실무자가 되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마케팅을 하고 싶었습니다. 공모전, 외부 교육을 통해 기른 마케팅 열정과 e-러닝에 대한 남다른 고민 경험이 있는 저 정연승이야말로 XX의 신입 마케터로 적임자라 생각합니다.
보시기에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저도 7년 만에 보는 글이라 제 글이 제 글이 아닌 양 어딘가 낯설군요. 이 지원 동기를 보신 분들의 의견은 "오글거린다." "이 정도면 잘 쓴 것 같다." 등등 많았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공통적인 반응은 있었습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거짓말 같음)
맞습니다. 제가 읽어봐도 '뻥'인 것 같습니다. 세심한 눈과 따뜻한 영혼을 지닌 사람이라뇨.. 제목부터 피식 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내용도 1초 8천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나오고 평등 가치와 같은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네요. 1급 청각 장애 친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부끄럽게도 딱히 그 친구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그게 진정성에서 나온 것이냐고 자문한다면 대답은 NO입니다.
위 자기소개서의 진정성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람은 '제 자신' 뿐입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타인은 제가 쓴 자기소개서의 내용에 진의를 알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위 글이 거짓말처럼 모두에게 느껴졌을까요? 저는 인간의 본능적인 측면과 글쓰기의 논증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글쓰기는 필자의 생각과 마음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저는 노래나 미술과 같은 영역에서 글쓰기를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약 박진영 심사위원이 제 자기소개서를 봤다면 아마 이런 심사평을 하지 않았을까요?
"소울이 없어요.
뭔가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억지로 만든 느낌?"
박진영 심사위원은 평소 자기 철학이 강한 심사로 유명합니다. 때로는 자기 느낌 그대로로 심사평을 하기 때문에 시청자의 호불호가 있기도 합니다. "굉장히 잘 불렀는데 감동이 없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저는 박진영 심사위원의 이런 심사평에는 본능적인 섬세함이 크게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봅니다. 감정이 예민하거나 풍부한 사람은 본능적으로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읽는 경우가 많은데요.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이 애인의 감정을 민감하게 느끼는 것과 같겠네요. 이것은 본능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겉으로 나타내는 표현과 그 속의 감정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귀신같이 알아냅니다. 왠지 헤어질 것 같은 예감이 틀리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은 아닐까요?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것을 쓰세요.
남의 좋아 보이는 것 말고요.
저는 훈훈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의 저는 다소 냉정하게 사건,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에 가까운데 말이죠. 읽는 사람이 다 느끼고 있습니다. 설령 자기소개서에서 '스킬'이 통했다 치더라도 면접에서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 컨설팅이 취업 과정 전체로 봤을 때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느낌적인 느낌은 어디에서 올까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무리 따뜻하고 훈훈한 사람이라고 '주장'해도 그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거짓으로 느껴졌던 것입니다. 실패한 자기소개서에서 2가지를 주장했습니다. 첫째. 저는 온라인 교육 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둘째.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한 뜻깊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 당시 제 이력서를 보면 온라인 교육과 관련한 어떠한 경험이나 교육 과정이 없습니다. 그 흔한 봉사활동도 0시간이네요. 대신 마케팅 공모전에서 2번 입상한 이력이 있으며 높지 않은 토익 점수와 마케팅 스터디 클럽에서 이수한 내용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컨설턴트나 마케팅 전략 쪽에 관심이 있었던 학생이며 취업 시장에 늦게 뛰어든 나이 많은 휴학생이었습니다. 살아온 이력 어디에서도 제가 자기소개서에서 주장한 2가지 포인트는 없습니다. 즉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거짓인 샘이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사람은 본능적으로 거짓을 판별합니다.(아마 알 파고 보다 뛰어날 것입니다^^)
2. 주장에 대한 근거가 없으면 거짓으로 보입니다.
3. 따라서 본인이 살아온 삶을 토대로 진실성 있는 글을 적절한 근거를 사용하여 작성해야 합니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는 그 누구도 대신 써줄 수 없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위에서 소개한 관점을 바탕으로 실패한 자기소개서를 09년도의 정연승을 기준으로 다시 써보겠습니다. 이렇게 다시 쓴 자기소개서가 '성공한' 자기소개서는 아니겠으나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자기소개서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소개한 글은 좀 '부끄럽네요' ㅠㅠ)
사진출처: SBS K팝스타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