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it Slow
들어가기 전: 본 글은(모모 - 미하엘엔더 저)를 읽고 쓴 소감입니다. 개인적 소회를 풀다 보니 책 내용의 일부가 있습니다. 또한 본 글이 저작권 위반 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 햇살 좋은 가을날로 기억한다.
금요일 퇴근길, 그것도 평소보다 빨랐기 때문에 그날의 버스 안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옆에 앉은 동료의 끊임없는 메시징에 궁금은 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 무신경을 끊은 건 그 녀석의 휴우.. 하는 한숨이었다.
왜 그래?라고 물었고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할 일이 없네.
집에 가야 하네..."
집에 일찍 가면 좋지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싶어 그 감정의 이유를 물었다.
"집에 혼자 있으면 좀 외롭잖아..."
평소 사교성이 좋기로 유명한 친구의 그 말이 오래도록 귀에 남았다.
그 말 뒤에 이어지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찾는 손놀림이 왠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모모는 작은 아이이다. 부모님도 없는 고아다. 그러나 원형극장이 있는 이 마을에서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모모는 어쩌면 유일하게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들어주는 이는 친구가 많다.
이 마을에 나타난 [회색 신사들]은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존재이다.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일도, 사랑을 나눠주는 일도 모두 시간 낭비라며 일터로 사람들을 내몬다. 시간이 저금되긴커녕 어디론가 사라지고 회색 신사들은 그만큼 생을 살아간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간과 행복이 빼앗겼고 모모는 동료들과 함께 이 회색 신사들을 물리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주변에 시간 단위를 넘어 분단위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각종 전자기기들이 주변을 감싸고 그의 스케줄을 최적화한다. 슬프게도 그렇게 사는 게 부럽거나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모모가 그 답을 주었다.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나는 [회색 신사들]이 남이 만든 또 다른 나라고 상상한다. 남이 기대하는 대로 살아가는 삶, 그것이 충족되면서 얻는 칭찬에 목말라하는 삶이 회색 신사들을 만들고 스스로의 시간을 뺏는다. 필자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쪽이지만 워낙 게으른 천성 덕택에 [회색 신사들]이 맘 놓고 내 시간을 배지는 못하고 있다.
어쩌면 버스 안에서의 그 친구도 자신이 만든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을 빼앗긴 것은 아닐까? 항상 대인관계가 좋고 부지런하고 활발한 사람으로 기대되는 삶 말이다. 벌써 몇 년 전 일이지만 한가한 오후, 그날의 버스 안 광경과 친구의 불안한 몸짓이 생생하다. 아직도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면 이 노래가 녀석의 귀에 닿기를 원한다.
내 미래를 왜 너가 정해.
내 시간은 날 차분히 기다려줬어.
필요하다면 난 귀를 자르고 내 손으로 날 그려 완성할래.
이게 내 행복의 조건.
시간은 각자의 것.
행복으로 가는 길도 가지각색인 것을.
난 기계가 아니고 피가 흐르는 인간이기에
내가 흘러 가는 곳에 고일거야.
- 넉살 Make it slow 중